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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너무 우울하고 화가 나요

어쩌죠 조회수 : 2,157
작성일 : 2013-10-15 08:14:20
5월에 태아에 문제 있어서 20주에 유산하고
6월부터 유산휴가받아 남편이랑 미국 와있어요
남편은 2년간 회사에서 유학 보내줘서 온 거고요
저는 11월 중순에 휴가 끝나서 그땐 한국 들어가야 해요

유산 후 좀 쉬다가 8월부터 임신 시도 했어요
8월은 그냥 대충 했고..9월 10월은 배란테스트기 2종류 써서 배란일 정확히 짚어내서 했어요
근데 임신이 안 됐어요
이번 유산 말고 작년에도 초기6주때 유산 한번 했는데 그러니 제 임신 경험이 총 2번이죠..2번 다 배란테스트기로 배란일 잡고 해서한방에 됐었는데..
이번에도 한방에 될거라 기대했는데 이제 안 되네요

최근 유산 후 문제가 생긴 것인지..
미국 들어오기 전 산부인과 검사에선 이상 없다고 했는데.
무슨 문젠지 모르니 답답해요..ㅠ
보험이 불임 관련 커버는 안될뿐더러 한국들어갈날이 한달밖에 안남아서 미국에서 병원가기도 그렇고

임신 안되는 게 이토록 저를 우울하게 하네요
저 나이는 33인데요. 세상만사 의미가 없게 느껴져요
해볼건 이미 다 해본거 같아요. 여자로서 젊은이로서 해볼거는요. 여행도 마니 다녔고 연애도 마니 해봤고 대학 나와 직장도 잘 잡았고 취미생활도 다양하게 해봤고요. 그래서인지 요샌 뭘 해도 재미가 없어요. 다 뻔하게 느껴져요. 시큰둥해져요.
예전의 호기심 많던 저는 없어요. 노화가 빨리온거 같아요. 요즘은 이런 생각 들어요 인간은 태어나서 뭘 모르고 살다가 좀 안다 싶어지면 다 재미가 없으니 그때 자기 닮은 뭘 모르는 인간을 낳아서 그 인간이 즐거워하는걸 보며 대리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임신을 해야 육아휴직해서 남편이랑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낳고싶은 것도 있지만, 인생에서 해볼건 웬만큼 다 해본거 같아서 제게 남은 유일한 과업은 한 생명 낳아 키우는 것 같아요

이런거보면 전 아무래도 딩크는 못 될 사람이죠..낳고 싶은 건 확실한 거 같은데..
이제 한달 후 임신 안한채로 한국 가면, 병원 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겠죠 그리고 (남편이 한국 나올수는 없으므로-회사 유학 스폰 조건상) 제가 가능할때마다휴가내서 미국 가서 임신 시도를 하겠죠
이런 생각 하면 벌써 그 과정이 아득하고 답답하고 다 때려치고 싶어요 ㅠ
임신 시도가 별거 아니라면 아니지만, 음식 굉장히 조심해야 하고 와인도 못 마시고 커피도 가리고..그리고 이 과업이 계속 체크리스트에 체크 안된 채로 남아있다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에요
차라리 임신 안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아주 자유로워질거 같아요
지금 신이 있다면 신에게 말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더럽고 치사해서 나 임신 안한다고..
제 맘대로 할 수 없는일이라 좌절감 느끼는거 같아요. 차라리 한국이었음 이렇게 무력감느끼기전에 클리닉같은데 가볼텐데 그게 안되니 그냥 인터넷에서 좋다는거 먹고 배 따뜻하게 하면서 배테기나 해야 하고 ..

집에만 있으니 더 우울해서 근처 백화점에 왔어요. 회사에서 입을 옷을 사는 저를 발견하고 제가 회사 관둘 생각은 역시 전혀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한국 들어가서 회사 관두고 다시 들어올까 하는 것도 생각했었는데 그러기엔 힘들게 들어간 직장이 넘 아까워요. 근데 또 직장을 포기안하자니 제대로된 임신시도는 1년반 후 제 나이 35살 되어서야 할 수 있다니. 어쩌면 좋죠.

백화점 오는 길에 어떤 여자 거지가 개 한마리 데리고 상자 골판지에 뭐라뭐라 사연 써서 코너에서 구걸하는거 봤어요. 여기 거지들은 차 신호등 앞에서 주로 구걸하는데 그 여자를 보니 나는 그래도 집도 있고 직장도 있고 남편도 있고 가진게 많다 생각 잠깐 했어요...근데 백화점 와서 천사같이 자는 아기 유모차에 태워 다니고, 탈의실 옆칸에선 엄마 지퍼올려줄까요? 하는 꼬마애 목소리 들리고..

그래도 글 쓰니 좀 낫네요 ㅠ 제 표현에 혹시 과격한 것이 었었다면 너그러이 보아넘겨주세요..




IP : 166.147.xxx.1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3.10.15 8:18 AM (119.64.xxx.213)

    마음을 비우세요.
    비우면 어느 순간 바라던것이 채워지대요.

  • 2. ㅇㄹ
    '13.10.15 8:20 AM (203.152.xxx.219)

    아이를 무슨 과업처럼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나에게 오는 손님이예요.
    인생에서 원하는 모든걸 다 해보셨고 아이도 그중에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나봐요..
    아이는 그런것들하고는 좀 다릅니다.
    낳아놓기만 하면 크는것도 아니고.. 아이를 가지면서부터(원글님경우는 가지는과정부터) 새로운
    하드 미션시작이라고나 할까요..
    그건 원글님이 인생에서 성취한것들하고는 달라요. 내 의지대로만 되는게 절대아니라는거죠.

    지금 임신이 된다고 해도, 임신기간 내내 남편분과 떨어져 계셔야 하는것 같은데
    그럴바에야 나중에 갖는게 더 낫지 않겠어요... 커리어 포기하지 마세요.
    35살에 마음 편히 다시 시도하시는게 낫던지 아니면 남편분이 휴가 왔을때 시도하시던지 하세요.
    아이문제는 정말 갖고 낳고, 키우는 모든 과정이 절대 내 의지대로 억지로 되는일이 아니에요.

    마음 편히 가져야 아기가 옵니다. 운동도 좀 하시고요.....

  • 3. 임신은
    '13.10.15 8:30 AM (180.65.xxx.29)

    그렇게 초조하면 잘 안되는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고 있는걸 몸이 벌써 알거든요
    편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아기가 올겁니다

  • 4. 정말
    '13.10.15 9:43 AM (116.39.xxx.87)

    신경쓰면 안되도 마음 내려 놓거나 방심하면 덜컥 되는게 임신이에요

  • 5. 대통령
    '13.10.15 11:26 AM (115.136.xxx.31)

    정말 다 가지고 있는데 아이만 없으시네요...
    저랑 바꾸자고 하시면 바꾸실래요?
    ㅎㅎ 아마 지금의 나가 좋다고 하실거에요..
    느긋해지시면 어느 순간 아가가 찾아올거에요..
    젊어서 다해봤다니 너무 부럽네요

  • 6. ,,
    '13.10.15 11:34 AM (72.213.xxx.130)

    생각보다 유산 빈번해요. 잘 추스르고 마음 편히 가지세요.

  • 7. 어쩌죠
    '13.10.15 12:30 PM (67.182.xxx.168)

    좋은 답글들 정말 감사드려요..아까보다 많이 진정했어요 ㅎㅎ
    좀 내려놓고 마음 비울게요..손님맞을 준비는 정성스럽게 하되, 안 오면 안오는가보다 해야겠어요..
    어떻게 되겠죠.. 남편이랑 떨어져 지내는 것도 자유시간이 늘었다 생각하면..괜찮을지도 모르고..
    좋은 말씀들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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