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람들은 비밀을 간직하지 못합니다.

열두시 조회수 : 4,901
작성일 : 2013-10-14 12:44:55


게시판 글 읽다 문득 생각나서 써 봅니다. 

작년에 힘든 일을 겪고
그 일을 아주 가까운 몇 사람에게만
털어놨어요.

저는 그래서 그 일을 아는 사람이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고
믿었죠.

그런데 일년이 지나서 우연히 알고보니 
그 일을 아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더군요. 
일부는 돌아돌아 제 귀로 다시 들어오기도 했고요. 


엄마에게만 말을 하니 
엄마는 바로 언니에게 그 이야길 했고
시어머니에게 말을 하니
시어머니는 바로 시누에게 말을 했고..
친구에게 말을 하니
친구는 또 자기 엄마와 언니에게 말을 했고
그 언니는 또 자기 남편에게 말을 했고...
이런 식이었죠.
남자들은 입이 무거울지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더군요.

물론 그 말을 전했을 때는 
제 걱정을 담아서 전했을 거에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을수도 있죠.

하지만 가장 큰 진실은 이거라고 생각해요.
비밀을 간직할 힘이 없기 때문..

저를 돌아보니 저도 마찬가지더군요.
사안에 따라서는 몇 년정도 비밀을 지킨것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은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더군요.
그걸 혼자 갖고 있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래서 남 욕할것 없구나.
내가 비밀을 지키지 못해서
나의 비밀도 지켜지지 못했구나 생각합니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어떤 비밀을 털어놓을 때는
바람에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이 비밀이 어디까지 흘러갈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는 걸 전제하고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번은 친구에게 말하면서 그랬어요.
이 이야기 너 혼자 간직하기 힘들면 남편에게만 말해..이렇게요.
우린 꼭 한사람에게라도 전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니까요. 

어쨌든 전 앞으로는
비밀을 지키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다른거 대단한 건 못하고 살아도
비밀 하나만큼은 지키는 사람으로 살아야겠어요.

또 남의 사생활을 쉽게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도
결심했어요.
전혀 만날일이 없는 사이라고 생각해서
쉽게 어떤 사람 이야기를 했는데
훗날 그 두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더군요.

아무튼 비밀을 간직하는 사람이
정말 큰 사람이라는 걸
배워갑니다. 
우리 모두 얼마나 나약한 사람인가 하는 사실도요. 





IP : 59.6.xxx.230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0.14 12:48 PM (218.238.xxx.159)

    이거 너만 알고 있어 너한테만 이야기하는거야 ..라고 말할때 상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다고 생각해야해요. 말하고 싶은걸 억지로 참아야 하잖아요..
    전에 가족중에 연예계 쪽 종사자가 있어서 톱스타 연예인 비밀을 하나 알고 있는데 이걸 어디에다
    말하고 싶을걸 간신히 참았네요..
    비밀은 이미 누군가에게 말할때 비밀이 아니에요 ㅋㅋㅋ

  • 2. ....
    '13.10.14 12:51 PM (115.126.xxx.100)

    맞아요 비밀은 내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비밀이 아니죠~
    나도 지키지못한 비밀이 어떻게 비밀이겠어요~

  • 3. ㅇㅇ
    '13.10.14 12:52 PM (39.119.xxx.125)

    저는 비밀을 잘 지킨다고 생각했는데....
    원글님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

  • 4. 지난주말에
    '13.10.14 1:00 PM (182.209.xxx.140)

    제가 느낀점이네요. 두달 전에 사춘기 아들 때문에 언니에게 전화로 속상하다 이야기 했는데 그제 친정엄마 생신이라 온 가족이 다 모인 앞에서 제 남동생이 아들에게 사고쳤다더니 컸네...하는거예요. 비밀까지는 아니였지만 온 가족들은 다 알아...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아들의 민망해 하는 얼굴에 말의 힘을 보았네요.

  • 5. 그게..
    '13.10.14 1:04 PM (106.241.xxx.9)

    전 비밀 잘 지키는 편인데
    제가 지켜주었던 비밀이란게 당사자의 입을 통해 아무것도 아닌게 되었을때 엄청 허탈하더라구요..
    몇번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어요..
    결국은 본인이 비밀을 사방팔방 털어놓고 다니는 사람도 많더라는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도 몇몇 지인의 비밀을 지켜주고 있어요..

  • 6. 그게..
    '13.10.14 1:06 PM (106.241.xxx.9)

    아.. 맞다
    저는 그래서 제 정말 비밀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요..
    제가 누군가에게 이야기 한 순간 그 이야기는 제가 지킬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래서 혼자 힘들더라도..

  • 7. 근데
    '13.10.14 1:17 PM (122.35.xxx.135)

    남의 얘기 죽어라 캐묻는 인간들은 뭔가요??
    본의 아니게 같은 공간에 있게 됐는데, 필요이상으로 말안하는 사람은 비밀이 많다, 의심스럽다 이러잖아요.
    호기심에 눈을 번들거리면서 남 캐묻는 사람이 왜이리 많은지?? 그런 사람이 이상한 취급받는 사회가 됐음 좋겠네요.

  • 8. 전 비밀 잘 간직하는데
    '13.10.14 1:28 PM (118.209.xxx.7)

    그걸 알아주고 높이 평가해 주는 사람은
    몇 년에 한 번 밖에 없더군요.

  • 9. ///
    '13.10.14 1:37 PM (115.126.xxx.100)

    근데 어떤 사람은 비밀이야~~이러면서 이야기해놓고
    그게 좀 퍼져나가길 바라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저한테 말해놓고 소문이 절대 안나니까 자기가 터트리기도 하더라는;;;
    그거 보고 너무 웃겼어요.

    그래서 저한테 비밀인데..하고 말하는 사람 있으면 전 미리 말해요.

    나한테 말하면 절대 소문 안난다. 소문났으면 하는거면 말해봤자 소용없다.
    그러면 아. 그래? 하고 다른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ㅎㅎㅎ

  • 10. 그래서.
    '13.10.14 1:41 PM (1.177.xxx.116)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분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그거예요.
    세상에 비밀은 없다. 너만 알고 있어라고 말을 하는 순간 마음의 번뇌는 일시적으로 사라질테지만
    결국 며칠안에 주위의 대부분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구요.
    누군가 너만 알고 있어라..라고 말을 해준다면 그 말을 아는 이가 적어도 다섯손가락 안에는 들거라고요.
    그러니 정말 비밀을 지키고 싶다면 그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된다 라구요.

    저 또한 평소 비밀얘기를 지키려 노력하는데요.
    가끔 제게만 털어 놓는다며 너무 힘들었는데 제게라도 말해서 이젠 맘이 좀 나아졌다고 하고선
    대신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지요.

    그래서 그 맘을 이해했기에 주위 많은 사람들의 이런 저런 얘기들에도 꿈쩍도 않고 모른다로 일관하는데요.
    시간이 좀 지나고 보면 나중에 단체로 모였을 때 그 친구들이 이미 다 알고 있고
    제가 모른다고 하니 저만 모르는 줄 알고 알려주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얘기의 출처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던 본인 자신이었다는 겁니다.
    몇 명에게 각자 따로 너무 힘들어서 털어놓는다고 스스로 말하며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더군요.
    그런데 다 들 모여서 그렇게 또 얘기를 하는거고..-.-

    그런 경험이 쌓여선지 전 이제 그 불멸의 소.문.이 되지 않기를 원하는 얘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아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지요. 모든 걸 혼자 떠안아야 한다는 글너 슬픈 전설이..흑-.-

  • 11. ..
    '13.10.14 2:19 PM (210.180.xxx.2)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 12. 맞아요
    '13.10.14 2:32 PM (222.237.xxx.246)

    인간은 참 약하고도 강한 존재인 듯 싶어요.
    저도 말이 많은 편이지만
    비밀 중에서도 나쁜 얘기는 절대 얘기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꼭 하고 싶으면 많이 각색해서 그 사람 신원노출되지 않게 해서 합니다.
    사는 동네도 바꾸고 나이도 바꾸고 기타 등등...

  • 13. ㅁㅁ
    '13.10.14 2:41 PM (121.129.xxx.127)

    내 입을 떠나는순간 비밀은 사라집니다

  • 14. 맞아요
    '13.10.14 3:18 PM (119.198.xxx.185)

    원글, 댓글에도 동감합니다.
    남은 말할 것도 없고
    형제도 비밀이라고 터 놓는것들이 나중에는 약점으로 ,인식되버리더군요.
    그저 나만 조용히 앓고 지내자 , 요즘 저도 다짐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의 반성도 해보았구요.
    남의 비밀 가지고 배려하고 묻기보다는 약점으로 느끼거나, 한때의 화제로 꺼리에 불과한적이 없는지...

  • 15. ..
    '13.10.14 4:32 PM (220.78.xxx.106)

    저는 누가 비밀이라고 얘기하면.. 난 못지킨다 얘기해요..
    동네 아줌마가 비밀이라고 얘기하면.. 동네에 뿌리지는 않아도.. 내 고향 친구한테는 얘기할지도 모른다고 얘기해요..
    그런데 그 사람도 자신의 비밀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은가봐요.. 제가 아무한테 말 안한다고 약속 못한다고 하는데도 얘기하더라구요..

  • 16. 자기가
    '13.10.14 8:35 PM (129.69.xxx.43)

    스스로 남에게 말한 이상 이미 비밀이 아니죠. 그리고 비밀은 없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아무리 상처가 되고 숨기고싶은 비밀이래도 자주 드러내야 제대로 상처를 볼 수 있고 치유가 되기 시작하거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8603 댓글 알바들 심리가 궁금해요 7 123 2013/10/15 673
308602 자동차 리스 승계 괜찮은가요? 몰라 2013/10/15 2,809
308601 시험준비하는데... 이렇게 살아도 될까요? 2 수험생 2013/10/15 1,223
308600 공부 못하는 아들 10 공부 못하는.. 2013/10/15 3,585
308599 어떤 사람을보고 참 가벼운 사람이라는 느끼을 받는다면 15 ㅇㅇ 2013/10/15 5,462
308598 누구나 불안한가봐요 4 ... 2013/10/15 1,884
308597 남자를 많이 만나보라고 하는데...그럴 남자가 있나요? 7 ㅋㅌㅊ 2013/10/15 1,992
308596 팔 살 거의 다 뻈어요 27 내팔뚝짱 2013/10/15 12,368
308595 피부결따라의 뜻 땅땅 2013/10/15 900
308594 장미칼이 냉동닭을 써는 광고 8 ,,, 2013/10/15 2,171
308593 맞벌이 신혼부부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요? 1 ㅎㅎ 2013/10/15 1,199
308592 성유리덕분에 미혼남자연옌이 섭외가 잘 되는거같아요 .. 2013/10/15 1,653
308591 도배질문, 천정을 흰색으로 안하고 벽면이랑 같은 벽지로 바르려고.. 3 ... 2013/10/15 2,170
308590 야구때문에 드라마도 못보고 도대체 이게 뭔지 12 야구 2013/10/15 1,955
308589 주상욱 참 잘생겼네요 12 힐링캠프 2013/10/15 5,053
308588 여기 쇼핑몰모델... 참 분위기 있네요 3 2013/10/15 2,502
308587 꽃무늬 화려한 접시를 받는꿈 4 해몽 2013/10/15 1,677
308586 밤에 잘때 방문 꼭 닫으시나요? 7 ddd 2013/10/15 2,715
308585 저 사주 좀 봐주세요 ㅠㅠ 6 바보탱이 2013/10/15 1,927
308584 화곡동 도현 철학원 highki.. 2013/10/15 2,287
308583 인터넷공유기로2대 컴사용할경우 검색기록공유되나요(컴 잘하시는분꼭.. 4 컴 잘하시는.. 2013/10/14 1,472
308582 구절초,쑥부쟁이,벌개미취 구별 잘 하시는 분? 6 구절초 2013/10/14 2,361
308581 수시는 결과를 바로 확인하나요? 2 ㅇㅇ 2013/10/14 1,055
308580 플레이오프 예매.. 많이 어렵나요? 2 두산팬엄마 2013/10/14 1,377
308579 시댁에 비정기적으로 10만원 너무 적을까요 ? 9 시댁용돈 2013/10/14 2,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