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돌아가신 분 사진,찍으면 안되는 걸까요?

아까운 순간 조회수 : 6,646
작성일 : 2013-12-05 08:39:46

얼마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저희집과 친정은 한시간쯤 떨어져 있고 워낙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친정식구들이 병원에 도착한 10여분 이내에 생사가 바뀌었지요.

분향소에서,엄마와 함께 제일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았던 남동생이 휴대폰으로 찍은 아버지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워낙 오래 편찮으신데다 표정관리가 안 되던 병이라,되려 돌아가신 얼굴이 더 편안해 보이더군요.

그날 가염할 때 잠깐 아버지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땐 이미 안치실에서 차가워진 몸이라 얼굴이 동생의 사진처럼 좋지 않았습니다. 동생이 찍어둔 사진이 있는 게 너무 다행스럽더라고요.

그 다음날 입관할 때 한층 더 손질된(?) 아버지를 뵐 수 있었는데 마지막이란 생각에 아쉽고 슬프고 가슴은 아픈 와중에 저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면 안되나 하는 미련이 계속 남는 거예요.주변분들이 그만 울라고,아버지 편히 못가시겠다고 할만큼 슬피 울면서도 주머니 핸드폰을 꺼내고 싶은 생각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어요..아버지 얼굴 만져보고 제 얼굴 대 볼 수도 있으면서 그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 찍으면 안되나 내내 갈등했지요..

결국 다음날 발인과 화장장 입장(그 이후는 촬영금지가 명시돼 있더라고요)까지는 똑딱이 카메라로 짧은 동영상과 사진을 조금 남겼어요.워낙 검은 옷 투성이고 제대로 조준할 수 없는 경황이라 화질은 형편없지만 그나마 지금 남매들끼리 공유하며 아버지 생각 합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찍고 나오자마자도 찍고 자라는 매 순간 찍는데(사실 임산부의 부른 배를 찍거나 분만실에서 갓 태어난 아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말도 안되던 시절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 않나요?)  정말 헤어질 준비없이 헤어지게 되는 돌아가신 분의 사진은 찍으면 안 되나요..? 지금은 의미없는 유골단지만 덧없이 찍어대고 있네요..

IP : 122.32.xxx.129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2.5 8:43 AM (1.246.xxx.125)

    마음은 진실하지만 다른사람들의 오해를 살수있겠죠
    모인사람들에게 아버지 마지막 모습을 찍어서 당분간 보고싶을때 보겠다고 설명하고
    사진한두장 찍는다면 쓸데없는 오해의 소지가 없겠죠
    말안하면 다들 제각각으로 생각하니까요

  • 2. 헐..
    '13.12.5 8:46 AM (112.220.xxx.100)

    살아계실때 찍은 사진 보면 되잖아요
    왜 이미 죽은 모습을 찍나요?
    남들은 이런생각 전혀 못할텐데..
    남동생이나 님이나..참....

  • 3.
    '13.12.5 8:52 AM (175.223.xxx.75)

    유명한 사람들은 안치된 영상도 찍고 자료도 많은데... 님이 원하시면 찍어 간직하시고 싶으시면 하셔요.
    근데 저 개인적으로 돌아가신 사진을 다시 떠들어보고 싶진 않아요. 뭐랄까 이미 영혼이 사라진 육체가 주는 차가운 슬픔을 내가 사랑했던 분의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아요.
    생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요. ㅠㅠ
    제 친구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상태로 즉사했는데 임관전에 마지막으로 가서 보라고 떠밀던 친구오빠말을 거절했어요.
    살아서 누구보다 예쁘고 생기있던 그애의 마지막 참혹한 모습때문에 이전 그애에 대한 추억이 바뀔까봐 두려웠어요.
    가끔은 아름다운 시절을 기억해주는게 망자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을까싶어요. 위로드립니다.

  • 4. 그럴수도
    '13.12.5 8:52 AM (203.128.xxx.158) - 삭제된댓글

    있어 보여요
    내 부모의 마지막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것도 자식들 마음중에 하나겠지요
    이런건 님 판단하에 하세요
    누구말 듣고 할일은 아닌거 같네요

  • 5. ㅇㅇ
    '13.12.5 8:53 AM (125.177.xxx.154)

    살아계신 모습이 아니라 돌아가신 모습으로만 기억될것같아요

  • 6. 저 갖고 있어요
    '13.12.5 9:15 AM (59.17.xxx.30)

    저희엄마 미국서 돌아가시고 전 한국에서 도착지 천재이변으로 비행기티켓 못구해서 장례식 참석 못해서 오빠가 카톡으로 일일이 사진 찍어 보낸것중에 엄마가 관에 누어 계신 것 받아봤어요. 전 가끔 그거 보고 기억해요.

  • 7. 저는 원글님 이해해요
    '13.12.5 9:16 AM (68.36.xxx.177)

    워낙 오래 편찮으신데다 표정관리가 안 되던 병이라,되려 돌아가신 얼굴이 더 편안해 보이더군요.

    이렇게 쓰셨는데 이런 이유로 고통스럽고 힘들어하시던 생전모습보다 맘이 덜 아픈 사진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돌아가신 모습도 살아계신 모습도 다 같은 아버지의 모습이지 돌아가셨다고 영혼이 사라진 한갖 육체일 뿐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모습을 남긴다고 해서 이전의 좋은 기억들이 대체된다고도 생각지 않고요.
    사람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다 다를테니 내 잣대로 뭐라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원글님의 사랑하는 이의 모습은 원글님 마음 가는대로 간직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많이 힘드시겠네요.

  • 8. 염하는데
    '13.12.5 9:29 AM (114.204.xxx.66)

    동영상 촬영하는거 보고 낯설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후회하는 것보단 나을 거 같아요..
    하긴 관념의 차이라는게..
    몇 십년 전 외국에선 죽은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게 관례 혹은 유행이기도 했어요..
    사자들의 단체 사진까지도...

  • 9. 이해해 주시는 분들 계시네요
    '13.12.5 10:14 AM (122.32.xxx.129)

    언제고 분만실 쵤영처럼 망자에 대한 촬영이 유행하는 때가 오게 되면 변변한 아버지 사진 없이 그냥 헤어져 버린 걸 후회하게 될 것 같습니다.
    동영상은 울음소리가 들어가서 제 생각에도 좀 그렇고..평소에 늘 지니고 다니는 큰 카메라로 잠시 철판 깔고 남겨둘 걸 그랬나 봅니다.

    살아계실때 찍은 사진 보면 되잖아요
    왜 이미 죽은 모습을 찍나요?
    남들은 이런생각 전혀 못할텐데..
    남동생이나 님이나..참.... ...하신 댓글님,아버지가 십여년 제대로 된 표정을 짓지 못하셔서 되려 돌아가신 후가 핸섬하셨답니다..살아계실 떄의 사진으로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분들 부럽습니다.요며칠,납골당에 넣을 사진을 찾고 있는데 한번 넣으면 15년인가 바꿀 수 없다고 해서 심사숙고 중입니다.가장 최근의 웃으시는 모습이 2001년인가 그러네요.

  • 10. 나비
    '13.12.5 10:19 AM (210.220.xxx.133)

    몇년전 할머니 돌아가셔셔 염하는데요..
    장례지도사님이 사진찍으실분 찍으시라고 하시더라구요

    정말 편안한 모습이었거등요...

  • 11. 위위
    '13.12.5 10:40 AM (175.223.xxx.75)

    님 말씀 듣고 보니 그럴만도 하시군요. 오래 아프셨다니...
    전 할머니와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해요. 할머닌 너무나 평온하게 주무시는 모습이었구 아빠 사고후 병원에서 운명하셔서 평온보단 지쳐보였어요. 체게바라의 평전에 나오는 그의 마지막 사진처럼 차갑고 슬픈 모습.
    어차피 사진보단 맘속 기억속 아버지가 문득 떠오르겠죠.
    슬픔 잘 극복하시고 아버님 좋은곳 가시길 바랄께요.

  • 12. 바보엄마
    '13.12.5 12:59 PM (203.226.xxx.52)

    전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입관할 때 핸드폰으로 사진 찍었어요 엉엉 우는 와중에도 병원서 염 해주시는 분들께 허락받고. 사진 이따금 열어 보는데 저희 아버지 역시 말기암 통증이 심하셨던지라 그 마지막 모습이 되려 편안해 보이세요.

  • 13. ..
    '13.12.5 4:22 PM (180.65.xxx.196)

    남동생 가고 나서 여동생이 입관할때 사진 찍으려
    했는데 망설이다 안했다 하더군요

    처음 안치실에서 봤을땐 자는것같이
    평안해보였는데
    입관시에는 그렇지 않아서 그때
    사진은 있다해도 다시 보기 마음아플것 같아요

  • 14. 만일
    '13.12.5 7:11 PM (218.51.xxx.194)

    나죽고나서 죽은 모습 사진을 찍는다면 싫을 것 같아요. 아버지도 괜찮다하실 것같으면 안될거 없고 아니면 아니구요. 저는 장례 등은 망자가 원하는 모습이어야한다 생각해요. 이젠 싫다좋다 말씀하지 못하시잖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3378 to부정사와 동명사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17 ansduq.. 2014/01/21 2,852
343377 월세 원룸 관련해서ᆞ 2 2014/01/21 1,008
343376 본인이나 가족 중에 치질 있으신 분 8 궁금 2014/01/21 1,485
343375 꿈해몽 하시는분 있나요? 2 딸기케익 2014/01/21 761
343374 참신한 콩요리 뭐가 있을까요? 8 콩 콩 콩 2014/01/21 1,014
343373 임신사실 언제 어른들께 알리셨나요? 14 아... 2014/01/21 7,093
343372 정병두 대법관 후보, 모종의 거래-靑입김 의혹 1 악덕검사 2014/01/21 666
343371 새폰 사기엔 아깝고 방법알려주세요 3 핸폰분실후 2014/01/21 900
343370 추석이나, 설등 명절때.. 9 며느리 2014/01/21 1,401
343369 핫 게시글들을 봅니다. 3 2014/01/21 614
343368 조국 “운동권 출신들 아프면 아프다고 하자” 박상표 국장 애도 11 2014/01/21 1,873
343367 1억 올려달라는데 매매가랑 전세가가 1억5천 차이나요 16 전세값 2014/01/21 3,663
343366 카드정보유출에 이어 cj몰 포인트 도용은 뭔가요 ?? 구멍 숭숭 2014/01/21 711
343365 신혼 살림 장만 20 슈가 2014/01/21 4,819
343364 실내자전거 효과 있을까요? 7 실내자전거 2014/01/21 3,886
343363 진중권 ”창조경제 핵심은 박정희 모델 벗어나기” 세우실 2014/01/21 562
343362 대학 합격자발표날 5 ㅇㅇㅇㅇ 2014/01/21 2,310
343361 초등 영어, 수학 인강 추천 부탁드려요 5 초등5학년 2014/01/21 5,049
343360 아니 롯데카드 오늘 하루종일 전화 불통 4 얼척없어서 2014/01/21 1,639
343359 큐빅이 떨어졌는데, 붙여주는곳 있을까요? 6 ,,, 2014/01/21 1,374
343358 한의원에 가서 침 맞야야 빨리 나을까요? 3 넘어졌어요 2014/01/21 1,284
343357 조합아파트가 미분양 되면 치명적인거죠? 4 .. 2014/01/21 4,445
343356 참치죽을 할건데.. 6 음.. 2014/01/21 1,083
343355 캄보디아 살인진압도 한국정부 압력 의심 2 손전등 2014/01/21 1,022
343354 중국어 과외 하시는분 계신가요?^^ 3 ,,,, 2014/01/21 3,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