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의 남자친구가 적극적으로 대쉬해서 결혼했어요.
연애때는 저랑 있는게 제일 편하고 여태껏 저처럼 좋은 사람 없었다면서
회사원인데도 매일매일 잠깐이라도 저 보러 왔었고
주말이면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그런 알콩달콩한 사이였어요.
결혼준비하면서도 약간의 사소한 트러블 말고는 사이가 좋았구요.
지금은 임신 팔개월인데요.
남편이 된 남자친구의 모든 것이 거슬리는거에요.
이 잘 안 닦아 냄새나는 것, 게으른 것 등등
연애때는 솔직히 거슬리는 게 별로 없었고
실제로 거슬리더라도
제 주의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사랑한다면 상대의 사소한 단점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기때문에
별로 스트레스 안 받고 지냈어요.
엊그제 회식하고 술냄새 풀풀 풍기며 들어와서는
양말이며 샤워한 수건이며 여기저기 늘어 놓고
다른 방에서 이불 펴고 자는 남편에게
불같이 화를 내버리고 부부싸움 했어요.
제 평소 성격 같으면
어쩔 수 없는 회식이라는 걸 아니까 그리고 밤 열두 시 전에 들어왔으니까
그저 안쓰럽고 술냄새때문에 제가 힘들까봐 얇은 이불 펴고 바닥에서 자는게
딱해서 마음이 아팠을텐데…
열심히 세탁해 놓은 이불에 술냄새 밴다며
젖은 수건 냄새나게 왜 저리 꾸깃하게 집어 던져두고 자냐며
왜 양치질은 안 하냐며..
술먹고 잠든 사람한테 정말 모질게 굴었네요…
남편도 못 참고 큰소리 내고 서로 상처가 되는 말 주고 받고 제가 울면서 끝났어요 부부싸움은..
참 부끄러워요
단순히 임신때문일까
내가 변할걸까
왜 이러나 싶네요..
사실 아침 일곱시 반에 출근해서 집에 일찍 와 봐야 여덟시인 남편이고
그래도 꼬박꼬박 회식 없을 때는 집에서 저녁 밥 먹어주고
밖으로 나돌지도 않고 늘 회사 잘 왔다, 집에 간다 연락 꼬박꼬박 해 주고
어디를 같이 나가면 꼭 제 손 잡고 놓지 않는 사람인데
남편은 단지 요즘 업무가 많아지고 지쳐서 또 가장이 된다는 부담감에
집에 오면 핸드폰 들여다보고 멍한 시간이 많아지고
정신적으로 힘든 것일 뿐인데
왜이렇게 남편의 그런 사소한 행동들이 싫고 섭섭하고 그런걸까요..
제 마음을 더 단도리해야겠어요.
내가 사랑해서 남편으로 맞은 사람인데
시댁어른들도 참 좋으시고
이제 예쁜 아가 낳고 알콩달콩 잘 살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건지 모르겠네요..
제 자신이 참 한심하고 속상한 아침입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