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정 엄마' 내용 중에서...

눈물 한바가지 조회수 : 608
작성일 : 2013-11-19 11:54:00
  우리 4남매는 살금살금 뒷곁으로 가 보았다. 그랬더니 거기엔 입술이 터져 멍이 들고,
얼굴이 퉁퉁 부은 엄마가 훌쩍이며 앉아서 쌀을 씻고 계셨다. 우리는 엄마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괙를 다 외로 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엄마가 쌀 씻던 손을 멈추고 우리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막내 동생은 얼른 달려가 안기고 다른 동생들은 천천히 다가갔지만 나는 그냥 서서 엄마를 쏘아보고 있었다.
바보 같은 엄마가 너무 싫어서, 엄마가 동생들을 안고 소리 죽여 우시며 나는 괜찮다는 말을 계속 되뇌이셨다.
잠시 후 내게 이리 오라고손짓을 하셔서 내가 다가가 옆에 앉았더니 엄마는 대뜸 그러신다.

  "배고프지? 얼른 밥히서 먹자."
  "엄마, 아빠랑 살지마. 잘못도 없는 엄마를 맨날 때리잖아."
  "아빠랑 안 살았으믄 좋겄냐?"
  "이혼해, 아니면 서울로 도망가서 식모살이라도 허든지. 왜 맨날 이렇게 맞고 살어?"

  그러자 엄마는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조용히 말씀하셨다.
  "나라고왜 그런 생각 안 히봤겄냐? 이렇게 짐승같이 사느니 죽을라고도 생각히 보고, 
어디 가믄 이 목구멍 하나 풀칠 못허겄냐 싶어서 도망갈라고도 생각히 봤다."
  "근데 왜 못혀?"
  
  엄마는 나를 빤히 쳐다보시며 살짝 웃으시고는
  "너 땜시...너 땜시 이러고 산다/"
  "왜? 왜 나 땜시?"
  "내가 없으믄 니가 젤로 고생이여. 내가 ㅎ던 일 니가 다 히야 헐것 아녀. 밥허고, 빨래허고, 
동생들 치닥거리허고...핵교도 지대로 다닐랑가도 모르고...나 고생 안 헐라고 내 새끼 똥구덩이에 밀어넣겄냐?
나 없어지믄 니 인생 불 보듯 뻔헌디, 우리 새끼 인생 조져버리는 일을 내가 왜 혀. 나 하나 참으믄 될 것을."

  그렇게 맞으면서도 참고 사시는 엄가가 바보 같고 싫었는데 그게 다 나 때문이란다.
나 때문에 엄가가 집안을 지키고 계시는 거란다. 엄마의 깊은 사랑을 모르고 나는 엄마를 바보라고 생각했다.
매맞으면서도 찍 소리도 못하고 사는 엄마를 미워하고 싫어하기도 했는데 엄마는 길고 넓게 못난 딸의 인생과 미래를
생각하고 계셨던 거다.
어린 아였지만 그건 정말 충격이였다.

  나 때문에 엄마가 엄마의 인생을 포기하고 모진 매를 견디며 산다는게. 아마, 난 그때부터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해진 거 샅다. 절대 엄마를 속상하게 하지 않겠다는 결심. 내가 잘 돼서 엄마의 이런 희생이 
절대 후회스럽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

  불쌍한 우리 엄마, 나 때문에 가슴 아픈 일은 절대 없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

읽으면서 많이도 울었네요...

우리네 엄마들은 왜이리 희생하시면서 사셨을까요?

저는 이혼의 1순위가 폭력이라고 (뺨 한 대라도) 각인 시키고 있는데..

자식을 위해 저렇게 전 못 할것 같네요..


이젠 반백발 되신 엄마가 보고 싶어집니다...



IP : 210.103.xxx.3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8381 혼자 1박2일... 어디로 갈까요? 3 여행 2013/12/08 1,181
    328380 노인돌보미 아주머니가 친구를 매일데려오신대요 13 ㅡㅡ;; 2013/12/08 4,364
    328379 부러운 고양이의 묘기 우꼬살자 2013/12/08 791
    328378 일요일 밤 지하철에서 눈물이 흘렀네요... 33 .... 2013/12/08 10,250
    328377 타워팰리스 룸메이트 구한다네요 6 90 2013/12/08 6,014
    328376 아무리 말려도 제 팔자 꼬는 여자들 특징이 44 ........ 2013/12/08 19,698
    328375 윗집 온수파이프 파열로 글 올렸던... 천정에 물이.. 2013/12/08 655
    328374 공부도 제대로 하면 힘들 3 2013/12/08 1,159
    328373 이 시국엔 이명박이 다시 나와도 대통령 되겠네요..ㅠㅠ 15 답답... 2013/12/08 1,573
    328372 국정원 트위터 계정 2600개 돌려... 2 ..... 2013/12/08 616
    328371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되네요. 4 중학생 2013/12/08 1,166
    328370 인간극장에 나왔던 홍유진 학생이 서울대 합격했네요.. 10 가벼운날개 2013/12/08 23,971
    328369 [인터뷰] 장하나 민주당 의원 "국정원 트위터 글 22.. 9 우리는 2013/12/08 1,079
    328368 제발~~ 9 싸요 2013/12/08 997
    328367 장하나의 발언...진짜 민의를 대변한 것! 3 손전등 2013/12/08 794
    328366 초3 남자아이 생일잔치 4 생일 2013/12/08 1,243
    328365 경영과 국제무역 중에서.. 4 최선을다하자.. 2013/12/08 771
    328364 새로 산 김치냉장고 소음이요... 6 .. 2013/12/08 3,446
    328363 호주 여행 유심칩 질문이요... !~~ 4 호주 2013/12/08 1,979
    328362 유학가면 시야가 많이 5 ds 2013/12/08 2,286
    328361 미샤 화장품 질문이요...? 4 ... 2013/12/08 2,014
    328360 철도 민영화 밀어붙이려나보네요 8 지금 뉴스 2013/12/08 1,060
    328359 연아팬 코스프레 글들 14 난알아요요요.. 2013/12/08 2,243
    328358 동생부부덕에 친정과 사이가 참 좋아요.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 2 ..... .. 2013/12/08 1,954
    328357 2004년 2월 27일 한나라당이 한일~ 1 대선불복증거.. 2013/12/08 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