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말기암 환자세요. 지난 여름부터 병원에서 치료도 중단하셨고요.
그 전엔 표적치료제(항암제)를 약을 바꿔가며 몇 개월 복용하셨었죠.
일 년 전쯤 진단을 받았고, 진단받을 무렵에도 이미 전이가 된 상태였어요.
이제 막 일 년이 지났네요. 계속 악화되고 있고 최근엔 폐에 물이 차면서
숨쉬기가 조금 힘들어지긴 했지만, 다른 큰 통증은 없이 지내고 계십니다.
(물론 몸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집에만 계시구요, 주로 앉아있거나
누워있거나, 컴퓨터나 티비를 보거나, 그러십니다.)
주치의께 며칠간의 입원을 요청하니 병원에서는 호스피스 병원을 알아보라고..
저희 가족들은 아직은 아니지 않나 싶은데 종합병원 주치의들이란 분들이
딱히 성의도 없어 보이고 환자 상태에 대해 깊은 관심이나 어떠한
용기도 주지 않고 뭐든 여쭈면 아주 무성의하면서도 사무적으로
'아무거나 드세요, 아무거나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 이럽니다.
어쨌든 제 고민은 이제부터입니다.
실은 제가 외국 거주중입니다. 지금 잠시 아버지 병간호차 와있고요.
(병간호래봤자 별건 없습니다. 아버지가 거동은 다 하시고요,
엄마랑 아빠 말벗이 되어주거나, 음식 준비 이런거예요)
아이 학교와 남편 직장때문에 일단은 저 혼자 와있는 중입니다.
한달쯤 되었어요. 한달 전에 오면서 다시 돌아가는 일정은
여러가지 옵션을 두었었어요. 마지막까지 남아있거나, 일단 다시 돌아가거나.
맘 한 구석에 혹시나.. 싶은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해 두었기에,
고민끝에 우선 한국에 와서 아버지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어요.
근데 말기암 환자의 상태라는 게, 여러분도 짐작가시잖아요.
하루하루 나빠질 일만 남았지, 극적으로 차도가 있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11월 말경에 돌아갈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
남편과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도 저 없이 지금 한 달째 지내고 있는데요,
저 없는대로 불편한대로 생활하고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가 어수선하네요.
일도 바쁜 남편이 아이까지 돌봐야하니 도움받을 사람도 없는 곳에서
여러가지가 힘들어 보이고, 남편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인 상황인데다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불쑥불쑥 지친 태도가 역력합니다.
아이도 아이대로 왜 안힘들겠어요. 아이는 지금 3학년입니다.
실은 지난 봄에도 제가 이렇게 한 달 다녀갔습니다.
앞으로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가 아버지 곁을 마냥 지키고 있기도,
그렇다고 아픈 아빠와 곁에 있는 엄마만 두고 그냥 외국으로 가기도,
그 어떤 선택도 맘이 편치 않은 상황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하루하루 마음이 지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