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물리적 고요함과 마음의 고요함..

나비 조회수 : 904
작성일 : 2013-11-18 21:29:20

실제 조용한 것과 마음이 시끄럽지 않은 것. 어느쪽이 더 평화로울 까요?

그렇죠. 마음이 고요한 것.. 그것이 더 평화로울 것이라는 건 다들 아실텐데...

자신의 실 생활에서 그런 경험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 윗집에 두달쯤 전 이사온 분이... 발소리가 어마어마합니다.

이사온 후부터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발소리와 발 소리외에도 들려오는 알수없는 무거운 것을 옮기고 놓고 떨어뜨리고 하는 소리때문에 저는 잠도 못자고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곧바로 82쿡에서 윗집이나 발뒤꿈치나 층간소음 따위의 단어로 검색을 시작하고,

꿍꿍 소리가 들려올때마다 올라갈까 말까를 고민했습니다.

참다참다 검색을 하고, 남의 사연들을 일일이 읽어보며 그 분들의 분노를 고스란히 내 것으로 동감하며 내 분노를 키웠습니다. 실제로 올라간 건 한번이었어요. 한 번 올라갔는데.... 다리두께가 어마어마하고, 이미 불편을 호소하는 아랫집에 단련되어 있는지 네네 죄송합니다~ 만 앵무새처럼 하더군요.

일단 올라갔지만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으니,  그 다음 방편을 생각하게 되고,  법적으로 갈 수도 있을까? 를 생각하며 가슴이 혼자 뛰고...

 

알고지내는 한의사는 그게 고쳐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종아리가 약하면 뒤꿈치를 찍으며 걸을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본 다리두께를 생각하면서 '설마...' 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안고쳐지면 일찍 자던가!! 뭐... 계속 화내는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친구가 5살짜리 딸을 데리고 저희집에 놀러왔는데 그 꼬맹이가 그렇게 걷더라구요.

5살짜리 여자아이가 걷는 소리가 완전 대박입니다.

제가 살살 걸으라고 했더니 ㅜㅜ 발을 질질 끌면서 다닙니다....

그게 진짜 안되는 거더라구요. 그 여자아이도 다리 두께가 만만치 않은 굵기였는데.

 

그 순간.

이게 그냥 사는 거고 사람이 이런사람도 있고 저런사람도 있는데 내가 왜 그렇게까지 혼자 화를내고 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윗집에 하려고 했던, 속마음에 부글부글 끓으며 준비되어 있던 외침을 저 자신에게 하게 되었습니다.

" 아니!! 이 집이 당신네들 혼자서 사는 집이예요? 당신들 방바닥이 우리집 천장이라고욧!! "

----> 그렇다면 나도 이 집이 나혼자서 사는 집이 아니다.... 우리집의 천장은 그들의 방바닥이구나....

 

내가 천장을 오롯이 천장으로만 쓰고 싶다면.... 돈 많이 벌어서 누군가의 방바닥이지 않은 천장이 있는 집으로 가야합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형편상... 위아래가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의 발소리를 들으며 살 수밖에 없는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선택했다면, 거기에따르는 여러가지 불편도 역시 감수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지요.

이건 누가 말해줘서 깨닫는게 아니고, 갑자기 순간적으로 느낀 것인데....

그 뒤부터 윗집의 발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책도 읽고, 잠도 잘 자고, 뭔가 생각도 하고,,,,제 집에서의 생활이 평화로워졌습니다.

 

많은 것들을 82쿡에서 배우고, 도움도 받고 즐거움도 얻지만, 층간소음에 관해서는 부글부글 끓는 마음에 연료와 같은 역할을 하며 분노를 키워주기만 하더라고요.

발소리에 곤두선 나의 신경이 다른이들의 사례들까지 다 내일처럼 여기며 마음이 너무너무 시끄러워지더라구요.

여러가지 방편들이 내 맘속에서 시뮬레이션 되니까 마음적으로는 매일매일 윗집에 올라가서 한판 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더라구요.  

 

그런데, 그냥 윗집도 우리집이고 아랫집도 우리집이다. 너가 나고 내가 너다...하는 생각과 함께 모든 번뇌가 사라졌네요.

 

혹시 부글부글 끓으면서 거의 신경쇠약 걸릴 지경으로 층간소음으로 검색하시는 분들께 이 글도 잠시 읽히기를 바라면서 써보았습니다.

IP : 116.39.xxx.2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견성
    '13.11.18 10:11 PM (207.219.xxx.178)

    견성하셨어요!
    바로 그 깨달음을 다른 일상에도 적용해서 살아가시면
    파도 심한 바다 위를 가뿐하게 걸어가는 듯한
    자유로움을 맛보시겠지요.
    전생에 덕을 많이 지으셨거나
    아니면 평소에 마음수련을 해오셨던가요?
    정말 대단하세요.

  • 2. ^^
    '13.11.18 10:19 PM (119.195.xxx.145)

    쉽지않은 깨달음인데요..
    내속이 시끄러우니, 내 신경이 밖을 향해있으니 다른 소리에 민감해진다고 하더군요..저도 그런 내모습을 발견할때마다 떠올립니다..

  • 3. 청매실
    '13.11.18 10:53 PM (125.128.xxx.7)

    흠.내면의 깊이가 대단 하십니다. 주위에 계시다면 친구가 되고 싶네요.

  • 4. ㅇㅇ
    '13.11.18 11:52 PM (211.186.xxx.7)

    큰깨달음을 얻으셨네요ᆞ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0846 깐마늘 냉동보관 가능 할까요? 5 살림꽝 2013/11/18 8,666
320845 보안프로그램을 두개씩 깔아도 되나요? 2 컴퓨터 질문.. 2013/11/18 466
320844 2001 아울렛 벽시계ㅠㅠ 5 .. 2013/11/18 1,172
320843 사골분말에 물풀어서 파만 넣어도 맛있을까요? ㅇㅇ 2013/11/18 552
320842 응답하라1994 해태군은? 12 드문드문 2013/11/18 3,188
320841 도배할때 말 안해도 못 빼주시나요? 2 찐감자 2013/11/18 913
320840 韓 도입하려는 'F-35A', 다른 나라선 구매 취소, 거부 속.. 5 식민지냐 2013/11/18 836
320839 빙판 낙상사고 방지용 생활 아이젠 어느 제품이 좋은지? .... 2013/11/18 1,342
320838 못난이주의보보시나요 7 우주 2013/11/18 1,562
320837 소파를 사려고 하는데, 어떤 걸 중점적으로 봐야 할까요? 4 소파사기 2013/11/18 1,926
320836 교정끝나고 다른의사한테 재교정받으시는 분 종종 계신가요?? 2 .. 2013/11/18 1,445
320835 찜질방 갔다가 모르는 물건 봤네요. 7 아고 궁금해.. 2013/11/18 2,982
320834 첨으로 여행ㅡ어디로 1 국내 2013/11/18 446
320833 자궁근종 복강경수술 2 수술예정 2013/11/18 2,224
320832 오로라 스토리가 막 나가기 시작한건 매니저때문 11 2013/11/18 3,832
320831 잠실 1단지 아파트.. 야구장 소음 어떤가요?? 3 .. 2013/11/18 1,360
320830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아이 키우면 항의 들어오나요? 2 ㅇㅇ 2013/11/18 1,086
320829 예비중학생 학원안다니는데요.. 교재좀 문의드려요.. 9 예비중학생 2013/11/18 1,364
320828 집사고 싶어요. 9 세입자 2013/11/18 2,293
320827 오늘 박근혜 연설 중 甲 오브 甲 2 참맛 2013/11/18 1,797
320826 칠봉이가 늠 좋아요. 20 칠봉이이모 2013/11/18 3,076
320825 우리나라에서는 수입 요거트 안파나요? 1 ㅜㅜ 2013/11/18 799
320824 김치양념계량해서 올린 글 21 김장 2013/11/18 2,762
320823 50초반까지 직장 다니시다 그만두신분들 전업주부로서의 생활이 행.. 3 .. 2013/11/18 2,049
320822 온수매트 추천해주세요~ 스팀보이 좋은가요? 2 추워 2013/11/18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