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설의 도시락

나도 도시락 조회수 : 1,521
작성일 : 2013-12-05 14:45:50

도시락 논란글을 보면서 그 당시 우리 학교 최대의 화제거리였던 제 도시락이 떠 올랐어요.

도시락 하나는 대통령 딸도 부럽지 않게 싸 주셨거든요. 점심 저녁 두끼를 먹으니 반찬 10가지, 국 별도,  과일과 커피, 유자차나 생강차가 든 보온병 2개...도시락짐이 너무 많아서 책은 사물함에 넣어두고  등교길엔 도시락만 가져갔어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보온 도시락이었고, 일제 도시락 통이었는데 저 말고는 그 어디에서도 그런 도시락통을 든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도시락이 상징하는 만큼 엄마는 극성이셨어요. 아침에 7시에 학교앞까지 운전해서 데려다 주시고, 자율학습 끝나는 밤 12시에 학교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제가 깨어 있는 시간엔 언제나 제 등 뒤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같이 깨어 있으셨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새벽기도를 다녀와 우리를 깨워 등교준비 시켜 데려다주던 엄마...오빠 고등학교 3년, 저 고등학교 3년 총 5년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다는 그런 극성엄마...제 나이가 40이 넘었으니 그 당시로는 엄청난 치마바람이었어요. 그런 엄마 때문에 숨 막힐 것 같을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전 강한 멘탈의 소유자인지라 무사히 공부 마치고 좋은 대학 갔어요.

 

이제 세월이 지나고 저도 애를 키우고, 엄마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되고, 좀 더 깊은 가정 속사정을 알게 되고 보니 이제야 엄마가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그 무렵 엄마가 사기를 당해서 당시 4억돈을 날려 아빠와의 관계가 위태로웠고, 지금도 4억은 큰 돈인데 그 때 당시로는 아파트를 몇 채를 살 수 있는 큰 돈을 날린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엄마가 되어 날 좋은 대학에 보내는 걸로 집안에서 입지를 다지고 싶어했고, 타고난 손재주라고 없는 엄마가 일식, 중식, 한식, 양식 요리학원을 겹치기로 다니면서 매일 상다리 부러지는 밥상을 차리셨고, 결국 제 도시락은 정말 "한"의 결정체였던 거에요. 오늘은 팔보채 먹을래 라고 말만 하면 바로 식탁에 팔보채를 차리던 엄마는 사실 김장 열포기도 버거워하는 잼병이였어요. 지금은 된장찌개 끓이기도 귀찮아하세요.

 

인생의 반전은...시어머니는 우리 엄마보다 더 많은 "한"이 있으시고, 또한 그걸 자식사랑과 음식으로 승화하신 분이시라는 거....우리 엄마의 매일 도시락 반찬 10개는 비교도 못할 정도의 극성을 선보이셨어요. 

 

그런 최강 극성 엄마 밑에서 자란 남편과 저는 음식에도, 사교육에도 완전 초연한 그런 부모가 되었어요.

IP : 223.195.xxx.12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넘 재밌어.
    '13.12.5 3:01 PM (58.237.xxx.199)

    글 아주 재밌으십니다.
    웃고 갑니다~

  • 2. 초연...
    '13.12.5 3:09 PM (115.91.xxx.11)

    끝부분 재밌어요. 초연하게 된 사연이요~

  • 3. ㅎㅎㅎ
    '13.12.5 3:34 PM (14.39.xxx.11)

    마지막 줄에서 웃었어요
    허무 개그 같아요 ㅜㅜ

    그래도 훌륭한어머님이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1298 드라마에서 한혜진은 김지수가 살아온 세월을 모르겠죠 6 벌받았으면 2014/01/15 3,401
341297 40대~60대 여자가 볼만한 영화추천해 주세요. 5 토토로 2014/01/15 3,793
341296 연말정산(교육비와 보험관련) 문의 드려요 3 휴지좋아요 2014/01/15 925
341295 서울, 일산에서 조미료 안 쓰는 집 소개해 주세요 3 문의 2014/01/15 1,175
341294 집 담보대출 아는법 2 아파트 2014/01/15 1,004
341293 남편도 용서가 안되고 아이도 밉고 괴롭네요 9 2014/01/15 3,676
341292 베일리스 아이리쉬 크림 아세요? 4 ^^ 2014/01/15 1,749
341291 원숭이띠들이 인간관계 깊게 얽히는 거 싫어한다는데.... 24 원숭이 2014/01/15 4,898
341290 흑화고 백화고중 어떤게 더좋아요??? 3 ^^ 2014/01/15 1,079
341289 진상고객될까봐 미리 여쭤봐요 13 고갱 2014/01/15 3,219
341288 가스통 할매 할배 뜻이 뭐예요? 3 몰라요 2014/01/15 6,300
341287 장례치른후 답례인사는 어떻게 하나요? 6 스텔라 2014/01/15 35,868
341286 휘슬러프로피 or 일반통5중 선택 도와주세요 도움 2014/01/15 1,133
341285 ”盧 前대통령 정신나간 인물” 게이츠 회고록 논란 7 세우실 2014/01/15 2,107
341284 냉장고 추천해주세요!!! 3 냉장고 사야.. 2014/01/15 1,253
341283 박끄네는 어찌 그리 촌스럽고 회귀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14 비교해보면 2014/01/15 2,527
341282 40대이신분들~ 3 bnm 2014/01/15 1,352
341281 김진표는 아빠어디가..를 포기하지 않는군요. 6 결국 2014/01/15 3,408
341280 다년간 해온 각종 운동 효과 비교 분석! 18 운동 2014/01/15 6,418
341279 꽃무늬패딩 2 ? ? ? 2014/01/15 1,837
341278 금주 금연해도 몸이 확 좋아지진 않나봐요. 1 남편 2014/01/15 1,772
341277 용돈으로 1억모은 남편 그후.. 17 용돈잘쓰기 2014/01/15 13,687
341276 3월 3일 부터 의사분들 파업 하시겠군요.. 잘될 수 있으려나요.. 루나틱 2014/01/15 610
341275 훌륭한 학부모들에게서 상처를 받습니다 22 태풍 2014/01/15 4,483
341274 시급직인데요..연말정산하는게 나을까요? 6 아로마 2014/01/15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