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동생이랑 자취하고 있는 이십대 중반 입니다. 둘다 공부 때문에 본가에서 나와 서울에 살아요.
오늘 동생이랑 뭐 좀 살게 있어서 티에 추리닝 바지차림으로 슬리퍼 끌고 돌아다니다 필요한 것을 샀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는 엘레베이터에서 동생이 저보고 몇키로냐고 물어봅니다. 정확히 모르겠고 저번에 몸무게 쟀을 때
얼마였다 대답하니 살 좀 빼래요. 퉁명스럽게 알았다 했더니 사실 아까 멀리서 남자두명이
제가 뚱뚱하다고 쑥덕거렸다네요. 그래서 자기가 너무 기분이 나쁘대요. 길가다가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욕하는 사람도 처음 봤고 내 가족이 그렇게 욕을 먹어서 기분이 나쁘대요. 왜 그런 욕을 듣고 사냐고 살을 빼랍니다.
솔직히 상처받았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냐고 하니까 그건 못 들었대요. 근데 그냥 수근대는 분
위기나 표정이 저가 뚱뚱하다고 욕하는 게 틀림없다고, 그래서 저는 확실히 들은 것도 아니면서 그러냐고
여기가 우리 동네지만 회사도 많아서 추레한 차림보고 수근댔을 수도 있는 거고 설사 뚱뚱하다고 욕했든 말든 다시 볼 사람
들도 아닌데 그 사람들이 수준이하인 거지 내가 잘못한 건 아니라 그랬어요.
그 뒤로는 계속 같은 말 무한반복이네요. 동생은 '그런 욕을 왜 듣고 사냐 살을 빼라.' 저는 '같이 다니기 창피하냐, 내가 괜
찮다는데 왜 니가 난리냐. 그리고 나는 그 사람들이 내 욕하는 거 못 들었는데 니가 정 그렇게 기분나빴음 그 사람들한테 한
마디하던가. 지나가다가 욕 들어먹은 나한테 왜 화를 내냐'
아 진짜 너무 서러워서 상처받은 티 안 낼랬는데 계속 눈물이 나고 온갖 생각이 다 들면서 스트레스가 확 오는 거에요.
제가 갑자기 살이 많이 쪘거든요. 준비하는 시험이 어려워서 먹는걸로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근 2년 사이에 25키로가 쪘어
요. 키는 172인데 한창 나갈때는 80까지 찍었습니다. 다리에 빨갛게 튼살이 생겨서 이거 어떻게 없애냐고 82에 글 올린 적
도 있구요. 지금은 76키로 정도 되구요. 저도 제가 뚱뚱한 거 알아요.. 그런데 진짜 뚱뚱하면 사람 취급을 못 받네요...
몸이 둔한 사람은 마음도 둔해서 무슨 소리를 하든 상처 안 받는줄 아나봐요.
전 원래 성격이 쾌활하고 장난기가 많은 편이에요. 그런 제가 한참을 서럽게 울고 표정이 안 좋으니 동생이 학원 늦었는데
자기도 기분이 안 좋은지 와서 친한 척 하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전 또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어요.
그랬더니 왜 우냐고.. 이해가 안된다고.. 지 딴엔 미안해서 그랬을 거라 생각하고 싶네요.
지금도 나가야 되는데.. 시험준비하러 가야되는데 눈 코 입술 다 부었어요. 미친 듯이 울어서..
기분도 완전 꿀꿀하고 날씨도 꿀꿀하고..ㅜㅜ 진짜 기분 안좋네요.. 사실 글 쓰다가 좀 기분이 풀렸지만..
아무튼 뚱뚱한게 죄겠죠 뭐.. 이 시험이 끝나면 다이어트 할 거지만.. 살빼도 씁쓸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