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가 겪었던 기억상실증(시댁,남편과의 갈등)

쥬쥬맘 조회수 : 2,075
작성일 : 2013-10-16 22:49:38

기억상실증은 늘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 이다. 기억상실증이 나오면 너무 식상하고 왜 꼭 드라마 전개에 이것이 있어야 되냐고 인터넷을 들끓고 찬반양론이 있다.   

그러나 사실 진짜 삶에서 기억상실증은 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요즈음 알게 되었다.  

당연히 나를 위해 기억해 주어야 하는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이익이 없을 때는 잔인하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것. 전체 기억상실증일 뿐더러 부분적인 기억상실증. 언론을 흔히들 사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주제를 정하고 그 부분만 집중하면 전체 시야가 달라진다고 하지 않았나. 언론인 출신인 목사님이 하시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똑같은 사건을 두고도 어떤 시야로 보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고. 똑같은 강의를 두고 조는 사람을 촬영하느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을 촬영하느냐에 따라 그 강의가 재미있게도 지루한 강의도 된다고.

 

남편하고도 늘 이런것을 느꼈다. 똑같은 사실을 두고도, 똑같은 대화 내용을 가지고도 내가 기억하는 부분하고 남편이 기억하는 부분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내용보다는 어떤 사실을 보는 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 관점이 일치하면 사실보다 더 내용이 일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이다. 아마도 너무나 갑작스런 장례식을 치루게 되고나서 맏며느리이자 외며느리로서 주체가 되어서 장례를 치루었다. 여러가지 행사들을 치루다 보니 음이 조금 높아져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10년이 넘도록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서운했던 이야기들을 아들, 딸 다 똑같다는 아가씨 말에 동기가 되어서 서운했던  많은 부분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였다. 어머니가 결혼할때 내게 했던 이야기들, 결혼을 준비할때 서운했던 내 맘들,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어머니도 내게 서운하셨던 이야기들을 하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 서로 오해가 풀리고 예의있게 넘어갔던 부분들이 풀리리라 생각했엇다. 그러나 한가지 사실을 두고도 너무나 첨예하게 다른 기억들을 가지고 있었다. 현장 녹음같이 녹음과 사진으로 증명하지 않고서는 누가 옳다 하겠는가? 분명히 난 그랬고 없는 형편에 선물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하나도 기억을 못하시고 어머니가 주신것만 기억하고 내가 과일을 안사왔다는 것에 늘 기분이 나쁘셨다고 이야기 하셨다. 내가 드린 롯데 백화점에 가서 산 흑진주 반지는 어디 있는 걸까? 내가 드린 과분하게 많았던 그 추석 용돈은 왜 기억못하시는 걸까? 시어머니라는 위치에서 내게 꼭 그때 그런 말을 하셨셔야 했나? 그런데 그런것들은 하나도 기억 못하시고 어머니는 어머니가 서운했던 기억들만 기억하셨다.  내가 가까이 사는 어머니네 가면서 과일을 안사왔던 것이 서운하고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셨단다. 그날 난 술 한잔도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이 아니 서러움에 취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정도로 시댁식구와 헤어지고 나서는 서럽게 울었다. 얼마나 울고 헛소리를 하던지 가게를 하던 남편은 내가 꼭 술취한 손님같았다고....그래도 다행인건 그날, 남편이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동안 살아왔단 내 삶이 불쌍하고, 언젠가는 나의 선함이 기억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허무했음을 깨달으면서 서글펐던 기억. 그 맘이 얼마나 아픈지! 그래도 남편이 내게 미안하다 해서 난 그날 구제 받은거나 마찬가지였다. 남편하고 결혼하고 겪었던 그 이후의 일이 결혼한 여자들이면 다 해야 되는것 아니냐고 큰소리 치곤  했던 남편이 이젠 나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고 미안해 하는것만으로도 드라마에서 도도하고 차가웠던 남자들이 16부가 끝날때쯤 변했듯이 1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변한 남편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기억상실증은 드라마에만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늘 우리에게 있는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하는것이다.

IP : 1.240.xxx.21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10.16 10:53 PM (112.151.xxx.81)

    아이고..그래도 남편분이 지금은 마음 알아주신다니 그것 만으로도 고맙네요

  • 2.
    '13.10.16 11:09 PM (1.246.xxx.113)

    10년만에 털긴좀터셨는데 그후에
    어떻게 달라질까 시어머니와 시누들과시동생도 ᆢ 많이공감가는부분은 정말 어떻게 달라도 그리 기억상실인가 할정도로 너무틀린
    말을 해댄다는 사실이구요
    이십몇년된저는 이제더이상 엮이고싶지않다입니다 털어도 제자리나 정신병자 취급이나
    기억상실이나 그정도일거같다는ᆢ
    그냥 안보면 그나마 마음편해요

  • 3. 쥬쥬맘
    '13.10.16 11:19 PM (1.240.xxx.210)

    네...마자요. 남편이 드라마 남주같던 순간이었어요. 그래도 소지섭이 훨씬 멋있네요...

    저도 서운하지만 그게 삶이란것을 알게 되었고 아마 시댁식구들을 가족인줄 착각했나봐요. 그날은. 이젠 다시 예의바르게...

  • 4. 00
    '13.10.17 9:02 AM (175.124.xxx.171)

    친정엄마도 다 잊어버리셨더라구요. 에효..

  • 5. 쥬쥬맘
    '13.10.17 9:19 AM (125.246.xxx.130)

    00 님...친정엄마도 잊어버렸다는 말이 맞는 것같아요. 이건 의도와는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나한테 유리한것 기억못해주는게 넘 서운해요.

    토닥토닥님...기억이란게 그런것 인가봐요.

  • 6. ....
    '13.10.17 3:46 PM (110.10.xxx.161) - 삭제된댓글

    그냥 온전히 기억상실증만 있으면 차라리 낫지요
    기억을 왜곡하고 뒤틀어서 저는 하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고 우기고 누명을 씌우니...
    정말 시가 사람들 하고는 기억이라는 것이 남을만한 아무 행동도 말도 그냥 하지 않는 것이 좋은듯 합니다
    결과가 이렇게 사람을 매번 뒤통수 치게 하니까요

  • 7. 쥬쥬맘
    '13.10.17 11:34 PM (1.240.xxx.210)

    ....기운내세요...우리가 결혼한것은 상대방을 도우러했다 하는게 날 덜 실망시키는 일인것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9265 정몽준의원이 서울시장출마를 심사숙고 하는가 보더군요. 13 ... 2013/10/18 1,903
309264 보험사 비과세 통장 7 재테크 2013/10/18 1,595
309263 살이 빠지니 너무 행복해요~ 26 웃어요^^ 2013/10/18 13,717
309262 초등아이 서예학원 보내보신분 계세요? 2 서예 2013/10/18 1,723
309261 제가 글을 두 번 올렸는데 자꾸 없어져요 5 이상해요 2013/10/18 605
309260 아래 화장품 추천글 보고... 2 화장품 추천.. 2013/10/18 1,219
309259 좋아하는 어느 오십대 여자가수가 매일 한시간씩 좋아하는 2013/10/18 1,696
309258 왜 사람들은 내리는 사람이 다 내리기도 전에 탈까요? 7 지하철매너 2013/10/18 1,419
309257 내포신도시 사슴의눈 2013/10/18 865
309256 입덧에 무엇을 먹어야하나요? 5 ... 2013/10/18 826
309255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도 규탄...16차, 집중 촛불로 열려 UCC, 삼.. 2013/10/18 448
309254 일반적으로 봤을때요. 외모관련 질문 3 ... 2013/10/18 836
309253 가사도우미에게 안마를 요구해도 되나요? 23 ..... 2013/10/18 11,349
309252 국토위, 지방선거 전초전 ‘박원순 국감’ 방불 1 무상보육 문.. 2013/10/18 692
309251 아이들 홍삼먹여도 될까요? 1 홍삼 2013/10/18 914
309250 박근혜 시대, 다시 김재규를 읽는다 1 sa 2013/10/18 763
309249 일베운영자, 1일 10건당 1100만원 배상해야 4 판결 받아낸.. 2013/10/18 1,085
309248 남편금융내역 일년에 한번 조회해서 보여달라는게 큰부탁인가요? 6 나는야 2013/10/18 1,540
309247 태양 볼륨클렌징 트리트먼트제품요~ 1 ^ ^ 2013/10/18 6,057
309246 사람에게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품성은 어떤 부분이신가요?? 9 ㅇㅇ 2013/10/18 2,060
309245 마더러브? 튼살 예방 크림 괜찮나요? 3 또잉 2013/10/18 1,015
309244 현명한 대처방법 조언 부탁드립니다 7 에휴 2013/10/18 890
309243 유학이라는 불확실함 앞에 남자친구 떠나보냈어요..하핫;; 2 20대..... 2013/10/18 1,409
309242 미대 가려면 수학 안 해도 되나요? 7 미대 2013/10/18 2,621
309241 혼수를 카드할부로 하면 안 되나요? 70 ps 2013/10/18 17,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