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기 이야기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자가자 조회수 : 1,268
작성일 : 2013-09-18 23:34:11

저 중학교 1학년 때 그런 아기 본 적 있어요. 시골이라 아기가 귀하다보니 어른들이 보면 다들 귀여워했거든요. 그걸 당연하게 즐기는 아기였는데 제 언니가 그런 꼴을 못 봤어요.
그래서 언니는 일부러 외면했죠. 아기가 온몸을 비틀며 시선을 끌려고 할 때마다 더 외면하고, 그럴수록 아기는 그걸 못 견뎌서 나중엔 엄마품을 벗어나 기어코 사랑을 받아내겠다고 언니 옆으로 기어가 무릎을 건드렸는데 끝내 외면하더군요. 말 못하는 아기는 자기 머리를 때리면서 울고, 언니는 고개를 돌린 채 피식피식 웃고 있고, 주변에 보는 사람들은 안타깝고 민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언니가 애정결핍에 사춘기라서 애정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대상을 견디지 못했어요. 아기든, 동물이든, 여자든......

예전엔 언니를 보면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미운 말, 미운 짓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면서 왜 자기를 사랑하지 않냐고 화를 내고, 사랑 받고자 하는 대상에게 못 하는 화풀이를 제일 만만한 저에게 했으니까요.
지금은 연민만 남아 있어요.

언젠가 제 둘째 언니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 난 네가 싫어. 나나 넷째가 죽어라고 노력해도 얻기 힘든 걸, 너는 아무 노력도 안 하고 거져 받고 살면서도 그걸 모르니까."


언니는 사춘기를 꽤 오래 보내야했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아서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살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제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대요. 저를 너무 심하게 괴롭혔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전해줬어요.

'신이 나를 용서했는데 내가 누구를 용서 못하겠나.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니 부디 편히 살아라.

언니는 이미 용서 받았다.'

아마 아기는 잘 지냈을 거예요.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간혹 언니같은 사람도 만났겠지만 균형을 찾아갔겠죠.

아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제 언니같이 마음이 추웠던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는 게 뭔지 알고 있는 아기는 그래도 나름 풍요로울 거라 믿어요.

아기가 사랑 많이 받고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서 주변 곳곳이 모두 행복으로 물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IP : 1.246.xxx.6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9.18 11:42 PM (183.91.xxx.42)

    저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 용서가 안되요.
    빨리 지금 엮인 관계 다 끝나고
    더이상 서로 안보고 죽는 날까지 살면
    죽기 전에 용서해줄래요.
    그 전에 용서 못하는 이유는 죽기 전에 또 엮길까봐 무서워서예요.

  • 2. 자가자
    '13.9.18 11:51 PM (1.246.xxx.67)

    .../ 저도 안 보니까 용서한 건지도 몰라요. 언니가 외국에 있고 동생편에 말을 전한 거라서 저도 답을 한거거든요.
    안 보고 살게 된 것도 고맙고, 억울하고 슬펐던 감정도 없어져서 고맙고, 늘 그랬듯이 기억 못한다고 우길 줄만 알던 언니가 용서를 구한 것도 고마워요.
    정말 자기자신에게 만족했다면 다른 사람을 그렇게까지 괴롭힐 일은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이해를 했어요.
    그래도 가깝게 지낼 마음은 없어요. 언니의 너무 오래 몸에 밴 습관이 혹시라도 튀어 나오면 그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멀리 있어서 좋은 관계도 있나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14662 토르 3d로 봐야 할까요?? 3 토르 2013/10/30 4,431
314661 애는 남의집.자기는 외식. 6 과외샘 2013/10/30 2,091
314660 인터넷에서 옷을 샀는데. 5 뭐지? 2013/10/30 1,409
314659 이것이 현실.... 3 // 2013/10/30 1,238
314658 재혼시에 친권문제 여쭙니다. 8 질문 2013/10/30 2,659
314657 오늘밤 애 재워놓고 가출할건데 어디 갈곳 있을까요? 25 분당 수내동.. 2013/10/30 4,868
314656 포항 수학학원문의드립니다^^ 1 포항수학 2013/10/30 1,672
314655 전기장판,옥매트 둘 다 전자파 많겠지요? 백옥 2013/10/30 1,539
314654 독감예방접종 어디서 하세요? 1 독감 2013/10/30 601
314653 몽슈슈 사러 갔었는데요 13 2013/10/30 2,950
314652 외국어 가르치는 강사분께 조언 구합니다. 1 손님 2013/10/30 604
314651 고양이 강아지 털 알레르기 있다하는데요 1 .. 2013/10/30 880
314650 초록원피스에 검정 코트....구두와 스타킹 코디? 9 코디 2013/10/30 2,683
314649 저도 꿈 해몽 부탁드려요~ 동전 2013/10/30 1,087
314648 안전벨트의 중요성 후덜덜한 영상 우꼬살자 2013/10/30 702
314647 500만원 정기적금 좋은 은행 추천해주세요 5 ^^ 2013/10/30 1,873
314646 나이들어 돌아보니... 요즘 2013/10/30 1,127
314645 지은지 오래된 아파트의 꼭대기층.. 결로 있고 추울까요? 4 ... 2013/10/30 1,900
314644 소렐 부츠 말인데요.. 3 결정장애 2013/10/30 2,331
314643 드라마 ost 찾아주세요 찾기 2013/10/30 521
314642 법무사 등기비용에 관해서 4 쌩쌩이 2013/10/30 2,543
314641 아로마 훈제기 괜찮나요? 1 고구마 2013/10/30 1,090
314640 오래된 할로겐 전구, led로 그냥 바꾸면 되나요? 5 led 교체.. 2013/10/30 2,398
314639 우리나라 제품인데 전자파 안전 인증과 전기료에서 안전하다고.. 1 전자파 전기.. 2013/10/30 473
314638 공공근로 올해1~9월까지 연속했는데 내년1월부터하는1단계 될수있.. 4 .. 2013/10/30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