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월 11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705
작성일 : 2013-11-11 07:03:38

_:*:_:*:_:*:_:*:_:*:_:*:_:*:_:*:_:*:_:*:_:*:_:*:_:*:_:*:_:*:_:*:_:*:_:*:_:*:_:*:_:*:_:*:_:*:_

어제는 네 편지가 오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적막한 우편함을 쳐다보다가 이내 내 삶이 쓸쓸해져서,
<복사꽃 비 오듯 흩날리는데,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 취하라,
劉伶도 죽으면 마실 수 없는 술이거니!>,
李賀의 <將進酒>를 중얼거리다가 끝내 술을 마셨다,
한때 아픈 몸이야 술기운으로 다스리겠지만,
오래 아플 것 같은 마음에는 끝내 비가 내린다

어제는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환청에 시달리다
골방을 뛰쳐나가면 바람에 가랑잎 흩어지는 소리가,
자꾸만 부서지려는 내 마음의 한 자락 낙엽 같아 무척 쓸쓸했다,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면
메마른 가슴에선 자꾸만 먼지가 일고,
먼지 자욱한 세상에서 너를 향해 부르는 내 노래는
자꾸만 비틀거리며 넘어지려고 한다

어제는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슬펐다,
네가 너무나 보고 싶어 언덕 끝에 오르면
가파른 생의 절벽 아래로는 파도들의 음악만이
푸르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 푸른 음악의 한가운데로 별똥별들이 하얗게 떨어지고,
메마른 섬 같은 가을도 함께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정신을 가다듬고 내 낡은 기타를 매만질 때,
너는 서러운 악보처럼 내 앞에서 망연히 펄럭이고 있었다

어제는 너무 심심해 오래된 항아리 위에 화분을 올려놓으며,
우리의 사랑도 이렇게 포개어져
오래도록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우젓 장수가 지나가든 말든,
우리의 생이 마냥 게으르고 평화로울 수 있는,
일요일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두툼한 외투를 껴입고 밤새도록 몇 편의 글을 썼다,
추운 바람이 몇 번씩 창문을 두드리다 갔지만
를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내 마음속 톱밥 난로에 불이 지펴졌다,
톱밥이 불꽃이 되어 한 생애를 사르듯,
우리의 生도 언젠가 별들이 가져가겠지만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그때까지 사랑이여, 나는 불멸이 아니라 오래도록 너의 음악이다


                 - 박정대, ≪어제≫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3년 11월 11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3년 11월 11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3년 11월 11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10603.html

2013년 11월 11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11/h2013111019515675870.htm

 

 


여러 면에서 일베와 그 맥을 함께 하는 것 같군요.

 

 
 

 
―――――――――――――――――――――――――――――――――――――――――――――――――――――――――――――――――――――――――――――――――――――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 파스칼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0048 생리 기간에 갑자기 고관절 아픈분 계세요? 1 아공 2013/11/13 3,019
    320047 박근혜가 추진하는 철도민영화가 매국인 이유 3 나라팔아먹는.. 2013/11/13 2,691
    320046 임성한작가 퇴출서명 아고라링크 4 아고라청원 2013/11/13 1,316
    320045 고소한 향이 안 나는 깨요 1 깨깨깨 2013/11/13 425
    320044 마트 캐셔들 좀 앉아서 계산하면 안될까요? 17 ... 2013/11/13 5,403
    320043 아고라에서 임성한 퇴출서명운동하네요 12 한류 2013/11/13 2,411
    320042 시슬리 파데 휘또 땡 에끌라~ 5 하이 2013/11/13 2,273
    320041 최후의 권력? 저 프로 몬가요? 2 흠흠 2013/11/13 847
    320040 이 사진보고 울컥했어요 ㅠㅠㅠㅠ 2 ㅠㅠㅠㅠ 2013/11/13 1,775
    320039 오로라 기막히네요 1 .. 2013/11/13 3,026
    320038 글 맛~깔나게 잘쓰시는 분들 부러워요 사랑해딸 2013/11/13 486
    320037 강남역 토플학원 토플 2013/11/13 1,340
    320036 영세상인 카드수수료 11 답답 2013/11/13 3,671
    320035 교정얘기가 나와서 하는말인데요 교정 2013/11/13 966
    320034 스마트폰 음악 다운무료로 받는곳 알려 주세요 별이별이 2013/11/13 740
    320033 동대문시장 신발 쇼핑? 3 궁금 2013/11/13 2,131
    320032 파마 다시 해얄가요? 2 파마ㅜㅜ 2013/11/13 853
    320031 집에서 잃어버린 지갑 -후기 32 까맣게탄속 2013/11/13 20,394
    320030 아는 언니가 못 먹을 음식을 자꾸 갖다 주네요. 2 ... 2013/11/13 3,177
    320029 천연목화솜으로 만든 베게속통 사고 싶은데요.. 2 베개솜 2013/11/13 949
    320028 애들 영어 영화 다운 2 고정점넷 2013/11/13 758
    320027 카드값 기절.. 7 카드값 2013/11/13 4,327
    320026 강아지 집과 방석 어떻게 소독하나요? 7 낭낭 2013/11/13 1,937
    320025 저희엄마 허리가 38정도인데 맞는 옷이 없어요 6 여성 빅사이.. 2013/11/13 1,543
    320024 총 균 쇠 라는 책이 왜좋은책인가요 6 랭면육수 2013/11/13 2,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