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교조가 없어지길 원하지 않으시면

한숨 조회수 : 796
작성일 : 2013-10-07 23:48:02

2013년 9월 30일자 한겨레 칼럼입니다.

 

내가 전교조다

 

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다. 환갑을 맞는 나는 이른바 ‘일부 몰지각한’ 늙은 교사다. 나는 전교조로 해직되어 10년을 거리의 교사로 보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나는 솜털 보송보송한 ‘중딩’ 아이들과 사랑싸움에 빠져 세상 돌아가는 걸 잊고 지낸다. 그러다 난데없는 소식을 들었다. 현 정부에서 전교조 등록을 최소하겠다는. 그것도 이명박 정부에서 희생된 후배 교사 9명을 전교조가 자르지 않는다는 꼬투리를 잡아서라고 한다. 나 자신이 해직 교사였고, 1500명이 해직되면서 깃발을 올린 것이 바로 전교조의 역사인데 말이다.

해직 교사 9명 때문에 6만명, 24년 역사의 전교조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치졸하게 꼼수 부리지 말자.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 종의 다양성은 생태계 지속성의 원리다. 의견의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원리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그것은 바로 독재요, 죽음의 원리다. 문제는 민주주의다.

한편에서는 전교조에 초심을 잃지 말라고 점잖게 가르친다. 그러나 아이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 독재의 하수인으로 거짓을 가르치며 아이들 앞에 부끄럽게 서지 않으려는 초심으로 출범한 전교조에 쏟아붓던 온갖 비난과 왜곡과 끔찍한 탄압을 나는 잊지 못한다. 군부독재정권도 악법도 법이니 지키라고 을러메었다.

전교조를 돌아본다. 어찌 전교조가 다 잘만 했으랴. 올곧은 교육을 바라는 교사와 아이들, 다수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안고 출범한 전교조가 모두의 비원에 얼마만큼이나 답했을까. ‘처음처럼’의 지향을 지키지 못하고 때로는 교사들의 이해를 중심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인성까지 망가져가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 흘리고 밤을 새워 고민하지 못한 때도 많다. 철저하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교육이 갈수록 더 병들고 그 깊이만큼 올바른 교육에 대한 절절한 희망이 높은 한 전교조는 6만명만의 조직이 아니다. 전교조는 여전히 많은 국민의 교육적 대안이고, 이미 부정 못할 역사다.

‘전교조 무찌르기’가 공안 전문가들이 본보기로 손보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이 물 건너가면서 국민들 눈돌리기용은 설마 아닐 것이다. 친일과 독재를 은폐하고 독립과 민주의 투쟁을 깎아내리려는 한국사 교과서 출판 같은 교육 정책과는 맥락이 닿지 않은 것이기를 바란다. 해직 교사로 출범한 전교조에 해직 교사가 없던 때는 없었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14년 동안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중시하는 보수정권이 국제노동기구에서 수차례 권고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권고한 기준을 외면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나는 아이들과 ‘욕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들은 보통 면전에서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하고 뒤에서는 비난하기 일쑤다. 진짜 친구는 면전에서 혹독하게 비판하고 돌아서서는 칭찬하는 사람이다. 욕친구는 내 인생의 ‘소금’이다. 세상도 소금 같은 욕친구가 있어야 썩지 않는다. 제대로 된 언론, 시민단체, 야당 등이 세상의 욕친구다. 쓴소리가 무서워 욕친구의 입을 틀어막으면 반드시 제가 썩는 법이다.

나는 암 환자다. 그것도 지난겨울 두번째 수술을 받은 재발 암 환자다. 10년 해직 동안의 분노와 절망이, 그에 따른 스트레스와 과로가 일단의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해직 교사 출신 중 암 등으로 먼저 간 분들이 30명도 넘는다. 지금 내 유일한 희망은, 바깥에서는 최고의 골칫거리들로 볼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순수덩어리인 아이들과 어우러져 하루하루를 기쁘고 보람차게 살아내는 일이다. 아이들과 사랑만 하기에도 아까운 삼년 남짓 남은 시간이 내게 허락된다면 말이다. 한데 애써 잊고 싶은 세상일이 삶의 켜를 파고든다. 돌아보니 30년 나의 젊음은 몽땅 전교조였다. 내 존재의 밑동을 뒤흔드는 찬바람이 부니 어쩌란 말인가.

신연식 서울 동마중 교사

 

서명합시다. 여기에서 서명받고 있네요.

전교조 설립취소 위협 중단 백만인 서명운동.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

IP : 222.233.xxx.23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cean7
    '13.10.7 11:52 PM (50.135.xxx.248)

    현정부는 일베교사가 되길 바라나보죠

    정말 징그러운 매국정권..
    당장 서명하러갑니다.

  • 2. __
    '13.10.7 11:58 PM (121.50.xxx.88)

    환경단체도 같이 탄압하려는듯한 분위기 원전비리 4대강등 방폐장등 두려운게많은지 에효 속이속이아니네요

  • 3. 하여간
    '13.10.8 12:01 AM (211.194.xxx.191)

    이 나라의 수구들은 공존을 몰라요.

  • 4. 요즘 전교조를 제대로
    '13.10.8 12:10 AM (175.126.xxx.239)

    아시는지...

    전교조에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더니...
    문제가 없진않나봅니다~~

  • 5. 맥도날드
    '13.10.8 1:09 AM (119.67.xxx.6)

    서명했아요

  • 6. ......
    '13.10.8 2:22 AM (110.9.xxx.192)

    좌익사관 교육은 철폐 되야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공교육 망쳐놓은게 전교조 라고 생각합니다.

  • 7.
    '13.10.8 4:12 AM (223.62.xxx.243)

    윗님 무슨 근거로? 조선일보 보시나봐요;;;;

  • 8. yawol
    '13.10.8 9:48 AM (175.211.xxx.70)

    좌익하면 박정희가 생각납니다. 남로당 군사총책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9614 남편이 출국해서 차만 있으면.. 8 차량안쓰면... 2013/12/11 1,442
329613 보톡스vs필러 1 볼빵빵 2013/12/11 951
329612 코스트코 리퀩건조기 3 리퀩건조기 2013/12/11 1,674
329611 분홍이나 빨간 목도리 굵은짜임이 더 이쁠까요? 1 목도리 2013/12/11 499
329610 사회 여성들의 현주소를 짚어보려 합니다 hankoo.. 2013/12/11 457
329609 이름 영어로 어떻게 써요 김 오 근 6 이름 2013/12/11 2,044
329608 노틀담의 꼽추 마지막 줄거리 궁금해요 제주도 2013/12/11 989
329607 전화 수신거부 티안나게 할방법 있을까요? .. 2013/12/11 6,619
329606 어제 100분토론 보셨어요?? 3 전세살이 2013/12/11 747
329605 세무신고 자동으로 잡히는 사업자카드 있나요? 3 초짜 2013/12/11 675
329604 변호인 메가박스에 문의했더니. 1 아이스폴 2013/12/11 1,598
329603 김치 키로당 13000 원이면 비싼거죠 7 .. 2013/12/11 1,217
329602 클렌징오일이나 로션 추천좀 부탁드려요 10 ㅜㅡㅜ 2013/12/11 2,338
329601 생선구이기에 생선구우면 훨 맛있나요? 3 fgh 2013/12/11 1,353
329600 버스 지하철에서 매너없는 아줌마들 말인데요 15 ... 2013/12/11 5,467
329599 [질문]마이홈 들어가면 내글로 들어가면 말이죠 1 dd 2013/12/11 419
329598 지금 이 시각 대전역 서광장 모습 - 철도 민영화 반대와 국민철.. 1 참맛 2013/12/11 715
329597 신혼집위치좀 골라주세요~~~~ㅠㅠ 8 ㅜ_ㅜ 2013/12/11 1,273
329596 테부러진 썬글라스 백화점 A/S 되나요? 3 썬글라스 2013/12/11 740
329595 거래처가 멀면 어떤식으로 부조를 하나요? 6 ........ 2013/12/11 491
329594 청국장에 신김치 넣는거 8 무지개 2013/12/11 1,843
329593 녹두전 껍질 안까고 갈면 안될까요? 6 힘들어서 2013/12/11 16,486
329592 친구 남편이 예쁘다고 말했다면 제가 반응을 어떻게 해야하나요 20 손님 2013/12/11 5,234
329591 원더걸스 소희 2 ㅇㅇ 2013/12/11 2,207
329590 월 500 수입이면 꾹 참고 다녀야할까요.. 37 직업 2013/12/11 16,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