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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살면서 아찔하게 당황했던 기억 풀어놔 봅시다

// 조회수 : 1,769
작성일 : 2013-11-21 01:11:36

저희 동네 지하철역 앞에 그 '도를 아십니까' 팀(?)이 좍 깔려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세요.

저한테 '덕 있어 보입니다.' 혹은 '복 있게 생기셨어요.' 뭐 이런 상투적인 말을 하는데 화가 나더라구요.

전 지지리 복도 없고 지병도 있고 요즘 딱히 되는 일도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짜증을 내긴 미안하고

화장실이 급하다든지...(참 없어보이는 변명...ㅠㅠ)  약속 있어요...(당근 없었죠) 뭐 대충 이렇게 무마하는데

끈질기게 쫓아오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참다 못해서 대꾸를 안 하거나 화난 표정으로 못 들은 척을 했는데

그것도 안 먹히는 날이 오더라구요. (인내심의 한계....;;;;) 결국 '전 말을 못합니다.' 그걸 수화는 아니고

손짓, 발짓까지 하면서 그 열통 터지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연기까지 했는데 (장애인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반전은....!!!!

그분이 진짜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저를 따라오면서 '전 수화가 가능하니까 말씀하세요.'

저는 수화는 두어 가지 밖에 몰랐는데 이분이 입으로 말씀하시면서 수화를 같이 하시는 겁니다. 레알 대박 사건이죠.

쪽팔린 건 둘째 치고, 볼이 화끈거리는 데다 그 다음에 연기력이 안 따라주는 거죠...한 마디로. ㅠㅠ

결국 전 꽁지가 빠지게 뛰어서 가까운 쇼핑몰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래서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하는구나...;;;

그걸 절감했습니다. 그후에 같은 상황이 닥치면 정중하게 최대한 거절을 하거나 대답을 안 하는 걸로 떼웁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억이 있으셨나요? 야심한 밤에 이런 저런 사연이 듣고 싶네요.

 

IP : 175.194.xxx.22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huna
    '13.11.21 1:26 AM (113.10.xxx.218)

    ㅎㅎㅎ 생각하니 재밌네요.
    저도 비슷하게 길가다가 어떤 여자분이 길을 물어보더니 다시 와서는 저에게 이것저것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부모덕은 없고 자수성가 해야될 스타일이고
    덕을 많이 쌓아야되니 주변에 많이 배풀고 어려운 사람 도와주랍니다.
    그래서 네 ㅎㅎ 하고 웃었어요. 그랬다니 자기들이 지금 어려우니 자기들을 도와달랍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됐습니다 하고 길 가려는데 그럼 카페가서 커피 한잔씩만 사달랍니다. (옆에 한분이 더 계셨어요)
    그래서 됐다고 자꾸 이러시면 나쁜 의도로 접근한가라고 생각하겠다 하고 딱 자르니까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더군요. 그래서 도망왔구요.
    또 한번은 지하철역에서 어떤 아저씨가 자기가 왕십린지 어디를 가는데 버스타는데를 모르겠다며 저더러 데려다달라고 하더라구요.
    지하철도 아니고 버스는 저도 모르고 제가 데려다줄 유도 없도 그래서 됐다고 하고선 길 가는데 뒤에서 소리소리 지르면서 대한민국이 왜 이모양이 됐냐고 막 소리지르면서 울부짖는거에요.
    뒤에서 달려와서 한대 칠까봐 저는 뛰지도 못하고 빠른걸음으로 도망오는데 집에 와서까지 심장이 뛰고 진정이 안되더라구요.

  • 2. ㅎㅎ
    '13.11.21 2:35 AM (166.48.xxx.62)

    오십평생 털어놓지않았던..지금도 가끔가끔생각나 얼굴붉어지게 만드는..때는 나 중학교 이학년 여름날이었다.
    하숙을 업으로 하시던 큰고모댁에 남동생이랑 놀러갔는데..그 하숙생중에 잘생긴동갑아이가있었는데..부끄러워 쳐다보지도 못하던때..아뭏든 생각만해도 즐겁던그때.
    아.. 운명에 그날밤 오줌이마려워 동생델고 나간곳이 밖에있던 수돗가..가끔 고모가 거기서 볼일을 보시길레..죄송(그땐그랬어요)
    별보며 동생이랑 두런두런 하며 시원하게 볼일보는데
    아 글쎄ㅠㅠㅠ저쪽 어두운데서 그 아이가 나오다가 본인도 사태가 ,나오면 안돼는걸 감지했는지 ..핵 하고 돌아가더이다.
    오줌은 봇물처럼 나와 소리줄일수도 없는상태..
    그다음날로 도망나와 그아이를 다신 보질않았지만..
    아이고 제 평생 이처럼 당황했던 기억은 아직없어요.ㅎㅎ얼굴 ,이름,아직도 기억해요.

  • 3. 야밤에 넘 재밌어요. ㅋㅋㅋ
    '13.11.21 3:02 AM (182.210.xxx.57)

    글쓴님과 비슷한 기억 하나 있네요.
    제가 감기가 심해서 마스크를 하고 10년도 전에 전철을 타러 가서 표파는 곳에
    말하기도 귀찮고 해서 손가락 검지만 들고 한개달란 표시를 했습죠
    마침 패스도 떨어져서 돈 천원인가를 내밀었는데...
    그분이 표하나를 줬는데 보니 반값되 장애인 표를 주셨던 거예요.
    ㅎㅎ

  • 4. ..
    '13.11.21 4:15 AM (122.36.xxx.75)

    원글님 대박 ㅋㅋㅋㅋㅋㅋㅋ

    20대때 지하도 지나가는데 어떤아저씨가 날자세히보드만 왕비의관상이라고 말 하고 획! 지나가더군요
    순간 속으로 미친늠이 보는눈은 있네라고 혼자 자뻑한 기억이나네요 ㅋㅋ

  • 5. akfck
    '13.11.21 6:04 AM (211.201.xxx.119)

    제 이야기가 최고일껍니다.20년전쯤 대학교 3학년때쯤 한창 멋내고 이쁠때라 긴생머리에 화장도 좀 하고

    그당시 유행하던 오렌지빛 립스틱도 바르고 고소영 귀걸이 링귀걸이도 하고 제법 세련된 여대생이었던 적이

    있었어요, 화장은 립스틱이 전부였지만 세련되고 나름 유행에 뒤처지지 않게 잘 다녔지요 남학생들의 인기도

    독차지한적이 있었던 그런 젊은 날들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3호선 압구정 지하철역에 현대백화점서 약속을

    해서 친구 만나러 가는데 어떤 40대로 보이는 정말 말 그대로 머리숱도 그닥 없는 인상도 무섭게 생긴 아저씨

    가 저를 붙잡는거에요,, 압구정역 개찰구에서 ,,,깜짝 놀라 왜그러냐고 하니 그 아저씨가 하는말이 농촌에서

    장가를 못가서 서울로 무조건 색시감을 구하러 왔다는거에요, 제법 남학생들에게 인기도 있어서 잘난줄 알고

    살았던 제게 그 아저씨가 이런말을 하더군요.. 아가씨는 착하게 생겨 일도 잘하고 애도 잘 낳고 생겼다고,,,

    저 넘 넘 멘붕 왔고 정말 기막혔지만 아저씨가 무서워서 남자친구 만나러 가는거라고 애인 있다고 막 거짓말을 하니까(남친 없었어요 그당시)-- 그 아저씨가 한말...우리집은 소도 있고 경운기도 있어요, 이러셨어요,

    친구가 마침 저를 만나러 지하철 역에 오는길에 저를 보고 같이 합세해서 도망갈수 있었지요,

    지금도 20년이 되어가도 그 아저씨 얼굴은 잊혀지지 않아요 자신감에 가득찼던 농촌 노총각 부자 아저씨..ㅜㅜ
    그후로 제 얼굴은 일잘하고 애 잘낳게 생겻구나 그러고 맘먹고 사네요 ㅎㅎ

  • 6. 오십 아짐
    '13.11.21 6:45 AM (166.48.xxx.62)

    윗님대박. 내가 졌소이다.

  • 7. ...
    '13.11.21 1:56 PM (61.42.xxx.3)

    최근에 읽은 글 들 중에 제일 웃겨요 다들...감사합니다. 빵터지게 해주셨어요

  • 8. ..
    '13.11.21 3:03 PM (122.36.xxx.75)

    211님 농촌 대머리 노총각이 여자보쌈하러 서울상경했나보네요ㅋㅋㅋ 대박~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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