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경제적으로 좀 무능했어요.
억척스런 엄마덕에 집장만도 하고 자식들이 대학공부도 했죠.
그런데 아버지는 언제나 큰소리만 쳤어요.
대학나온 사람들을 보면
"부모 잘 만나서 대학나온 주제에...나도 부모 잘 만났으면 그 자식보다 더 좋은대학 나왔을거다."
라고 소리쳤고
돈을 많이 번 사람을 보면
"어디서 사기나 쳐서 돈벌었지.나도 사기치면 그것보다 돈 더 많이 벌수 있어."
라고 소리쳤어요.
여하튼 아버지보다 무어라도 하나 나은 사람은 다 하자가 있다는 식이었어요.
어려서는 그런 아버지가 안타까웠어요.
아버지도 좋은 부모 만났으면 훨씬 훨씬 좋은 대학 나와서 성공했을텐데...
아버지가 너무나 착한 사람이어서 사기같은건 치지 않아서 가난한거야.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런 아버지를 경멸하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정말 싫었어요.
그냥 솔직하게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이것밖에 못 벌었다."라고 했다면
오히려 아버지에게 감사하고 더 고마움을 느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아버지는 늘상 세상탓,부모탓,주위 탓만 했어요.
별다른 노력도 없이 남의 탓만 하는 아버지가 정말 싫었어요.
그런데 얼마전에 모임에 나갔는데 아버지와 정말 비슷한 사람을 만났어요.
이번에 사업으로 성공해서 월 삼천넘게 버는 이웃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사람이 대뜸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기 같으면 훨씬 더 성공했을거라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듣는데 순간적으로 울컥했어요.
그 사람을 막 패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물론 내색도 않고 그냥 적당히 맞장구쳐주고 돌아왔는데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