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녀간의 인연 그 아리송함에 대해..

월하노인 조회수 : 6,790
작성일 : 2013-10-10 16:26:36

제 인생에 정말 크나큰 악재가 닥친거 같아요.

나이 31살 . 결코 어린 나이도 아니고 우스운일에 휘둘릴 성품도 아니구요.

거두절미하고 이 아리송한 사연 풀어볼게요.

 

올해 3월에 초파일에만 발길하던 사찰에 갔었습니다.

산신각 칠성각에 들러 좋은 인연 점지해달라는 발원하고 또 발원했습니다.

그러고 하산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우연히 집근처 고등학교 담벼락을 끼고 걸었습니다.

담벼락이 아담해서 그날따라 손으로 톡톡 건드리듯 아주 명랑하게 걷고 있는데

그 담벼락위에 증명사진 한장이 떠억 하니 있었습니다.

 

쌍꺼풀 없는 가로로 긴 눈매 긴 얼굴형 뚜렷하진 않지만 단정한 이목구비.

그 학교 학생인가 싶어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인연을 점지해 달라 빌었더니. 나에게 고등학생을???

길고 긴 솔로의 종착역이 징역이라굽쇼? (31살 먹고 미성년자 나빠요.)

근데 또 애매한 감정이 생기면서 그 선한 이목구비 약간은 슬퍼보이는 눈매에

에이 그냥 남의 사진 함부로 줍고 함부로 버리기 뭐해서 일단 지갑 사이에 콱 껴집어놨었습니다.

 

그러고 3개월 후에.

평소 발길도 뜸하던 어떤 장소에서 한 남자에게 스르륵 홀렸습니다.

백마탄 왕자님도 아니고 무릎나온 츄리닝에 목이 다 늘어난 티샤쓰 입은 청년에게.

근데 그때 제 뇌가 갑자기 무슨 아노미를 겪었기에

처음본 후줄근한 청년에게 마음이 스스륵 풀리며.

나 왠지 저 사람이랑 결혼하겠구나...

이런 미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오는길에 미쳤구나 뺨을 찰싹 때려도 보고  자면서 하이킥을 수도 없이 차봤지만

떠오르는 그 늘어난 티샤쓰가 어느덧 제 마음도 엿가락처럼 늘이고 늘여서..

주변 분들을 꼬드겨 술자리를 만들어달라 같이 밥 먹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 징징거리기까지

만들었습니다.

태어나서 누군가를 먼저 좋아해보기도 좋아서 먼저 액션을 취해보기도 처음이였는데

어디나가서 말 못한다는 소리 못들어본 제가 그 청년 앞에서는 아...

한떨기 상병신이 되더군요. 말도 더듬더듬 어색한 몸짓과 시선..

그리고 몇번의 떼거리 만남에서 저보다 2살 연하임을 알게 되었고.

섣불리 카톡에서 좋아한다 고백하고 가차없이 까였습니다. 허허허

 

뭐 여기까지면 주책맞은 뇨자의 깜냥안되는 연하공략이였겠으나.

서프라이즈급 반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머리속을 번개처럼 치고 날아가는 윌리엄텔의 화살!!

3개월전에 지갑속에 고이 두었던 묘령의 사진.

그걸 꺼내보고 정말 경악을 했습니다.

사진속의 사람과 그 청년이 너무나도 닮아서.

제 아군삼아 도움을 청했던 지인분에게 보였더니 저보다 더 심하게 놀라시더군요.

얼굴형과 쌍커풀 없는 눈매하며 잔잔한 이목구비까지.

참다못해 저 말고 그 지인분이 줏었다 어쨋다 그 부분 쏙 빼고 아는 사람인데 많이 닮았다고 하며

사진을 보여주니 본인도 매우 놀라워할정도로 닮았더란 말입니다.

물론 저는 이것은 인연이다 부르짖고 성급히 카톡으로 고백하는 과오를 범했으니.

 

그런데 말입니다. (김상중 톤으로)

도대체 저는 왜 깨끗하게 차인 마당에도 그 청년을 잊지 못하고 찌질거리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사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월하노인이 있다면 당장에 멱살을 붙들어매고 묻고 싶습니다.

왜 날 뷁!!!!!!!!

 

아 졸렵고 따분한 시간 .. 오너 몰래 작성한 글이오니 피식 웃음이 나오셨다면 땃땃한 댓글좀 .. 굽신굽신..

제 인생 미스테리 입니다. 정말. ㅎㅎ

정신병자. 과대망상증 이런 댓글 사양합니다. 이미 너무 많이 되뇌여서 지겹네요.

 

참고로 이는 100% 실화입니다.

 

 

 

 

IP : 58.143.xxx.68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과 친구하고 싶네요. ㅋ
    '13.10.10 4:30 PM (121.162.xxx.53)

    이 글솜씨 어뜨케 ㅋㅋㅋㅋ
    왜 차인건데요? 친구인냥 어울리면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보거나 더 멋있는 남자 만나시길.

  • 2. .........
    '13.10.10 4:31 PM (121.162.xxx.213)

    와하하하하, 뭘까요?
    개꿈 꾼 것도 아니고
    현실의 일이라니...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죠.
    일단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마음을 완전 비우세요.
    인연은 마음을 비우니 나타나더군요.

  • 3. 참맛
    '13.10.10 4:34 PM (121.182.xxx.150)

    82에서 기묘한 글을 적잖이 보긴 했어도.....

    이게 실화라니.....

    큐피트 꼬맹이가 아무데나 화살을 쏘다보니 이런 불상사도 생기나 보네요 ㅎ

  • 4. 6389
    '13.10.10 4:35 PM (125.181.xxx.208)

    그냥 두번의 우연이 있었을뿐.

    거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 운명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만...

    고백하셨다니 앞으로나 잘해보세요.

  • 5. 월하노인
    '13.10.10 4:43 PM (58.143.xxx.68)

    하하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아주 정중하고도 깨끗하게 선을 긋더라구요. 멋진 짜식 ㅎㅎ

    그러게요. 제가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거 맞아요. 근데 누구 사진을 줍기도 주워서 주변에 닮은 사람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으니 제가 정신을 못차린거 같아요.

    근데 참 궁금한건 말이죠. 어떻게 처음 본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겠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순간 든건지..
    전 결혼에 관해서는 냉담자에 가까워서.

    아. 정말 큐피트 꼬맹이 미워요. 내 손에 잡히면 매직기 제일 세게 해놓고 곱슬머리 좍좍 펴주고 싶어요.
    아무데나 쏘지 마란말이야!!!

  • 6. ㅇㅇㅇ
    '13.10.10 4:52 PM (218.159.xxx.187)

    만화로 만들어서 웹툰으로 올리세요.

  • 7. 근데요님이랑
    '13.10.10 5:08 PM (182.214.xxx.74)

    같은생각 품었습니다
    어디 술자리에서 만나셨는지?
    잘 읽렀어요 실화라곤 하지만 스토리성이 꽤 강한..^^;

  • 8. 월하노인
    '13.10.10 5:21 PM (58.143.xxx.68)

    장소가 작업실 같은 곳이에요. 저는 아주 오래전에 몸담았었고 현재도 작업하시는 지인들이 있어서
    아주 가끔 찾아가서 친목을 도모합니다. (주로 맥주에 몸을 담궜다 뺏다 하면서 ㅎㅎ)
    제가 좀 바빠서 거진 3개월만에 갔던 거고 그 청년은 이미 8개월 정도 작업하던 상태였어요.
    시간이 엇갈려서 서로 얼굴 볼수가 없었던 거구요.

    나참. 갑자기 생각이 나는데요. 그 청년이 기르는 두마리 개와 조우할 일이 있었는데
    머리털나고 개한테까지 잘보이고 싶었던 그 심정. 아아아.....

    실화라서 그런지 더더욱 라디오 사연이라도 보내기가 꺼려져요 ㅎㅎ

  • 9. 31살이라는데
    '13.10.10 5:47 PM (110.12.xxx.236)

    글 쓰는 투는 51살 같네요;;
    절을 다니셔서 그런가... 글에 세월이 묻어나네요 =ㅁ=;;

  • 10. 아 이분한테 맥주 한잔
    '13.10.10 6:23 PM (118.209.xxx.61)

    사 드리고 싶다~

    이분 이야기 듣기만 해도 세시간 네시간은 재미있을 것 같아요 ^^

  • 11. 영화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13.10.10 8:16 PM (223.62.xxx.130)

    원래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해요

  • 12. 영화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13.10.10 8:17 PM (223.62.xxx.130)

    그게 논픽션

  • 13. 호감이 있을 때 인연..
    '13.10.11 8:58 AM (218.234.xxx.37)

    우연에 대해 호감이 있으면 인연, 호감이 없으면 악연.

    저도 비슷한 경험.. 여러 회사들이 모여 있는 대형 빌딩에 갈 때마다 마주치는 거래처 그 분.
    그 회사도 몇천명 규모이고, 그 건물에는 그 회사 외에 4, 5개 회사가 더 있어서 정말 마주치기 힘들 거든요.
    같은 회사 사람들도 그 사람이랑 그렇게 자주 못본다고 할 정도로.

    나이도 비슷하고 얼굴도 훈남이시어서 이게 인연이구나 싶어 작업걸다가.. 까였습니다. 헐~
    오래전 추억이라 이젠 웃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1409 11월 20일 [신동호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3/11/20 571
321408 사과껍질 6 사과 2013/11/20 1,119
321407 냉동실얼려도되나요? 1 시금치된장국.. 2013/11/20 722
321406 빨래가 너무 잘 안마르네요 10 빨래 2013/11/20 2,139
321405 초등아들 따뜻한 내복추천해주세요 2 ㅇㅇ 2013/11/20 1,021
321404 아파트에도 통,반이 있나요? 3 미나 2013/11/20 818
321403 무스탕 숏자켓.. 낼모레 사십인데 입어도 될까요 8 하이 2013/11/20 1,537
321402 40대 이상 주부님들 샴푸 어떤 제품 쓰고 계신가요? 15 샴푸 2013/11/20 5,258
321401 11월 2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3/11/20 614
321400 아들아이, 채용 신체검사는 어디서 해야 하나요? 3 송이버섯 2013/11/20 1,327
321399 도우미 쓰다가 몸에서 사리 나올 지경이네요 6 애둘엄마 2013/11/20 5,379
321398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요.. 6 아침이다 2013/11/20 4,461
321397 필리핀 괜찮을까요? 7 걱정 2013/11/20 1,479
321396 여러분이라면 엄마로써 어떤선택을 하실건지 답변좀 주세요 16 푸르른 2013/11/20 3,266
321395 영어 문법문의 6 ... 2013/11/20 963
321394 의대 vs 치대 vs 약대 20 2013/11/20 12,287
321393 돈이 줄줄.. 5 에고. 2013/11/20 2,067
321392 응사 10회 방금봤어요ㅠㅡ 2 칠봉칠봉 2013/11/20 1,208
321391 미래의 선택 보시는 분은 없으신가요? 10 선택 2013/11/20 1,656
321390 연연생 많이 힘든가요? 8 123 2013/11/20 1,296
321389 다시 이별을 겪으면서... 인생이 너무 무서워집니다. 8 .... 2013/11/20 3,667
321388 잠실근처 하숙.. 10 조은맘 2013/11/20 1,681
321387 윗층 아줌마랑 싸우고 왔는데 속상하네요. 41 아랫층 여자.. 2013/11/20 18,490
321386 포도는 언제가 제철이에요? 4 제철과일 2013/11/20 7,232
321385 초중등 겨울캠프, 둘중 어느게 좋을까요? 3 한마디씩 2013/11/20 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