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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보고싶은 외할머니

오늘 조회수 : 777
작성일 : 2013-11-29 10:03:24
1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넘 보고싶네요
손주들 중에 제가 좀 각별한 사이였죠
제가 고등학교때 서울로 혼자 올라오게됐는데 그때부터 외할머니,외할아버지랑 살았어요
당시 외할아버지는 중풍 온 후 절 잘 못알아보시는 정도셨고 외할머니가 할아버지 수발하면서 제 밥도 챙겨주시고 그랬죠

고3때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제가 대학입학하면서 할머니랑 둘이서 학교 근처로 이사를 와서 살았어요
할머니댁은 낡은 건물 3층이었고 아파트는 새로 지은 곳이니깐 할머니가 상당히 좋아하셨죠. 
그렇게 전세로 2년 살고..

할머니가 당뇨가 있으셨는데 병세가 나빠지셔서 병원을 자주 가야 하게 되어서 학교랑은 멀어졌지만 병원 근처로 다시 이사를 갔어요. 저는 이때부터 계속 혼자 살겠다고 했는데 엄마가 반대하셨고요. 보수적이셔서..
그리고 그 전세도 끝날 무렵 도저히 멀어서 안되겠다고 제가 고집부려서 다시 학교 근처로 이사왔어요
할머니랑은 1년 정도 이 집에서 살았는데..이때 기억이 참 많이 나요.
왜 1년밖에 같이 안 살았냐면 
할머니께서 점점 신장투석 하고 그런 횟수가 많아지면서 아예 입원을 하시게 된거죠
그때부터 7년을 할머니는 병원에 계셨네요
저는 자주 못 찾아뵈었어요...
가끔 가면 정말 좋아하셨는데
가면 이상하게 눈물 나고 슬퍼져서 못 가겠더라고요. 바쁘다는 핑계도 물론 있었구요.
그래도 자주 갈걸..지금은 가고싶어도 못가니까..
할머니한테 못되게 대한것들이 자꾸 생각나요. 같이 살면서 짜증도 엄청 많이 냈고.. 할머니가 저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하면 짜증내고, 할머니가 저 경상도기집애 성깔이 못돼쳐먹어서 시집이나 가겠냐고 뭐라 하면 또 짜증내고.. 
또 한번은 .. 할머니께서 병원에 계실때 계속 누워계시니까 나중엔 허벅지가 진짜 뼈밖에 안 남게 되더라고요. 원래는 뚱뚱하셨었는데.. 눈도 백내장 오셔서 잘 안보이셔서 코앞까지 가야 누구 왔구나 아시고.. 그 모습을 하시고서는, 너랑 **동 살때가 좋았다면서 그때 참 좋았어 라고 넘 슬프게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때 노인정도 가시고 절에도 가시고 활동적이게 즐겁게 사시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너무 슬프더라구요..뭐라 말할수없이 슬펐어요
그 시절이 다시 오지 않는 게.. 그렇게 가버린게요.
지금은 할머니가 병원에라도 계셨으면 하지만요.
할머니가 제 결혼식엔 못오셨지만 그래도 결혼하기 전에 남편 데리고 병원에 찾아뵌게 그나마 너무 다행이에요..
그게 정말 저한테 위안이 되네요 우습지만..
이상하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꿈에 많이 나오세요. 무슨 영혼이 찾아오고 그런건아닌거같고 그냥 제가 그리워해서 나오는거 같아요
평소에는 그냥 잊어버린채로 살지만 가끔씩 할머니 생각날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가슴속이 휑하고, 눈물도 나요
누군가, 사랑하는 가족이 죽는다는 게 이런 건가 봐요 
할머니가 계실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확실히 다른 거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오버 같지만 뭔가 치유될수없는 슬픔을 갖게된 사람 갖기도 하고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질텐데..이런 느낌을, 이런 구멍을 여러개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참.. 
물론 어떻게든 살아는지겠지만 그냥..다른 거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인생은 즐겁구나 하고 살다가, 벗겨지지 않는 우울을 한겹 선사받은 느낌이에요.
나중에..엄마 아빠 그리고 시부모님도.. 그런 생각 안해야겠지만 생각이 들면 참 무섭네요.
인간의 유한함..삶이 죽음을 향해 가는 거라는 말이 실감이 나기도 하고.. 
이런 그리운 마음은, 혼자 갖고있는거보다 누군가와 얘기하는게 나을거같아서 엄마한테 외할머니 꿈에나온거 얘기도하고 그래요. 근데 저희엄마는 감정표현을 잘 안하는 성격이라 그냥 외할머니가 널 많이 예뻐하셨지ㅡ 하시고 엄마도 할머니가 그립다거나 그런말은 잘 안하세요.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건요..제가 회사를 옮기게돼서 새로운 곳으로 출근을 하는데, 영동대교 밑에서 유턴해서 강변북로 타는 그 쪽.. 인적이 좀 없는 편인 그쪽에서 어떤 할머니가 걸어오시더라구요
근데 저희 외할머니랑 너무 닮은거에요.  돌아가시기 10년전쯤 좀 건강하실때의 모습이랑요.. 
그래서 빤히 쳐다봤어요
근데 그분을 이틀 연속으로 봤어요. 둘쨋날은 집에서 5분 늦게나왔는데 그분도 5분 늦게 나오셨나봐요
차 세우고 말 걸고 싶더라고요...
회사와서도 계속 생각나고 기분이 이상하네요 할머니 보고싶고..
이렇게 그리운 사람..있는 분들 많으시겠죠?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IP : 211.181.xxx.3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abelle
    '13.11.29 10:38 AM (210.115.xxx.46)

    저는 어릴때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살아계시는데 저 사느라 바빠서 자주 찾아뵙질 못하고 있어요.ㅜㅜ
    그나마 시댁과 외가가 가까워서, 명절땐 꼭 찾아뵈니까 다행은 다행인데...

    대학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할머니가 저를 참 이뻐하셨어요. 늘 자랑스러워 하시고...
    생전에 계실땐 친할머니와 큰 정이 없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지금 사는 모습 보시면 좋아하실텐데 싶어서 시시때때로 생각나고 보고싶어요.

    글을 참 잘 쓰셔서.... 저도 막 눈물이 나네요.

  • 2. 그리움
    '13.11.29 11:03 AM (119.195.xxx.145)

    제게도 외할머니는 참 그리운 분이세요..
    멀리계셔서 일년에 한두번밖에 못뵈었지만..
    제 결혼식때는 건강이 많이 안좋으셔서 못오셨는데
    외삼촌편으로 보내신 축의금 봉투에 참 마음이 아릿했네요.
    제가 첫애낳고 두달쯤뒤 돌아가셨는데..ㅜㅠ
    친정엄마는 늘 그말씀하셔요
    시부모 모시느라 내부모 생신때도 못가고
    갈수있는 때가오니.. 부모님이 안계시더라는..
    부쩍 나이드신 엄마얼굴에서 외할머니가 겹쳐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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