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힘이 있을 땐 모른다

-_- 조회수 : 1,523
작성일 : 2013-11-26 08:48:11
http://hani.co.kr/arti/opinion/column/612634.html?_fr=mr1
어떤 정권이든 권력형 비리나 인사 전횡으로 인한 패가망신은 단골 메뉴다. 
최고권력자를 향한 권력 실세들의 과보호 행태 또한 그렇다. 
그런 순간 균형감각이란 눈 씻고 찾으려 해도 없다. 
권력형 청맹과니가 되어서다.
 눈을 뜨고 있되 앞을 보지 못한다. 
뒤늦은 후회와 깨달음은 권력이 사라진 다음에야 온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향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질타는 
청맹과니 같은 발언처럼 느껴진다. 
감히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사제단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겠지만 
이번에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그는 ‘사제복 뒤에 숨어서 대한민국 정부를 끌어내리려는 
반국가적 행위를 벌이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제대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사제복을 벗고 말씀하셔야 한다’고 일갈했다.
 남다른 정보력과 인맥, 최고권력자의 신임으로 막강실세라 불린다는 
윤상현 의원다운 과감한 발언이다. 하지만 도를 넘었다. 
그건 그의 표현대로 ‘국가원수를 폄훼하는 용납될 수 없는 언행’ 따위를 뛰어넘는 막장의 언어다.
 윤 의원의 세계에선 그럴지 몰라도 세상에서 국가원수를 폄훼하는 언행이 최고로 중차대한 
사안은 아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정치집단이나 관변단체가 아니다. 
최고권력자의 종교나 정치성향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어떤 정권에서든 종교적 양심과 정의에 반하는 일들에 대해서 죽비를 들어 
깨우침을 준 한국 사회의 허파 같은 조직이다. 
지난 40년간 그래 왔다. 
국회의원 배지 떼고 사제복 벗고 만나서 이종격투기라도 하겠다는 심사가 아니라면 
사과하고 철회해야 마땅한 발언이다. 
물론 윤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권력의 중심부에 있을 땐 자기 객관화가 쉽지 않다. 
자기 행위는 동기부터 이해하고 남의 행위는 현상부터 받아들이려는 인간의 속성이 극대화된다.
 권력은 유한한 것이라는 속성을 관념에서만 받아들일 뿐 현실로 인지하지 못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스타들이 훗날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것은
 자신의 인기가 사그라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루에 1000통 넘게 오던 팬레터가 어느 날부터 누가 채간 것처럼 한 통도 
안 오는 현실이 올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겠나. 
권력은 대체로 임기가 정해져 있다. 
어느 시점부터 힘이 소멸될 것인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평범한 직장인들조차 은퇴한 뒤에야 현직 프리미엄에서 비롯한 
현실적 오해와 착각이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한다고 고백할 정도다.

전두환 같은 최고권력자 출신은 단임제 실천을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운다. 
그 기저에는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종신 대통령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포기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희생정신이 있다. 
물론 대단한 착각이다.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는 그나 측근이나 그런 인식이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으리라.

인간은 자기 존재감이 극대화될 때 ‘살아 있네!’란 느낌을 생생하게 실감한다. 
내 일거수일투족에 의미를 부여하고 내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현직 권력은 
그런 점에서 뿌리칠 수 없는 중독물질에 가깝다. 
‘자기’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반응 앞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제를 못한다. 
권력엔 그런 속성이 많다. 권력에 중독되는 이유다.

힘이 있을 땐 그런 것들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달라진다. 
한가하거나 관념적인 명제가 아니다. 
물레방아처럼 반복되는 역사적 삽질을 방지하는 실천적 솔루션이다. 
윤상현 의원 같은 현직 실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IP : 211.220.xxx.15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패랭이꽃
    '13.11.26 8:56 AM (186.135.xxx.34)

    그렇죠. 아무리 서슬퍼렇던 권력도 다 끝이 있더라고요.
    화무십일홍. 박근혜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그녀가 당선되어서 박정희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가 깨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녀가 그 동안 선거에 나서서 얼마나 많이 한나라당이 이겼나요. 이제 그 우상이 깨질 때가 되었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그녀를 통해 박근혜라는 우상이 깨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깨질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주위 사람들이 이명박 때보다 오히려 더 기괴하거든요.

  • 2. 맞아요.
    '13.11.26 9:08 AM (211.114.xxx.169)

    박통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시대가
    드디어 오는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4722 과도한 사교육비가 노후 대책을 갉아 먹고 있다고.. 4 ..... 2013/12/26 2,094
334721 안면윤곽+광대수술 5 성형 2013/12/26 2,964
334720 실크 벽지위에 페인트 그위에 도배.. 안될까요.. 8 도배 2013/12/26 12,318
334719 "변호인"을 보고 안철수의원 트윗 90 .. 2013/12/26 10,789
334718 전철에서 통화하는것이 두 사람이 얘기하는것보다 더 거슬리는 이유.. 4 너무 까칠한.. 2013/12/26 1,288
334717 겔랑 빠뤼르 골드 파운데이션 vs 입생로랑 르 땡 파운데이션 2 .. 2013/12/26 4,640
334716 what's cooking? 에 적당한 대답은 뭘까여? 4 맹금순 2013/12/26 904
334715 민간자본 아닌 국민연금, 철도 민영화 아니다? 1 아엠피터-펌.. 2013/12/26 657
334714 문구의 세계에 눈뜨다 14 다 사주시나.. 2013/12/26 3,133
334713 전라도쪽으로 여행가려는데 좋은 곳 추천 부탁드려요 6 남도여행 2013/12/26 1,356
334712 호주 ABC, 한국 국민 총체적 분노 분출 light7.. 2013/12/26 1,331
334711 "성탄절인데 JTBC 기자는 절에 가있네요.".. 4 그네코 2013/12/26 1,762
334710 네티든들 대박 발사 ㅡ닭장속 7인의 내시들 1 7인싀 내시.. 2013/12/26 1,073
334709 캭~(변호인)송강호님,임시완님,곽도원님 무대인사(경기도)~^^ 11 (변호인)3.. 2013/12/26 2,213
334708 지금 이 시간에 스타벅스가 미어터져요. 나는 언제 이런 집 주.. 11 ㅠㅠㅠ 2013/12/26 3,663
334707 오빠 몰래 빚을 졌던 새언니 후기 13 --; 2013/12/26 15,304
334706 자동차극장은 관객몇명으로 통계를 잡나요? 도현잉 2013/12/26 847
334705 미국 사시는 분들 건성용 기초 화장품 추천 좀 해주세요. 2 ... 2013/12/26 2,383
334704 아들만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상사. 9 아..ㅡㅡ 2013/12/26 1,569
334703 여자도 나이많은 남자 싫어해요 26 푸른 2013/12/26 9,279
334702 신라호텔 파크뷰 먹을만한가요? 7 퐁포 2013/12/26 1,880
334701 12월 26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1 세우실 2013/12/26 546
334700 변호인 봤지만 감동이나 눈물 흘리지 않았아요. 왜냐..... 12 82죽순이지.. 2013/12/26 2,680
334699 별에서온그대에서요 김수현이 전지현구두 왜 감춘거예요? 2 알려주세요 2013/12/26 3,059
334698 영화(변호인)관람객수관련 궁금점?의문점? 1 그립습니다 2013/12/26 1,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