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행복을 탐하라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졌다. 귓가를 스치는 말이 한국말이 아니어도 중국어, 일본어, 영어, 혹은 듣도 보도 못한 나라의 언어가 들려도 낯설지가 않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얼마나 만족하고 돌아가는 것일까. 인바운드 관광의 질적 성장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장 이진식 과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핵심은,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
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장이 운을 뗐다. 춘추전국시대 공자는 백성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근심하는 초나라 제후섭공에게 “근자열 원자래,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고 충언했단다. 이 과장은 관광도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150만의 주한 외국인이나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근자열’이 되면 ‘원자래’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는 것. 과거에는 해외로 나가서 손님을 모셔왔으나 지금은 SNS를 비롯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동시다발적으로 메시지가 오가는 구조가 됐다. 그는 “기쁘고 행복한 관광이 되면 관광사업자들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했다.
“시설이 부족하더라도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서 관광객을 ‘기쁘게’하면 그들이 그 감동으로 한국을 다시 찾습니다. 관광의 핵심은 배려인거죠. 개인의 입장에서 여행이나 관광이란 매몰되어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곳에서 자신을 투영시키는 시간이잖아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느끼며 상대 문화를 이해하면서 새로운 아이템도 찾고요. 자신의 삶의 질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여행을 하는데 직접 와 보니 서비스도 엉망이고 사진을 통해서나 알려진 바와 달라 실망해서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차. ‘관광’을 대하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국경을 넘나드는 관광이 일상화된 시대이지만 이 과장은 ‘어떻게 하면 관광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왜 관광을 하는가’ 또는 ‘왜 관광이 필요한가’에서 시작한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삶은 일과 여가로 되어 있고 일은 여가를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여가는 그리스어로 스콜레, 이는 학교나 학자의 어원이다. 여가, 여행, 관광이 단순히 일탈의 쾌락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보고 이해함으로써 바른 생각과 정신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 내가 속한 우물 안에서 벗어나 더 큰 하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관광의 가장 큰 매력인 셈이다.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떠난다. 여행이든, 연수든 배우고 느낄 거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지 아무 것에나 돈을 쓰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관광객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왔을까. “시간이 돈이고, 여행코스가 돈이기 때문에 여행사들은 관광 거점 도시와 쇼핑 위주의 관광을 많이 유도하게 되죠. 멀수록 손해니까요. 내국인들은 강원도, 부산, 제주, 서해안, 남해안 순으로, 외국인들은 서울, 부산, 제주권 관광이 거의 전부거든요. 이 구조가 여행사 구조예요. 그러니 여행의 공간적 범주를 넓혀 가야해요. 서울, 부산, 제주도 외의 지역도 문화와 관광으로 색을 입히면 국가경쟁력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겁니다.”
여행이 불편해?
IT강국코리아, 스마트관광으로 해소한다
특정지역에 관광객이 편중되는 것도 문제지만 외국인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은 언어문제다. 그는 “언어문제를 비롯해 각종 불편 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창조관광이 벤처사업의 한 획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광객용 스마트폰 앱 개발, 음성 인식, 지도, 택시 요금 등의 각종 정보 실시간 확인 등 불편요소들을 하나씩 해소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런 것들이 곧 창조관광과 관련이 있어 미래부에서도 관여하고 있는데요,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행 후기를 남겼을 때에 할인혜택을 주는 등 우리의 문화를 외국으로 실시간 내보낼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는 관광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문화정책이 걸어온 길에 빗대어 설명했다. “문화정책을 예를 들면 70년대는 ‘장르’를 지원했고, 80년대에는 예술의 전장과 같은 문화시설을 세우는데 주력했죠. 90년대에는 문화사업이 활성화 됐고요, 2000년대로 넘어오면 ‘문화도시’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디에 집중하고 있을까요? 바로 ‘사람’입니다. 그 연속선상에서 관광정책도 펼쳐지고 있다고 봅니다.”
가까운 미래에 정착되어야 할 관광 정책뿐 아니라 먼 미래의 관광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이과장의 말을 더 들어보자.
“일종의 트렌드인데요, 처음에는 강, 산 등의 자연이나 명승지 위주의 관광이 시작됐어요. 그 다음에는 생태농어촌 등의 체험 관광으로, 그 다음에는 역사교훈여행 다크투어리즘으로, 그 다음은 뭘까요? 정주형 관광입니다. 살게 만들어야하는 것이죠. “저 도시 진짜 예쁘다. 저기서 살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죠. 해외에 나가서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한 번쯤은 느꼈을텐데요, 우리는 겅제개발 5개년 등 압축성장과 함께 도시가 난개발 되면서 문화적인 자산이 사라지는 일들을 겪었죠. 그러다보니 대형건물, 아파트들은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는데 그것들이 과연 도시 미관이나 풍수지리적으로나 인간중심의 문화도시인가 하는 측면에선 고민의 여지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제 다시 노령화 사회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산업형에서 문화, 관광레저, 복지형의 형태로 바뀌어야 하고요, 외국인들도 한국에 눌러앉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관광의 미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어쩌다 머물고 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보통내기가 아닌듯하다. 일탈의 즐거움이 일상의 즐거움으로 바뀌어야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과장이 강조하는 게 있다. 여행비용을 낮추는 정책을 실현시키는 것, 먼저는 근자열이다. “제 소원인데요, 4인 가족여행이 성인남녀의 데이트 비용보다 낮게 만들고 싶어요. 무한경쟁 속에서 자녀 교육비 지출이 얼마나 커요. 그로인해 휴가나 여가를 즐길 수가 없어요. 비용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부담이 되거든요. 그러니 가격정책을 가족중심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아이와 함께 입장하는 아빠는 무료’라는 광고를 본적이 있는데 제가 하고 싶은 가격정책입니다. 여행을 즐기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선 여행 바우처를 통해 지원하고요. 모든 국민이 문화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이죠.”
다음은 원자래. “성형, 의료관광, 마이스산업, 크루즈관광, 복합지조트 등을 많이 만들어서 해외시장에 내놓아야 하고요.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많이 해서 그들이 한국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구조도 만들어줘야겠죠. 또 요즘은 SNS로 한국의 속살을 다 보여주는 시대잖아요.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즐겁고 다양한 곳을 볼 수 있도록 해서 ‘외국인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으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만족도가 높으면 스스로 관광을 유발하는 관광마케터가 되는 거죠.”
이진식 과장은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개인 블로그에는 “사람을 읽으려면 한비자를 읽고, 사람을 이기려면 손자병법을 읽고, 사람을 다스리려면 논어를 읽고, 사람을 구하려면 성경을 읽어야한다”는 글귀를 써 놨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최근 그가 여름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으로 ‘인간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김용석 저)’이란 책을 추천했는데 기자가 그 책을 이해하기엔 다소 어렵고 지루한 철학책이었다. 하지만 그가 ‘관광’이라는 단어에 생각을 제한하지 않고 문화와 인간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폭넓게 접글할 수 있는 이유를 알만했다. “10년 전에 읽은 책인데 문화적인 것에 대한 고민, 사람에 대한 고민을 정책에 담아 넣기 위해 고민하다 찾은 책입니다. 열린사회와 닫힌사회의 차이, 문화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어요. 문화적인 것이란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관광 또한 ‘사람 사랑’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닐까요.”
출처: 역사와 문화를 깨우는 글마루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