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공사가 진행중인 밀양에서, 공사 건설 중에 묘소까지 훼손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공사현장에 들어갈 수 없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5일 오후에는 공사현장 근처의 가족 묘소를 확인한 한 주민이 실신하기도 했다.
4일 오후, 서아무개(65)노인이 실신해 119응급차를 타고 밀양병원에 실려갔다.
매형과 누나(가묘)의 묘소를 확인한 후였다. 그마저도 공사현장 관리자와
경찰 네명의 동행하에 이루어졌다.
서씨 가족의 묘소는 공사현장에서는 50미터 남짓,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공사장 입구에서는 20미터 남짓 떨어져 있다.
현재 밀양병원에 입원중인 서씨는 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가슴이 답답해서 못 참겠더라.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쓰러지는 순간이 기억도 안 난다"면서
"병원 가는 길에서 '어르신 숨 쉬소'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이어 서씨는 "산소에서 50미터도 안 되는 곳에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세상에 가족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이런 법이 어디있나"면서
"죽은 사람을 전기에 그슬려 두 번 죽이는 거다. 가슴이 답답해서 못 참겠다"고 말했다.
현장이 있는 기자들이 확인한 결과 126번 공사현장 근처에는 대여섯개의 묘소가 있었다.
그러나 경찰의 통제 때문에 기자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해, 유가족 등 당사자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특히 한 묘소는 공사장의 펜스가 봉분 가운데를 가로지나고 있어 훼손의 정도가 적지 않았다.
공사현장에 펜스가 쳐진 시점은 10월 1일밤에서 2일 오전 사이다.
따라서 펜스는 5일 가량 분묘를 가로지르는 상태로 방치된 것.
훼손된 묘소는 비석 등은 없는 상태였고, 묘소 바로 옆 '분묘개장안내'라는 푯말만이
해당 장소가 묘소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자들이 '분묘개장안내'라는 팻말을 발견하자,
근처에 있던 건설현장 기사는 "이거 분묘인데 이거라도 세워줘야 한다"면서
봉분을 밟고 올라와 쓰러진 팻말을 세워주었다.
'분묘개장안내' 팻말은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사업부지에 편입된 토지에 소재하는
분묘에 대하여 분묘개장을 협의하고자 한다"면서
"기간내에 연락이 없는 분묘는 무연분묘로 간주하여 관계법령의 절차에 의하여
사업시행자가 임의개장(이장) 할 수 있음을 안내"한다고 쓰여져 있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한전 홍보팀에 분묘 훼손에 대한 입장을 요청하자 한전 홍보팀은
분묘임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며 사실 확인을 한 뒤에 즉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1시간 뒤, 한전은 "분묘임을 확인했으며 분묘를 가로지르고 있던 펜스를 끊어 묘지
바깥으로 다시 펜스를 쳤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한전 홍보팀 차장은 "미처 파악을 못했다. 잘못한 부분이고 사과할 부분은 확실하다"면서
"유가족이 있다면, 조치를 확실히 하겠다.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동네 주민 중에 유가족이 있을 거다. 주민들이 들어가지 못하니까
묘가 훼손되는 것도 모른다"면서 "기자들이 못 봤으면 그대로 있었을 거다.
주민들에게 공사현장을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