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저희집과 친정은 한시간쯤 떨어져 있고 워낙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친정식구들이 병원에 도착한 10여분 이내에 생사가 바뀌었지요.
분향소에서,엄마와 함께 제일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았던 남동생이 휴대폰으로 찍은 아버지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워낙 오래 편찮으신데다 표정관리가 안 되던 병이라,되려 돌아가신 얼굴이 더 편안해 보이더군요.
그날 가염할 때 잠깐 아버지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땐 이미 안치실에서 차가워진 몸이라 얼굴이 동생의 사진처럼 좋지 않았습니다. 동생이 찍어둔 사진이 있는 게 너무 다행스럽더라고요.
그 다음날 입관할 때 한층 더 손질된(?) 아버지를 뵐 수 있었는데 마지막이란 생각에 아쉽고 슬프고 가슴은 아픈 와중에 저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면 안되나 하는 미련이 계속 남는 거예요.주변분들이 그만 울라고,아버지 편히 못가시겠다고 할만큼 슬피 울면서도 주머니 핸드폰을 꺼내고 싶은 생각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어요..아버지 얼굴 만져보고 제 얼굴 대 볼 수도 있으면서 그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 찍으면 안되나 내내 갈등했지요..
결국 다음날 발인과 화장장 입장(그 이후는 촬영금지가 명시돼 있더라고요)까지는 똑딱이 카메라로 짧은 동영상과 사진을 조금 남겼어요.워낙 검은 옷 투성이고 제대로 조준할 수 없는 경황이라 화질은 형편없지만 그나마 지금 남매들끼리 공유하며 아버지 생각 합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찍고 나오자마자도 찍고 자라는 매 순간 찍는데(사실 임산부의 부른 배를 찍거나 분만실에서 갓 태어난 아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말도 안되던 시절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 않나요?) 정말 헤어질 준비없이 헤어지게 되는 돌아가신 분의 사진은 찍으면 안 되나요..? 지금은 의미없는 유골단지만 덧없이 찍어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