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D음식점에서 장진수(40) 전 주무관을 만났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몸 담았던 장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실체를 폭로한 인물이다. 그가 기자를 이 음식점으로 안내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장씨는 옆 테이블을 가리키며 "저기에서 관봉(官封) 5,000만원을 받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4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으로부터 '입막음' 용도로 5,000만원을 건네 받았지만, 돈의 출처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청와대나 대기업에서 흘러 나왔을 것이란 추정만 남긴 채 검찰 수사로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국가기관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국기문란 사건이다. 정치인과 노동계, 법조계, 언론계, 종교계 등 눈에 거슬리면 누구나 사찰 대상이 됐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자신을 '몸통'으로 규정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사찰을 주도한 실제 몸통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검찰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끝났다. 더욱이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진정으로 사죄한 사람이 없다.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사건을 철저한 진실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진실한 반성도 없이 묻어 버린다면 똑 같은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정권 차원의 뒷조사 논란도 결국 불법사찰 사건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늦었지만 진실을 밝힐 방안을 다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