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 - 안도현 -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 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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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싱싱한 활게라고 사 와서 간장을 붓던 제가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지네요.
게들아 미안해.
그리고... 너희 때문에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우리 가족들은
너희들에게 참 고마워.
다음 세상에서는 잡히지 말길 바랄께...
아... 정말 슬픈 시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