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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점심을 먹기가 어려울 정도로 상대방의 전화가 울려댔다. “무슨 일 났어요? 뉴스에 CJ 현안 없던데?” 간만에 약속을 잡고 만난 CJ의 한 인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답했다. “영화 <변호인> 제작보고회를 CGV 압구정점에서 했다잖아. 우리가 제작한 것도, 배급한 것도 아니라 이 영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데, 제작보고회를 CGV에서 했다는 기사 때문에 혹여 구설에 오르지 않을까 비상이야. 수많은 지점에서 각자 돈 벌겠다고 대관하는 것까지 일일이 다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개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너의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반응은 과해 보였다. 그만큼 <변호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고, 이런 논란의 파장에 문화계가 취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 <변호인>이 화제인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을 모델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친노’ 대 ‘반노’의 평점 전쟁이 한창이다. 평점 주기에 참여한 사람만 벌써 1만7000명을 넘었는데(이미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친구2>의 평점 주기에 참여한 사람은 5000여 명), 만점인 10점 아니면 최하점인 1점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극우 사이트로 알려진 ‘일베’에서는 단체로 1점 주기 운동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선닷컴>은 주인공을 맡은 배우 송강호를 겨냥해 “(<설국열차> <관상>에 이어 <변호인>까지 출연하는 걸 보니) 급전이 필요한 모양”이라는 비아냥까지 내놓은 판이다.
이런 와중에 “<설국열차>와 <관상>이 이달 초 런던 한국영화제 개막작에서 제외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라는 한 영화제작자의 고백(이번 호 62~63쪽 기사)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문화계의 권력 눈치보기가 도를 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에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에서 일부 작품이 청와대 압력으로 전시되지 못했다는 폭로도 그렇고, 이외수 작가가 출연했다는 이유로 새누리당 의원의 집중 공격을 받은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이 작가 출연분을 통째로 편집하겠다고 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정계에 입문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를 롤모델로 하다가는 경제는 성과가 없고 민주주의만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정은 군 출신과 공안검사 출신이 죄다 장악하고, 여당은 1년 내내 검찰과 국정원 뒤치다꺼리만 하고, 청와대 경호원과 국회의원이 전례 없이 드잡이하는 일이 발생하는 건 궤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것이다.
임계점을 넘는다 싶으면 반동이 생기는 법. 11월22일 천주교 전주교구에서 처음으로 ‘박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한 것은 그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청와대는 불쾌하다고만 하지 말고, 통치 대신 정치를 가동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