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국정감사에 한창인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안 의원은 여타 의원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말하는 방식은 물론 발언의 빈도, 또 주장 내용과 깊이에 있어서도 두드러진 모습이다. 일단 안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의사 발언’보다는 ‘정책 발언’에 집중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7분의 정책 발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맡은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책 발언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얕지만 많은 정책을 파고 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안 의원의 발언 방식은 후자에 집중해 있다.
사안 하나하나에만 집중하다보니 논리가 엉키는 일도 적고 피감자의 반박도 많지 않았다. 또 그의 발언에는 제언적 요소가 다분히 담겨 있다. ▲ 안철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잘못만 지적하는 게 아니라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또 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할 지도 제안하고 있다.
18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감에서 그는 7분을 최대한 활용해 비급여 체계에 대한 정책을 제언했다.
안 의원은 “비급여는 건보재정과 결부돼 쉽게 해결 못하지만 문제가 심화되면 건보제도의 무용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 ▲표준화된 진료 항목에 대한 병의원간 가격비교 내용 공개 ▲약재 관리 체계의 개선을 제언했다.
소수의 주제에만 집중하며 주장하는 안 의원의 발언 방식과 내용은 감사 받는 사람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받고 있다.
이날 심평원 강윤구 원장은 임의비급여의 신속한 제도권 진입절차 마련을 당부하는 안 의원의 말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공감하며 "이런 부분은 우리도 검토하겠지만 정부와 협의해 대안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4일 치러진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안 의원은 노인요양시설의 지역 간 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지역간 격차는 노인요양수급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제한되는 것”이라며 “복지부는 적정서비스 공급에 관한 기준을 만들고 공공시설의 설립을 유도하거나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영찬 차관은 "이제 제도 도입 5년이 된 만큼, 지역별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안 의원의 지적에 수긍했다.
정책 발언에만 집중하는 안 의원의 태도는 17일 질병관리본부의 국정 감사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감사는 ‘여당의원 대응방안’이라는 자료로 인해 차질이 빚어졌다.
개회부터 민주당 의원들은 복지부가 여당을 위해 만든 자료를 지적하며 “사과하라고 주장했고” 여당과 복지부는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여당 측의 태도에 민주당 의원들은 “감사를 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결국 감사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재개됐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감사 중에도 자료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많은 의원이 정책 발언 시간 뿐 아니라 의사 발언 시간을 사용해가며 감사 시간을 늘였지만 안 의원은 이날 아침부터 저녁 무렵까지 공식 발언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안 의원이 보인 이날 침묵의 이유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안 의원은 “야당의원 발언 문건 때문에 국감이 파행을 빚고 있다”며 “물론 정부부처가 야당 의원의 국감 질의에 대비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야당 의원들에 대한 대응 자료가 담긴 문건을 새누리당에 전달했다는 것은 감사를 방해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국감은 시나리오대로 응답을 하는 약속 대련장이 아니고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을 감사하는 곳”이라며 “우리 위원회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감사 기간 동안 민생을 보듬는 정책 국감을 만들어 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