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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람들에게 다가가도 될까요?

갈등 조회수 : 1,047
작성일 : 2013-10-23 00:19:04
전 40후반의 직딩이고 대학 졸업하고 바로 직장 다니기 시작했으니 이제 23년 정도 됐네요.
어렸을 때 돈 없는 집은 아닌데 용돈에 인색한 부모 아래에서
별 풍요롭지 못하게 자랐고
부모의 대외과시용으로 이용당해서 공부만 하고
친구도 제대로 못 사겼어요.
오빠가 툭하면 때려서 집에 들어가기 싫어 길거리를 방황하고
일부러 친구하고 놀다 늦게 집에 들어가서
울엄마 애를 무던히도 태웠던 건 죄송했지만
그래도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 부모와
나를 보면 트집잡고 때리려는 오빠란 인간때문에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죠.
공부는 그런 대로 해서 나쁘지 않은 대학 나와서
나쁘지 않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대학 다닐 때 친구들 선후배들과 어울리는 게 즐거웠고
웃음이 그치지 않는 아이로 소문이 날 정도였어요.
그러다 집에 오면 표정관리를 하곤 했죠.
웃음기 안 보일려구요.
직장은 제가 공무원인데 기술직이고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동료직원은 아무도 없고 주변은 모두 일반직.
일반직보다 제가 꿀릴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성과급 승진 포상 이런 데서 항상 밀려서
이젠 의욕도 없어지고 그러려니 포기하고 살아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인간관계도 좁아지고
직장 내에 갈등이 생기면 모두 똘똘 뭉쳐서
저와 대적관계가 되니
혼자인 저와 다수인 사람들과 싸우는 일도 이젠 안하고 싶고
실은 갈등상황을 안 만들고 싶은 거죠. 웬만하면 비켜가기.
상사도 모두 일반직이니 이젠 포기한 상황이죠.

집에선 가정주부로 애도 키우다 보니 아주 절친 아니면
친구 만나러 갈 시간도 없고
거의 인간관계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한달 전부터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서
동네 탁구동호회에 가입을 했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랑 말도 별로 안하고 안 친하니 내게 말거는 사람도 없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얘기도 나누게 되면서
가까이 해보니 사람들이 참 좋은 거예요.

직장엔 거의 여자 밖에 없어서 남자 접할 일이 거의 없는데
남자들 얘기가 왜 그리 재미있는지.
특히 20 30대의 젊은 남자들은 말을 어찌 그리 재미있게 하는지
그냥 툭툭 던지는 말인데도 농담이면서 정감 있는 말들이
개콘 만큼 재미있네요.

제가 듣는 입장에서 재미는 있는데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어요.
말하는 제가 어색해서.
저와 전혀 다른 사람들 직장 나이 성향 등등
제가 20여년 직장 다니면서 만나온 사람들과 너무 다르니
직장에서 본의아니게 담을 쌓아온 제가
이런 사람들 속에 끼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제 자신이 대화에 끼어들기엔
이방인 같은 생소한 느낌이라
같이 앉아 있어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가끔은 제가 느끼기에도 썰렁한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고 있네요.

이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제 마음에선 다가가기가 힘이 들어요.

제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스스럼없이 농담하고 게임하고 치맥내기 하는 그 사람들이 부러워요.



IP : 223.33.xxx.18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연스럽게
    '13.10.23 12:26 AM (183.96.xxx.39)

    친하게 될거예요. . .
    때리는 오빠. . .전 언니도 오빠도 절 많이 때렸던 지라
    공감가고 연민 가네요.
    즐겁고 소소하고 따뜻한 관계들이 자연스레 올 테니 힘내세요

  • 2. 원글
    '13.10.23 12:27 AM (223.33.xxx.188)

    글 중간에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고 적은 건
    운동도 안하고 매일 챗바퀴처럼 살아선 안되겠다 싶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운동할 수 있는 장소로 가게 된 것이어요.

    인간관계에 문제의식이 생겨서 간 것 아니라서요.
    직장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전 성격 좋다고 얘기들을 하는데
    직장생활에사 오랫동안 외톨이로 지내다 보니
    저 자신이 불편을 많이 느끼지 않는 범위내에서
    인간관계 맺기를 기피해 온 것 같아요.
    암만 친하게 지냈던 동료라도
    직장에서 평가받거나 업무 갈등이 생기면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
    같은 일반직인 상사가 감싸 안아주는 모습
    이런 걸 보면서 스스로 방어벽을 쳐온 것 같아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 3. ...
    '13.10.23 1:14 AM (68.148.xxx.60) - 삭제된댓글

    토닥토닥...
    저역시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사람들과 적당한 안전 거리 유지하며 살았기 때문에
    원글님 마음 어떤건지 알 것 같아요.
    저도 나이 먹어 뒤늦게 사람들 곁으로 들어가 보려고 하는데 어렵네요...^^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혼자 겉도는 이질감.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의 저,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언젠가부터 이렇게 되버렸어요.
    붙잡고 싶은 시간이, 세월이 너무 멀리 왔나 싶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요.
    한번에 너무 많이 시도해서 또 상처받고 돌아서지 말고
    더디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낯설어도 돌아서지 말고 물러서지 말고 하루에 한 걸음씩만 앞으로 가자구요...^^
    아자아자!!!!!!!!

  • 4. ㅋ 낚였네..좀 쉬면서 하지~~
    '13.10.23 1:41 AM (172.56.xxx.230)

    아이피 223.33.xxx...아버지랑 인연끊은 전문직 똥통님...

    지금 인간관계가 어려운게 부모랑 오빠 탓이예요? 나이가 그정도 찼으면 옛날일 고만 얘기하시고 아이랑 남편 칭찬만 하시면서 사세요~ 이정도면 원글님 아이도 자기 생각만 하고 늘 우울해하는 엄마땡에 불행하겠네요.. 오빠하곤 멀리하시더라도 늙은 부모님한텐 내색마시구요..ㅋ

  • 5. 원글
    '13.10.23 6:51 AM (223.33.xxx.188)

    아침에 일어나서 댓글 달렸나 부터 확인했는데
    바로 위 172.56님, 낚였다고 하셔서 좀 의아하네요.
    처음에는 기분이 살짝 나빴는데
    잠시 생각해 보니 확실하지 않은 일에
    확언을 이리 할 수도 있는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님에 대해서 제가 이런 글 안 쓰고 싶지만
    제가 답을 달지 않으면
    혹여 좋은 글 남겨주실 분이 그냥 지나가실까 봐
    글 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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