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를 보고 왔다
다상담...
다음 달을 마지막으로 아쉬울 때 굿바이 한다며...
역시 영리하다
미디어에서 비행기 태워준다고 냉큼 오를 사람이 아니란 짐작은 있었지만
어찌보면 절정인 이 때 과감히 트렉을 내려온다
미련을 남겨야 자신이 설 자리를 잃지 않는 달까
세상에...대충 정보는 듣고 갔지만 강의 5시간 전부터
사람들의 자리 다툼은 시작됐다
가장 긴 시간은 강의 시작 5분 전이었다
기어이 차고 넘친 사람들은 강의 연단 바닥까지 이어지고
강신주 등장
생각보다 체구는 크지 않았고 다부져 보인다
눈빛이 상당히 매섭다
가끔 내담자를 바라볼 때 꿰뚫는 집중력이 있다
압도적인 여성들의 반응과 자세
지식인의 전형인 근엄과 위엄 너머 유머와 통찰 그리고 자기확신
마초적이다
순간순간 빵하고 터지는 포복절도와 박장대소
그가 늘 강조하는 "사랑하라"의 화두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지금 강의 하고 죽어도 후회해선 안된다는 절실함으로 말한다
그래서 군더더기가 없다
거칠고 아프게 파고든다
내가 느꼈던 그 불편함이 뭔지 아는 순간이다
그의 문제가 아니라 켜켜이 쌓인 나의 벽에 금이 가는 두려움과 당혹감
일상의 관성을 바꾸고 싶은 바람
그걸 건드린 것이다
지식만으로는 불가능한 에너지가 있다
나의 앞문이 누군가에겐 뒷문이 될 수 있다는 삶의 비밀은 의외로 단순하고 가까이 있다
그래서 보지 못한다
그를 통해 불편함이 "끌림"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변화는 크게 일어났다
내가 새벽 1시를 훌쩍 넘긴 그 시간에 그의 입만 바라 보고 있었으니...
불우했던 자신의 환경, 꼬장꼬장했던 학창시절, 철학의 성에 갇혀 똥폼 잡고 살았던
지난 과거를 시장 풀빵 장수 아저씨 마냥 술술 풀어내는 입담...
자신은 꿈을 꾸지 않는단다
그냥 지금을 산다고
다음 달 있을 마지막 강의 주제가 죽음과 종교...
마무리다운 제목이다
여전히 진행형인 철학자
훌훌 모든 감투를 벗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살고 싶다는 그의 소망
완전하게 죽어야 다시 살 수 있다
그는 그 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같다
그나저나 다음 강의 때 자리 전쟁을 또 치러야 하나...
한 달 후의 일을 벌써 걱정한다
이게 나의 한계인가 보다
음... 그래... 그 때 가서 보자...
강의 들은 값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