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설의 도시락

나도 도시락 조회수 : 1,547
작성일 : 2013-12-05 14:45:50

도시락 논란글을 보면서 그 당시 우리 학교 최대의 화제거리였던 제 도시락이 떠 올랐어요.

도시락 하나는 대통령 딸도 부럽지 않게 싸 주셨거든요. 점심 저녁 두끼를 먹으니 반찬 10가지, 국 별도,  과일과 커피, 유자차나 생강차가 든 보온병 2개...도시락짐이 너무 많아서 책은 사물함에 넣어두고  등교길엔 도시락만 가져갔어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보온 도시락이었고, 일제 도시락 통이었는데 저 말고는 그 어디에서도 그런 도시락통을 든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도시락이 상징하는 만큼 엄마는 극성이셨어요. 아침에 7시에 학교앞까지 운전해서 데려다 주시고, 자율학습 끝나는 밤 12시에 학교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제가 깨어 있는 시간엔 언제나 제 등 뒤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같이 깨어 있으셨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새벽기도를 다녀와 우리를 깨워 등교준비 시켜 데려다주던 엄마...오빠 고등학교 3년, 저 고등학교 3년 총 5년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다는 그런 극성엄마...제 나이가 40이 넘었으니 그 당시로는 엄청난 치마바람이었어요. 그런 엄마 때문에 숨 막힐 것 같을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전 강한 멘탈의 소유자인지라 무사히 공부 마치고 좋은 대학 갔어요.

 

이제 세월이 지나고 저도 애를 키우고, 엄마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되고, 좀 더 깊은 가정 속사정을 알게 되고 보니 이제야 엄마가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그 무렵 엄마가 사기를 당해서 당시 4억돈을 날려 아빠와의 관계가 위태로웠고, 지금도 4억은 큰 돈인데 그 때 당시로는 아파트를 몇 채를 살 수 있는 큰 돈을 날린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엄마가 되어 날 좋은 대학에 보내는 걸로 집안에서 입지를 다지고 싶어했고, 타고난 손재주라고 없는 엄마가 일식, 중식, 한식, 양식 요리학원을 겹치기로 다니면서 매일 상다리 부러지는 밥상을 차리셨고, 결국 제 도시락은 정말 "한"의 결정체였던 거에요. 오늘은 팔보채 먹을래 라고 말만 하면 바로 식탁에 팔보채를 차리던 엄마는 사실 김장 열포기도 버거워하는 잼병이였어요. 지금은 된장찌개 끓이기도 귀찮아하세요.

 

인생의 반전은...시어머니는 우리 엄마보다 더 많은 "한"이 있으시고, 또한 그걸 자식사랑과 음식으로 승화하신 분이시라는 거....우리 엄마의 매일 도시락 반찬 10개는 비교도 못할 정도의 극성을 선보이셨어요. 

 

그런 최강 극성 엄마 밑에서 자란 남편과 저는 음식에도, 사교육에도 완전 초연한 그런 부모가 되었어요.

IP : 223.195.xxx.12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넘 재밌어.
    '13.12.5 3:01 PM (58.237.xxx.199)

    글 아주 재밌으십니다.
    웃고 갑니다~

  • 2. 초연...
    '13.12.5 3:09 PM (115.91.xxx.11)

    끝부분 재밌어요. 초연하게 된 사연이요~

  • 3. ㅎㅎㅎ
    '13.12.5 3:34 PM (14.39.xxx.11)

    마지막 줄에서 웃었어요
    허무 개그 같아요 ㅜㅜ

    그래도 훌륭한어머님이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8342 1일 오사카여행 어떨까요? 4 ᆞᆞ 2013/12/06 1,000
328341 12월 6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3 세우실 2013/12/06 636
328340 40대후반 남편 화장품 추천해주세요. 7 애벌레 2013/12/06 932
328339 서울하늘 완전 맑아요 2 숨구멍 2013/12/06 1,604
328338 엄마가 학벌 좋을 경우 애들 공부요. 14 ... 2013/12/06 4,691
328337 차 파실분 추억 2013/12/06 631
328336 오랫만에 산이 보여요~^^* 2 바다같은사랑.. 2013/12/06 643
328335 미국에서 오는 조카에게 키플링을 선물하는거 어떤가요? 4 선물~ 2013/12/06 1,135
328334 딸이 보조출연 알바한다고하는데요 5 걱정 2013/12/06 2,173
328333 걷기했더니 2 Thiner.. 2013/12/06 2,149
328332 요즘 전세가격이 내려갔나요? 2 ... 2013/12/06 1,746
328331 재림주의와 위대한 실망(윌리엄 밀러와 유재열을 중심으로)중..... 은빛여울에 2013/12/06 682
328330 이 음악좀 찾아주세요 ㅠㅠ 2 134 2013/12/06 569
328329 깜짝 깜짝 잘 놀라는 사람 19 나와 같다면.. 2013/12/06 18,738
328328 박세민 결혼 ? 2 흠... 2013/12/06 2,134
328327 ((( 동 영 상 ))) 불륜녀와 내연남 도피행각 6 불륜녀와 내.. 2013/12/06 3,832
328326 상속자들 by 임성한 김막장 2013/12/06 1,565
328325 연아 프리 런스루동영상 보고난 소감. 11 생강넣은 우.. 2013/12/06 3,404
328324 김밥집에서 떡볶이를 사다 먹었는데요 6 -- 2013/12/06 3,008
328323 호텔에서 일하시는 관계자분 계시나요? 세상은넓다 2013/12/06 686
328322 보이는 이미지에 목숨거는 후배 27 veroni.. 2013/12/06 12,260
328321 아파트 중대형 3~4억 전세 주느니 소형평수 월세주는게 낫지 않.. 5 ... 2013/12/06 2,645
328320 크리스마스이브때나 연말보낼만한곳 추천이요.. 행복 2013/12/06 431
328319 음악이 힐링이네요 1 하하 2013/12/06 742
328318 절임배추 물빼는 시간이요 3 김장 2013/12/06 14,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