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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사람을 보고 도망가는 나라는 한국뿐..'..txt

. 조회수 : 1,556
작성일 : 2013-12-10 02:55:35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 마하트마 간디



"그 나라 국민들의 국민성은 그 나라 동물들이 받는 대우에 의해 판단할 수 있다."  -  마하트마 간디
 
 
 
 

땅 위에는 사람이 산다. 인간이 모여 땅을 갈라 집을 짓고, 칼로 쳐내듯 길을 낸다. 인간이 만들고 금을 그었지만, 그 모든 곳에 사람만이 사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건물, 도시와 농촌, 자동차와 인도 등 온갖 경계 사이에 또 다른 생명이 살아 숨 쉰다.

그 경계 사이를 구름과 바람처럼 타 넘는 동물들이 있다. 곁에 있지만 존재감보다는 귀찮음, 성가심 따위로 여겨지기도 하는. 때로 좁혀질 듯 거리를 주다가도,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총총히 등을 돌리고 마는. 그들의 이름은 길고양이다.

고양이는 호불호가 갈리는 동물 중 하나다. 개에 비해 차분한 성품과 행동을 좋아하는 애묘인들도 분명 있지만,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꺼려하는 이들도 여전한. 분명한 건 싫든 좋은 고양이들은 인간의 생활반경 속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해나간다는 것이다.

어느 날 그 존재를 인식한, 너의 이름은…

▲ 차는 고양이에게 가장 위험하면서도, 멈춰섰을 때는 안전한 피난처이다. ⓒ 고양이구름 필름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은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의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바탕으로 한다. 어느 날 우연히 고양이에 이끌려 더 이상 여행하기를 멈춰버리고 길고양이들의 일상에 빠져버린 작가. 그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고, 폭발적 공감을 산 이야기는 사진에세이로 엮여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다.

영화 감독인 윤기형은 자본의 첨단을 기획하고 알리던 CF 감독이었다. 핸디캠으로 일상을 찍는 것이 취미였던 그는 우연히 접한 이용한 작가의 책에서 공감을 얻게 된다. 그것을 짧은 20여 분의 영상으로 만들려다 보니 아쉬움이 생겨, 자신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길고양이의 일상을 찍게 된다.

▲ 길 위의 고양이, 인간과의 공존을 바라고 있지 않을까. ⓒ 고양이구름 필름

잠보· 예삐· 희봉이· 깜냥이. 길고양이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다 큰 남자들은 천천히 고양이들의 일상에 빠져들고 그들에게 각자의 이름을 붙여준다. 길고양이 중 한 놈이 아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자 그들의 일상이 좀 더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생김새와 성격, 행동 등이 모두 제각각인 것을 알게 되고, 뒤이어 그들의 곤궁하고 난감한 처지가 눈에 들어온다. 쓰레기봉투를 뜯을 수밖에 없는 하루살이의 힘겨움. 그것마저 없을 때는 음식 냄새가 배어있는 휴지라도 먹을 수밖에 없다. 마실 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배수구로 흘러나오는 세탁거품이 배인 물도 그들에겐 음용수다.

때문에 1년에 네 번의 임신을 하지만 새끼가 세상에 나와 3개월 이상 살 수 있는 확률은 채 50%가 되지 않는다. 또 집에서 키워지는 고양이들은 15년을 살 수 있지만, 길고양이들의 평균수명은 3년 안팎이다.

밝고 경쾌하고 따뜻한 영상,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

▲ 건물 틈 사이에 자리를 잡은 어미와 새끼 고양이. ⓒ 고양이구름 필름

길고양이들의 힘든 삶이 군데군데 드러나긴 하지만, 영화는 마치 오후의 햇살처럼 밝고 따스하다. 사료로 축구 드리블을 하듯 재롱을 떨고, 검은 비닐봉투 안으로 몸을 던져 넣고, 어미의 품안에서 몸을 비비며 오후의 햇살을 누리는 고양이 가족들. 이처럼 천진난만한 고양이들의 일상은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영화는 마주친 고양이들의 사계절을 나레이션과 함께 담담하게 그려낸다. 단순히 소시지를 주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고양이 사료를 사게 되고 마실 물도 함께 놓아주는 과정으로 바뀌어가며 스스로도 놀라운 변화라고 고백한다.

다가간다는 건 마음을 주는 것. 늘 오던 고양이가 오지 않을 때는 혹시 로드 킬을 당했을까 마음 졸이기도 한다. 결국 곁을 허락하진 않았지만 밥과 먹을 물을 제공해주는 이의 집에 여러 번 새를 잡아 놓아주는 녀석의 모습도 담겨있다. 그렇게 자신의 방식으로 고마움을 나타낸 고양이는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작가의 표현대로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영화는 '이러하니 고양이를 무조건 사랑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고양이를 죽여 버리고 싶은 이유가 단지 쓰레기봉투를 찢기 때문인 현실도 보여주지만, 또 다른 한편에는 그래도 측은지심으로 그들의 먹이를 보살피는 가슴 따스한 이들이 절대다수임을 비춰준다.

또 그저 인간이 먹고 남은 것을 취할 뿐이라고 말한다. 재활용 쓰레기나 박스, 옷가지 등 쓰지 않는 것으로 삶을 영위하는 이웃들이 있듯이, 인간이 남긴 음식물을 취할 뿐인 고양이에게 너무 박하게 굴진 않았는지 뒤돌아보게 한다.

영화를 보고나면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나 팬시용품 속에 새겨진 고양이가 아닌, 우리 삶 지근거리에서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이웃으로 말이다.

"고양이가 사람을 보고 도망가는 나라는 한국 뿐"

▲ 영화는 두 남자의 나레이션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 나영준

3일 CGV왕십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윤기형 감독과 원작자인 이용한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참고로 영화 수익의 10%는 한국고양이 보호협회에 기부된다고 한다.

- 영화에 "길고양이들은 모두 죽여 버려야해"라고 말하는 시민이 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의 주장을 담기 위한 노력은 따로 있었는지.

윤기형 감독 : "1년 반 동안 촬영을 하며 고양이를 매우 싫어하는 괴팍한 분들을 많이 만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영화에 나오는 분 정도였다. 일부러 편집한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이 없었다. 오히려 밥을 주고 돌봐주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 원작자 이용한씨는 여행가로 알고 있는데, 고양이를 만난 후 더 이상 여행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용한 작가: 우연히 집 앞 소파에 은갈색 고양이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는 장면을 봤는데, 잠을 자도 잊히지가 않았다. 멸치를 주고 남은 밥을 주다가 카메라로 그들의 삶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행가로서 길 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길고양이를 기록하며 여전히 길 위에 있다.

- 여행가로서 외국에서 고양이를 대하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하던데.

이용한 작가: "세계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고양이에 대해 이렇게 안 좋은 편견·인식·학대를 가진 나라가 없다. 예를 들어 새가 멸종 위기에 처하면 그 탓을 고양이로 돌린다. 심지어 생태학자까지 그런 말을 한다. 독일 및 유럽에서는 그에 대해 이미 결론이 났다. 고양이가 아닌 사람의 탓이라는 것이다. 새의 알을 훔쳐간다고 하는데, 그건 다람쥐가 훔쳐가는 것보다도 확률이 낮다고 한다. 인간의 잘못을 고양이에게 덤터기 씌우고 있다.

또 고양이가 사람을 보고 도망가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라오스에 가면 모든 여행자들의 무릎에 고양이가 앉아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거기까지 바라진 않지만, 최소한의 학대는 피해야 한다. 고양이의 말을 빌리자면 "제발 우리를 그냥 놔두세요"라고 전하고 싶다."

- 영화를 촬영하며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걸 느꼈다고 하는데.

윤기형 감독 : "가만히 생각해보면 도심의 길 위에 사는 생명체는 고양이 밖에 없다. 개는 사람과 살고 다른 동물은 자연이나 동물원에 있다. 처음에는 시혜적 입장에서 먹이를 주다가, 물도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이 다가오는 걸 느끼며 위로를 받기 시작한 거다. 마음을 열면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이 그리 어려운건 아니라고 본다."

-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그렸지만, 현실적으로 고양이의 번식력이 왕성하다. 중성화 수술 등 대처가 필요한 것도 사실 아닌가. 어디까지 공존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윤기형 감독 : "고양이 입장에서 인간이 무서운 거지. 인간이 고양이를 두려워하는 건 아니다. 물론 어린아이나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이 계신 것도 사실이다. 그분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왜 쓰레기봉투를 뜯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만 관심을 두면 그들이 주변 동반자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현실적 대안은 중성화 수술이라고 본다. 다만 수술 후 제 자리로 돌려줬으면 좋겠다. 그게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용한 작가 : "고양이 입장에서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중성화 수술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문제는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수술이다. 이권사업이 되버렸다. 지자체와 업체가 유착이 됐고, 업체는 불법적인 방법을 쓴다. 수술을 마치면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 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지 않고, 야산에 풀어버린다. 차라리 그건 낫다. 그냥 독극물로 죽여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일한 대책인 건 맞지만, 그런 불법적인 방법은 단호하게 반대한다."



IP : 123.140.xxx.1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2.10 10:27 AM (182.219.xxx.95)

    저도 고양이 눈이 무섭다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고양이가 없어지니까 강남역 낮인데도 쥐가 대로를 활보하더군요
    그 많던 고양이 덕에 우리가 쥐를 못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

  • 2.
    '13.12.10 10:47 AM (112.217.xxx.67)

    우리 아파트 고양이들은 사람이 와도 그냥 설렁설렁 잘 다녀요...
    고양이들이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게 사람을 피하지 않던데요?
    가끔 통통하고 살찐 고양이 보면 정말 귀엽긴 해요.

  • 3. .......
    '13.12.10 10:51 AM (211.251.xxx.137)

    사람도 살기 힘든 곳인데 동물은 더하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 동물도 살기 좋아요.

  • 4. 국민학교때
    '13.12.10 11:35 AM (210.120.xxx.129)

    배운 표어
    "동물을 사랑합시다"

    조금만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 달리 보이더라구요.

  • 5. 3kg 도 안되는...
    '13.12.10 12:07 PM (211.201.xxx.115)

    그 작고 보드라운 짐승이...
    10배 20배가 넘는 인간들 속에서 사는거,
    얼마나 무서울지...
    그냥 같이 살았으면...
    정말 아름답고 귀여운 생명들인데...
    그 천진한 호기심하며...
    보석 같은 큰 눈...

  • 6. 고든콜
    '13.12.10 1:47 PM (125.131.xxx.56) - 삭제된댓글

    ㅜㅜ...

  • 7. 쵸코
    '13.12.10 2:34 PM (37.231.xxx.200) - 삭제된댓글

    우리나라는옛날부터고양이가영험한동물이라고꺼리는습성이있었쟎아요?눈이무섭고.죽으면복수한다는등..그런의식때문에길고양이도무서운느낌이있는거아닐까요? 만나면놀라고쫓게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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