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종로가 울음바다-밀양송전탑반대 주민상경투쟁기

집배원 조회수 : 685
작성일 : 2013-10-18 21:18:46
[한겨레]"이렇게 죽이려는 정부가 어딨냐"


정부청사 앞에서 공사중단 촉구


 


한전 본사 찾아 사장 퇴진도 요구


"하루빨리 맘 편하게 수확하고파"

"어렵게 농사만 지으면서 정직하게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돈을 달라캅니까, 옷을 달라캅디까…. 어려워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우리 마을을 왜 파괴할라는 것입니까."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마이크를 쥔 경남 밀양시 부북면 평방마을 주민 김기훈(82)씨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여든 노인이 울자 맨바닥에 앉아 김씨의 말을 듣던 다른 주민들도, 사회자도 울었다. 기자회견장은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100여명은 직접 서울을 찾아 정부를 상대로 공사 중단과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 공사가 강행된지 17일째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밀양 주민들의 공개 서한'에서 "송전탑 갈등이 보상으로 풀릴 수 없다. 일생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묵묵히 노동하며 헌신해온 주민들의 삶터를 파괴하지 말아달라. 현장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가 "나이 많은 어르신은 차 안에 계시는 게 어떠냐"고 권고했지만, 주민들은 "차에 있을라꼬 왔는고"라며 한사코 자리를 지켰다.

주민들은 오후에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한전) 본사 앞에서 조환익 한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주민들은 신고리 3·4호기의 완공시기가 불투명한데도 한전이 주민들을 속이고 공사를 강행해 정신·물질적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조환익 사장은 2일 발표한 대국민호소문에서 "신고리 3·4호기의 준공에 대비하고 내년 여름 이후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전 송변전개발처 팀장을 만나 주민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 쪽이 정문을 열지 않은 채 문 앞에서 건네받으려고 해 주민들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사 강행 이후 십수일째 밤낮으로 경찰과 대치해온 주민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종분(70·여)씨는 "공사를 밤새도록 해서 소음이 심한 데다, 농성은 새벽 5시에 시작하니까 잠 한숨 못자고 꼬박 뜬 눈으로 보낼 때가 많아서 요즘은 수면제를 먹는다"면서 "아무리 정부 일이라도 사람을 짐승 취급하면 안된다. 이렇게 (주민을) 죽이려는 정부가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정례(55·여)씨도 "농성해야지 농사일해야지 힘들다. 공사용 자재를 실은 헬리콥터를 막으려고 절하며 울고불고 하다보니 무릎이 자꾸 시리다"면서 무릎에 붙인 핫팩을 쓰다듬었다.

정치는 실종했고 갈등은 계속된다. 대책위는 17일 동안 주민 33명이 병원에 후송됐고 22명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이남우(71) 부북면 주민대표는 "오곡백과가 익은 채 일손을 기다리는데 수확도 못하고 서울에 왔다. 밀양에 남은 사람들도 농성장 움막에서 익어가는 나락을 보며 가슴만 치고 있다. 공권력을 철수시키고 마음 편하게 가을걷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IP : 59.3.xxx.23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jiing
    '13.10.18 11:46 PM (61.99.xxx.63)

    송전탑 막아야 합니다.
    우리 나라도 탈핵 해야 되요. 일본처럼 되기 전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11031 고양이가 차 아래로 들어가는 경우.. 4 ........ 2013/10/21 1,018
311030 중2 캐나다/뉴질랜드 단기 연수 7 .. 2013/10/21 1,231
311029 외국으로 돈떼어먹고 달아난 친척..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3 ... 2013/10/21 1,409
311028 아파트화단에 싼 개x는 안치워도되나요?! 6 아파트 2013/10/21 1,034
311027 자전거 보급률은 높아지는데 안전의식이 아쉬워요. 9 따르릉 2013/10/21 796
311026 진짜 밟았어요. 출근길에요. 2 ㄸ ㅗ ㅇ .. 2013/10/21 928
311025 국방부.국정원.검찰 월급 새누리에서 주나요? 서울남자사람.. 2013/10/21 387
311024 민주 “국감서 채동욱‧윤석열 찍어내기 실체 밝힐 것 sa 2013/10/21 383
311023 與野, 국감 1주일…같지만 다른 '민생' 간판 1 세우실 2013/10/21 369
311022 온라인 반찬주문 '더반찬' 어떤가요? 7 반찬 2013/10/21 3,944
311021 가습기 대충 씻었는데.. 괜찮겠죠.....? 가습기 2013/10/21 464
311020 들국화 주찬권님이 별세하셨다고... 2 쥬만지 2013/10/21 930
311019 시계 잘 아시는 분 있나요 2 가을이구나 2013/10/21 880
311018 사무실에서 방귀 나오는대로 뀌고 다니는 사장 !!! 2 어우...... 2013/10/21 1,349
311017 신랑이 추워지면 몸한쪽이 마비증상이 온대요.. 5 걱정 2013/10/21 1,449
311016 아침에 급하게 팩트 가방에 던져넣고 회사와보니 6 ... 2013/10/21 1,753
311015 내 강아지 고마워 4 스타애비뉴 2013/10/21 937
311014 생중계 - 서울고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등에 관한 국정감사 lowsim.. 2013/10/21 435
311013 결혼의 여신...케릭터 다 이상해요 12 이상해 2013/10/21 2,724
311012 방사능 배출 음식??? 14 궁금... 2013/10/21 4,164
311011 고깃집기름 가짜참기름 이라면서요? 5 먹거리x파일.. 2013/10/21 1,790
311010 꽃바구니직접만들면 훨씬 쌀까요? 5 처음 2013/10/21 960
311009 고추씨는 어디에 파나요? 6 어디 2013/10/21 1,965
311008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월요병 2013/10/21 461
311007 병원 개원장소 추천 해주세요 6 이비인후과 2013/10/21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