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두달된 아기와 열살된 딸아이엄마에요.
제가 원래 정리정돈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건 결혼전, 다녔던 회사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었어요.
늘 먼지쌓인 창문턱을 닦거나, 간이탕비실을 행주를 삶아대면서 닦고, 늘 물건정리해두고, 구겨진 비닐봉지나 박스들을 크기와 색깔별로 접어서 수납하면서 지냈었어요.
그런데 그런 습관이 결혼해서도 바뀌지 않았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우리 열살된 딸은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도 그런 정리하는 습관이 없어요.
학교다녀오면 가방은 방에 내던져두고 걸치고 간 겉옷은 둘둘말아서 책상한켠에 놓아두고, 샤워하면서 벗은 양말이나 바지들은 그냥 욕실문앞에 널부러져있고, 먹은 사과접시는, 그냥 그자리에 있고.
"옷은 개켜두었니?"
"접시는 제발 싱크대에 둬라."
"빨을 옷은, 세탁기에 넣어라"
늘 같은 말의 연속이에요.
그런데도
"응, 응."
하면서도 그자리에 그냥 못박힌듯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머리는 언제 감을려고 하니?"
"할려고 했었는데...할려고~~"
언제?할려고?
어안이 벙벙해져서 그냥 서있게 되는 나..
이제 두달된 아기가 있어서 그전처럼 시간이 나지않는데도, 계속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하고 냉장고속이든, 찬장서랍속이든, 어떤 서랍속이든 계속 크기와 용도에 맞게 정리가 되어있어야 하고 창문틀과 창문은 반짝반짝 빛나야 하고.
스텐렌스 주전자도 언제나 그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베란다틈새에도 먼지없이 깔끔한 모습을 보면서 피곤한 육신을 비로소 편안해진 마음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잠잘 시간도 없고..
그런데 우리딸은 그런저에 비하면 너무나 태평하거든요.
어쩌면 저렇게 정리를 안하고 살수있는지.
어쩌면 저렇게 학교갔다오면 겉옷도 저렇게 벗어두고 헤벌레 놔둘수있는지.
그러고도 마음이 편안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어느날 그해답을 알았어요.
저는 일곱살이 다 끝나가는 겨울부터 고모네집에서 2년을 살았어요.
그 고모부가 절 무척 싫어하길래 고모는, 아침 다섯시부터 저를 깨워서 그 방의 모든 이부자리를 다 접고 붉은 수수가 달린 빗자루질을 한 후,무릎꿇고 물걸레질을 하면서 거실을 나가고, 신발들을 정리하면서 현관문을 청소하고 현관문을 나서면서 누각처럼 세워진 계단을 청소하면서 내려가 그길로 수돗가가 있고 장미꽃이 피어난 정원이 있는 마당을 싸리빗질하면서 나가서 대문밖쓰레기통을 비웠어요.
그게 가능하냐고요?
가능했어요.
그리고 돌아오면서 누각받침대에 있는 선인장들에게 물을 한바가지씩 주었어요.
그리고 이년뒤 단칸방을 겨우 마련한 엄마한테 저를 포함한 자매 두명이 함께 살았었는데 그때에도 쓸고닦는 생활의 연속이었어요.
그리고 학교가 일찍 끝난 토요일오후에는 햇살이 빛나는 수돗가한켠에 앉아 운동화랑 실내화를 하얗게 닦아 담벼락에 말리면 뽀송하게 말라가고 쾌청한 하늘아래 펄럭이는 빛바랜 저 빨래들.
그 청결함이 좋았고, 청소한후의 단아한 방이 좋았고, 빛바랜 깔끔한 책상이 좋았어요.
물때가 전혀끼지않은 비누함속에 말갛게 들어있는 하얀 세수비누와 그 향기.
뽀얗게 삶아 네모지게 걸린 걸레.
그런데 우리딸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네요.
휙휙 던져진 옷가지들을 정리하면서 분주한 일상속에 아무리 말해도 듣지않는 딸아이때문에 화가 나서 잠시 주절거려봅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의 발견도 하게되었어요.
어린시절의 환경이 불행했던 사람은 커서도 주변을 정리하면서 산다.
유독 결벽증이 있는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청소를 하지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있었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전 깔끔하게 정리를 잘하고 청소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아마.. 어린시절에 저렇게 엄마대신 집에서 청소하고 간단하게라도 부엌일을 하고 저녁나절이면 빨래를 거둬들이고 개키면서 사는 생활을 한 사람이었을거다..라는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