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물리적 고요함과 마음의 고요함..

나비 조회수 : 922
작성일 : 2013-11-18 21:29:20

실제 조용한 것과 마음이 시끄럽지 않은 것. 어느쪽이 더 평화로울 까요?

그렇죠. 마음이 고요한 것.. 그것이 더 평화로울 것이라는 건 다들 아실텐데...

자신의 실 생활에서 그런 경험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 윗집에 두달쯤 전 이사온 분이... 발소리가 어마어마합니다.

이사온 후부터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발소리와 발 소리외에도 들려오는 알수없는 무거운 것을 옮기고 놓고 떨어뜨리고 하는 소리때문에 저는 잠도 못자고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곧바로 82쿡에서 윗집이나 발뒤꿈치나 층간소음 따위의 단어로 검색을 시작하고,

꿍꿍 소리가 들려올때마다 올라갈까 말까를 고민했습니다.

참다참다 검색을 하고, 남의 사연들을 일일이 읽어보며 그 분들의 분노를 고스란히 내 것으로 동감하며 내 분노를 키웠습니다. 실제로 올라간 건 한번이었어요. 한 번 올라갔는데.... 다리두께가 어마어마하고, 이미 불편을 호소하는 아랫집에 단련되어 있는지 네네 죄송합니다~ 만 앵무새처럼 하더군요.

일단 올라갔지만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으니,  그 다음 방편을 생각하게 되고,  법적으로 갈 수도 있을까? 를 생각하며 가슴이 혼자 뛰고...

 

알고지내는 한의사는 그게 고쳐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종아리가 약하면 뒤꿈치를 찍으며 걸을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본 다리두께를 생각하면서 '설마...' 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안고쳐지면 일찍 자던가!! 뭐... 계속 화내는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친구가 5살짜리 딸을 데리고 저희집에 놀러왔는데 그 꼬맹이가 그렇게 걷더라구요.

5살짜리 여자아이가 걷는 소리가 완전 대박입니다.

제가 살살 걸으라고 했더니 ㅜㅜ 발을 질질 끌면서 다닙니다....

그게 진짜 안되는 거더라구요. 그 여자아이도 다리 두께가 만만치 않은 굵기였는데.

 

그 순간.

이게 그냥 사는 거고 사람이 이런사람도 있고 저런사람도 있는데 내가 왜 그렇게까지 혼자 화를내고 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윗집에 하려고 했던, 속마음에 부글부글 끓으며 준비되어 있던 외침을 저 자신에게 하게 되었습니다.

" 아니!! 이 집이 당신네들 혼자서 사는 집이예요? 당신들 방바닥이 우리집 천장이라고욧!! "

----> 그렇다면 나도 이 집이 나혼자서 사는 집이 아니다.... 우리집의 천장은 그들의 방바닥이구나....

 

내가 천장을 오롯이 천장으로만 쓰고 싶다면.... 돈 많이 벌어서 누군가의 방바닥이지 않은 천장이 있는 집으로 가야합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형편상... 위아래가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의 발소리를 들으며 살 수밖에 없는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선택했다면, 거기에따르는 여러가지 불편도 역시 감수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지요.

이건 누가 말해줘서 깨닫는게 아니고, 갑자기 순간적으로 느낀 것인데....

그 뒤부터 윗집의 발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책도 읽고, 잠도 잘 자고, 뭔가 생각도 하고,,,,제 집에서의 생활이 평화로워졌습니다.

 

많은 것들을 82쿡에서 배우고, 도움도 받고 즐거움도 얻지만, 층간소음에 관해서는 부글부글 끓는 마음에 연료와 같은 역할을 하며 분노를 키워주기만 하더라고요.

발소리에 곤두선 나의 신경이 다른이들의 사례들까지 다 내일처럼 여기며 마음이 너무너무 시끄러워지더라구요.

여러가지 방편들이 내 맘속에서 시뮬레이션 되니까 마음적으로는 매일매일 윗집에 올라가서 한판 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더라구요.  

 

그런데, 그냥 윗집도 우리집이고 아랫집도 우리집이다. 너가 나고 내가 너다...하는 생각과 함께 모든 번뇌가 사라졌네요.

 

혹시 부글부글 끓으면서 거의 신경쇠약 걸릴 지경으로 층간소음으로 검색하시는 분들께 이 글도 잠시 읽히기를 바라면서 써보았습니다.

IP : 116.39.xxx.2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견성
    '13.11.18 10:11 PM (207.219.xxx.178)

    견성하셨어요!
    바로 그 깨달음을 다른 일상에도 적용해서 살아가시면
    파도 심한 바다 위를 가뿐하게 걸어가는 듯한
    자유로움을 맛보시겠지요.
    전생에 덕을 많이 지으셨거나
    아니면 평소에 마음수련을 해오셨던가요?
    정말 대단하세요.

  • 2. ^^
    '13.11.18 10:19 PM (119.195.xxx.145)

    쉽지않은 깨달음인데요..
    내속이 시끄러우니, 내 신경이 밖을 향해있으니 다른 소리에 민감해진다고 하더군요..저도 그런 내모습을 발견할때마다 떠올립니다..

  • 3. 청매실
    '13.11.18 10:53 PM (125.128.xxx.7)

    흠.내면의 깊이가 대단 하십니다. 주위에 계시다면 친구가 되고 싶네요.

  • 4. ㅇㅇ
    '13.11.18 11:52 PM (211.186.xxx.7)

    큰깨달음을 얻으셨네요ᆞ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1152 엄청 큰 대봉감으로 곶감 만들어도 될까요? 5 .. 2013/11/19 1,011
321151 깍두기 국물 만게 만드려면 절이지 말고 해야 하나요? 6 깍두기 2013/11/19 1,610
321150 이런 옛날 말 모양 장난감 아시나요? 4 마녀 2013/11/19 858
321149 고구마 최단 기간에 먹는 방법? 19 안알랴줌 2013/11/19 3,274
321148 보톡스 비비크림 ~~ 1 찰리 2013/11/19 1,086
321147 이사를 주말에 하면 전입신고랑 확정일자는 어떻게 하냐요? 2 땡빚을 낸돈.. 2013/11/19 6,441
321146 새로 나고 있는 이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나요? 3 치과 2013/11/19 571
321145 울산분들께 심리상담실 또는 정신과 문의할려구 합니다. 3 향기 2013/11/19 1,043
321144 시골마당에서 키울 개집 추천해주세요 1 개집 2013/11/19 724
321143 초등여아용 밍크퍼 옷 사게 도와주세요 1 북실 2013/11/19 793
321142 하비라는 분 글을 읽고 종아리 둘레를 재었더만... 6 전반적통통 2013/11/19 8,977
321141 전기요금 5.4% 인상..산업용 6.4%·주택용 2.7%↑ 3 전기요금인상.. 2013/11/19 1,139
321140 회전 초밥 맛있는데 있을까요? -서울에서 7 초밥 먹고파.. 2013/11/19 1,463
321139 ”박정희·노무현 누가 낫냐?”… 황당한 로스쿨 면접 7 세우실 2013/11/19 1,224
321138 혹시 토르2 보신분 있으신가요? 11 영화보자 2013/11/19 1,332
321137 아이들 영어교육이요 5 아이 2013/11/19 1,188
321136 휘슬러 저가형 냄비셋트 봐주세요. 4 ... 2013/11/19 3,360
321135 [정리] 자영업에 대해서...특히 소득과 세금 2 퍼 옴 2013/11/19 1,746
321134 롯데 라세느 잘 아시는분 계실까요? 4 롯데호텔 2013/11/19 1,335
321133 엄지고기만두 드셔보신 분 계세요? 6 ㅇㅇ 2013/11/19 1,808
321132 아직두 굶는 청소년이 있다구 하네요 ㅠ 2 스스유 2013/11/19 1,008
321131 갓김치 해결좀 5 김치 2013/11/19 1,256
321130 이익률 계산해주세요ㅜㅜ 3 Estell.. 2013/11/19 1,065
321129 인터넷해지어떻게 해야 잘~하나요? 1 ㅇㅇ 2013/11/19 791
321128 아..진짜 하루종일 애랑 시간보내기 너무 힘드네요 ㅠ.ㅠ 저 고.. 18 14개월맘 2013/11/19 3,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