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두에게 20만원을 다 주는 건 아닌 쪽으로 결론이 난 모양입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를 만들어낸 대표 복지공약 기초연금 얘기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매달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으로 대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이 공약 덕분에 당시 박근혜 후보는 ‘노인정 스타’로 불릴 만큼 노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윤곽을 드러낸 기초연금 정부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어르신들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소득 상위 30% 어르신들은 현재의 기초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소득이 없더라도 서울에 공시지가 기준 4억6000만원 이상의 집을 갖고 있는 어르신 부부 역시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정부안대로 간다면 어르신들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국민연금 성실가입자를 차별하고 미래의 노년층인 중장년층에게도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게 정부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평가입니다.
내일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기초연금 공약 축소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엔 과연 뭐라고 할까요? 미리 짐작해봅니다. “저는 지난 대선에서 노인들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습니다. 거 뭐냐 기초연금을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습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하기 바랍니다”라고 하지 않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무슨 말을 하더라도 지금까지 주장해온 원칙과 신뢰의 정치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매달 기초연금 20만원 받겠다는 욕심만으로 어르신들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본다면 박근혜 후보는 표만 얻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셈입니다. 속은 국민이 “내가 바보였다”고 한숨짓는 게 맞습니까? 국민을 속인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는 게 합당합니까? 2013년 우리에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습니다. 단지, 노인을 속이는 나라가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