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때엔가 나는 앞으로 나아길 길이 없다고 믿었다
무엇엔가 포박되어 있지않고선 이럴 수 없다고
발악하고 자학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정지한 채 머물러있고
타자들은 매 순간 움직임을 멈추지않은 채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처음 뵌 선생님은 별 말씀하지 않으셨다
나같은 인간이 얼마나 많겠는가
유형 B-2쯤 되려나?
딱히 위로 받고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를 까발려주길 바랬는데 적당한 선에서 덮고 말았다
선글라스 뒤에 가려진 내 눈을 보지 못해서였을까
사실 나도 조금은 귀찮았지.......
그의 얼굴에 녹아있는 피로감을 내가 먼저 알아채버렸으니까
약에 대한 몇 가지 질문만 하고 대화를 종료했다
선글라스는 끝내 벗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걸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잠시 나는 다른것에 취할뿐이라고
그럴때마다 곁에 있는 누군가와 얘기하고싶어진다
허나 곁엔 아무도 없지
머피의 법칙이라기엔 늘 똑같다
관심종자가 벌이는 쇼였으면 좋겠다
적어도 관람자는 있게 마련이니
이제 곧 독백의 늪에서 빠져나와
익숙한 내 우울의 작은 동굴로 들어가야지
차갑고 음산한 이불에 기대어 잠을 청하련다
모든것이 성가시다.......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느 우울한 자의 휘갈김
Melani 조회수 : 1,900
작성일 : 2013-10-17 02:48:57
IP : 58.227.xxx.20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각자의 동굴들이
'13.10.17 3:00 AM (211.36.xxx.88)의외로 꽤 가까이 있더군요.
동굴안에 있어도 타인의 동굴안이 느껴질 정도로...2. melani
'13.10.17 3:10 AM (58.227.xxx.208)슬픔의 동굴은 울림이 커서 파장이 닿나봐요
전 근데 비슷한 동굴 못찾았어요
아니 안 찾는다는게 더 적절하겠네요
사실 비슷한 사람 괴롭거든요.....3. 음
'13.10.17 3:13 AM (39.7.xxx.33)정신과병원 다녀오신 이야기같은데 썬글라스 끼고 가신 건가요?
동굴..이 어딜까요 저는..4. melani
'13.10.17 3:17 AM (58.227.xxx.208)선글라스 끼고 갔어요^^
동굴은 글쎄 어느 마음 한 구석
누구하나 잘 찾지않는 그런 곳이아닐까요5. 동굴도
'13.10.17 3:37 AM (211.36.xxx.88)크기가 변하나봐요.
돌아앉을수도 그러고 싶지도 않을 땐 그냥 그대로 있어보는 것도 필요한것 같아요.
근데요, 들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숨소리라도...6. 님
'13.10.17 8:38 AM (61.43.xxx.207)글을 공감되니
저두 동굴이 필요하네요
허나
아이들이 있기에
또다시 햇살 받으러 갑니다
산에도 들에도
끄응 있는 힘을 내어
긍정의 기운을 모아
살만하다고 자꾸 되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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