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82에 대기업 인사팀 출신분이 쓰신 대학진학글이 화제였나 봅니다.
동의하는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그분보다 경력이 짧으니 그쪽으론 가만히 있을게요 ㅎㅎ
대신 저는 인사팀에서 근무하면서 본 아저씨들의 비자금 만들기 천태만상과 해결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특별히 아저씨라고 쓴 이유는, 여자분들은 한번도 그런 경우가 없었거든요 ㅎㅎ.
1. 급여 자체를 통째로 속이기
가장 대담한 분들이 하시는 방법입니다. 이번달 통장에 찍힌 급여가 400이면, 그 통장에서 보내는 사람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바꿔서 300만원만 '급여'라고 찍어 다른 통장으로 송금하는 것이지요. 와이프가 회사를 다녀본적이 없는 분의 경우 많이 사용합니다. 이 경우 다른 수당들도 꿀꺽 하시는 경우가 많구요.
->해결책: 월별 급여명세서, 혹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이건 1년단위)를 받습니다. 여기 보면 친절하게 과세후 소득, 그러니까 통장에 찍혔어야 하는 금액이 나와요. 그걸 왜 보자고 하시면 연말정산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려고 한다고 하심 되요. 아님 실제 연말정산 할때 확인하심 되구요. 근데 월 10만원~30만원 정도 차이날수가 있거든요? 그건 식대랑 차량 지원비는 비과세라서 다른 항목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찾아서 더해보심 됩니다.
2. 인센티브, 상여, 보너스, 출장비 등등 다른 통장으로 받기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에요. 월급이 매월 1/12로 나오는 회사는 드물어요. 한국회사는 특히 퇴직금 평균임금 계산등을 적게 해주려고 월급을 들쭉날쭉 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기본급+상여(보통 두세달에 한번)+인센티브(분기 혹은 반년, 연간 1회. 회사마다 다름)+보너스(부정기적) 이런식으로 월급을 주는데, 이중 인센티브나 보너스를 많이들 숨기십니다.
방법은, 통장을 두개 지정할수가 있거든요. 예를들면 기본급여는 이 통장에 주시고, 인센티브나 보너스는 다른 통장에 달라는 분이 많아요. 비슷한걸로 우리사주 배당금(주로 외국계기업 고위직에 많아요)이 있는데, 전 사장님께서 4:6으로 나눠서 다른 통장에 넣어달라고 하셔서 진땀 흘린 경우도 있었다는요 ;;
->해결책: 역시 월별 급여명세서, 혹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확인한다. '상여'란 항목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항목은 회사마다 다르답니다.
3. 복지 포인트, 각종 복지혜택
아래 글 쓴분도 계시지만 요즘 선택적 복리후생이라고 현금처럼 복지 포인트 쓰게 해주는 회사가 많잖아요. 이것도 월별 급여명세서와 근로소득 원천영수증 보시면 나와요. 그런데 월별로 쪼개 쓰면 쪼개서 급여에 합쳐지는 경우가 있어서 회사에 따라 보기 힘들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복리후생 규정을 하나 프린트 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취업규칙'에 있는 경우도 있구요. 거기 정관으로 들어있어요. 아니면 보통 입사할때 책으로 한권 주는데.. 거기 회사 복리후생규정 다들어있어요.
결혼시 축하금, 장인장모 칠순 등등 회사에 따라 복지혜택을 현금으로 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역시 복리후생규정 보시면 다 나오구요.
5년 장기근속, 10년 장기근속시 선물이나 상품권 주는 회사도 많아요. 챙겨보세요 ㅎㅎ 근데 이 모든 회사에서 지급하는 금품은 월별 급여 명세서/ 혹은 근로소득 원천영수증에 녹아있답니다.
4. 노조 축하금
유일하게 근로소득 명세서에 안나오는 금액이죠. 노조가 있는 회사의 경우 월 얼마씩 노조 운영 비용으로 떼어가기 마련인데, 이 금액을 노조 운영 비용으로도 쓰지만 결산 시 마다 상품권으로 돌려주기도 하고, 경조사 있을때 노조에서 지원해주기도 해요.
이건 노조 운영 정관을 보지 않으면 알수가 없어서 난이도가 있긴 합니다만, 이런게 있다는걸 알고있다~~ 정도는 어필할수가 있겠지요.
5. 비용(업무추진비, 접대비, 영업비 등)
ㅎㅎㅎㅎㅎ 이것도 참 많이 쓰이는 비자금 조성 루트에요. 법인카드 쓰시는 분들 중에 비용 처리를 회사 통장에서 바로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원 명의 통장에 연결되어있어서 비용청구를 하면 회사에서 직원명의 통장으로 입금을 해주고, 나중에 그돈이 카드회사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여기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보너스를 비용처리한 금액이라고 우긴(?)다던지, 엄한 곳에서 카드 긁고 접대비용이라고 우긴다던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이건 카드결재일이랑 맞춰보면 금방 잡을 수 있지요.
카드로 긁은 금액보다 청구 금액이 작으면 셀프 접대 하신거구용. 카드로 긁은 금액보다 청구금액이 많으면 보너스 받은거 꿀꺽하신거구요.
이외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경우 '일비'라고 해서 하루 4만원부터 6만원까지 잡비용으로 쓰라고 그냥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세금도 안떼구요. 쓰고 남는건 자기꺼라 남편이 제약회사 다니시는 경우 참고하세요.
결론: 뭐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혹은 이런거 다 따지면 남자들 숨막힌다 하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죄송하지만 이렇게 본인 급여 속여서 비자금 만드는 경우 그나마 건전한게 주식으로 날리거나, 본인 본가에 몰래 주시거나 하는 경우이구요.
대부분 비용 청구 안되는 좋은데(?) 가거나, 바람필때 쓰시더라구요. 단위가 백만원대는 애교구요. 천만원 넘어가면 솔직히 구리게 쓰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경우 부인은 알뜰살뜰 살림만 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구요.
저는 결혼 초부터 남편한테 이러저러한 방법이 있는걸 모두 다 알고 있다.
당신을 믿지만, 돈관리를 그렇게 불투명하게 하면 새는 돈이 있기 마련이니 우리 집 살때까지라도 당신은 버는거, 나는 쓰고 모으는거 백프로 오픈하고 으쌰으쌰 잘 살아보자 해서 급여일에 월별 급여명세서도 받구요. 복리후생 규정도 가지고 있다가 뭐 받을거 있으면 제가 챙기고 가끔 받는 상품권 같은건 남편 쓰고 싶은데 쓰라고 주기도 하고 그래요.
연말정산도 제가 다 해서, 매해 바뀌는 규정따라 가장 유리하게 카드, 체크카드 나눠쓰고 상품도 가입하고 그러니까 남편도 좋아합니다. 당연히 가계부도 써서 아이디 공유하구요.
이건 현명한 82 언니 주부님들이 훨씬 더 잘 아시겠지만, 일단 남자들 돈이 없으면 딴데 눈돌리기 힘들구요 ㅎㅎ
눈먼 돈 생기면 또 사람이라 엉뚱한데 쓰기 마련이잖아요. 이렇게 조이지 않으면 또 살기 빡빡한 세상이기도 하구요 ㅜㅠ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될지 모르겠네요. 다들 아시는 내용이었더라고 귀엽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빠진 내용 있으면 덧글 달아주세요. 같이 공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