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봄에 둘째 세돌 지나면 어린이집 보낼 계획이에요.
여기가 지방이라 제 학력과 경력 자격증 등으로 취업은 어렵지 않아요,
일하던 어학원도 제가 일을 하고자 하면 파트타임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구요.
그런데 남편이 너무너무너무 반대를 합니다.
저는 일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여자가 살림과 일을 병행하는 것 당연하다 생각하는 입장이고,
아이러니하게도 남편도 역시 일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엄마는 집에만 있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어머님은 회사일을 하신게 아니고 가게를 하셨는데 남편이 자라면서 손님들 치닥거리하며 힘든 모습을 많이 봐서 싫답니다.
남편이 자영업을 하는데 수입은 당장 먹고 살 정도는 되지만
저축할 여유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츨도 많이 받은 상태에요.
경제적인 이유로도 일을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제 자신의 존재감을 위해 일을 하고 싶기도 해요.
아이들 웬만큼 키웠고 둘째까지 어린이집 가면 애들 없는 오후 몇시까지 뭘 하며 지낼지도 모르겠구요.
이러고 집에서 남편 돈만 받으며 지내려고 대학 마치고 유학도 다녀오고 치열하게 일도 했는가..
애들도 이제 점점 제 손길이 덜 필요할텐데 나는 이제 뭘 하는 사람인가..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던 일이 대학 신입생들 들어오면 기초 영어 수업하며 대학 생활 적응을 돕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어서
이제 한참 그 업무가 바빠질 때니 엊그제 같이 일했던 선생님이 좀 도울 수 있겠냐 연락이 왔어요.
오전 서너시간 정도 일이라 큰애는 어린이집 보내고 둘째는 오전에만 친정에 맡기고 하면 될 것 같은데
남편이 결사반대 해서 결국 안되겠다고 방금 그 선생님께 전화로 알리고 끊는데 아 정말 나는 뭔가 싶더라구요.
남편 성격이 한번 반대하면 결코 뜻을 거둘 사람이 아니라 제가 어떻게 해도 안될거라는거 알아요.
아 그런데 너무 갑갑해요. 너무너무 일이 하고 싶어요. 누구 엄마도 좋지만 제 이름 불리우며 사회생활 하고 싶어요.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도 받고 싶고.. 이 버려지는 시간들과 함께 제 존재도 그냥 묻혀져 가는거 같아서 슬픈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