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기 이야기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자가자 조회수 : 1,255
작성일 : 2013-09-18 23:34:11

저 중학교 1학년 때 그런 아기 본 적 있어요. 시골이라 아기가 귀하다보니 어른들이 보면 다들 귀여워했거든요. 그걸 당연하게 즐기는 아기였는데 제 언니가 그런 꼴을 못 봤어요.
그래서 언니는 일부러 외면했죠. 아기가 온몸을 비틀며 시선을 끌려고 할 때마다 더 외면하고, 그럴수록 아기는 그걸 못 견뎌서 나중엔 엄마품을 벗어나 기어코 사랑을 받아내겠다고 언니 옆으로 기어가 무릎을 건드렸는데 끝내 외면하더군요. 말 못하는 아기는 자기 머리를 때리면서 울고, 언니는 고개를 돌린 채 피식피식 웃고 있고, 주변에 보는 사람들은 안타깝고 민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언니가 애정결핍에 사춘기라서 애정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대상을 견디지 못했어요. 아기든, 동물이든, 여자든......

예전엔 언니를 보면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미운 말, 미운 짓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면서 왜 자기를 사랑하지 않냐고 화를 내고, 사랑 받고자 하는 대상에게 못 하는 화풀이를 제일 만만한 저에게 했으니까요.
지금은 연민만 남아 있어요.

언젠가 제 둘째 언니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 난 네가 싫어. 나나 넷째가 죽어라고 노력해도 얻기 힘든 걸, 너는 아무 노력도 안 하고 거져 받고 살면서도 그걸 모르니까."


언니는 사춘기를 꽤 오래 보내야했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아서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살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제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대요. 저를 너무 심하게 괴롭혔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전해줬어요.

'신이 나를 용서했는데 내가 누구를 용서 못하겠나.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니 부디 편히 살아라.

언니는 이미 용서 받았다.'

아마 아기는 잘 지냈을 거예요.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간혹 언니같은 사람도 만났겠지만 균형을 찾아갔겠죠.

아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제 언니같이 마음이 추웠던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는 게 뭔지 알고 있는 아기는 그래도 나름 풍요로울 거라 믿어요.

아기가 사랑 많이 받고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서 주변 곳곳이 모두 행복으로 물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IP : 1.246.xxx.6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9.18 11:42 PM (183.91.xxx.42)

    저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 용서가 안되요.
    빨리 지금 엮인 관계 다 끝나고
    더이상 서로 안보고 죽는 날까지 살면
    죽기 전에 용서해줄래요.
    그 전에 용서 못하는 이유는 죽기 전에 또 엮길까봐 무서워서예요.

  • 2. 자가자
    '13.9.18 11:51 PM (1.246.xxx.67)

    .../ 저도 안 보니까 용서한 건지도 몰라요. 언니가 외국에 있고 동생편에 말을 전한 거라서 저도 답을 한거거든요.
    안 보고 살게 된 것도 고맙고, 억울하고 슬펐던 감정도 없어져서 고맙고, 늘 그랬듯이 기억 못한다고 우길 줄만 알던 언니가 용서를 구한 것도 고마워요.
    정말 자기자신에게 만족했다면 다른 사람을 그렇게까지 괴롭힐 일은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이해를 했어요.
    그래도 가깝게 지낼 마음은 없어요. 언니의 너무 오래 몸에 밴 습관이 혹시라도 튀어 나오면 그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멀리 있어서 좋은 관계도 있나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1348 현관문이 열려있다니.. 3 2013/09/24 3,021
301347 그릇안에 그릇 들어간거 어떻게 빼나요? ㅠㅠ 도와주세요 17 조이 2013/09/24 2,717
301346 50대 엄마 선물 뭐가 좋을까요? 4 런던 파리 2013/09/24 2,690
301345 삼성생명 영업관리 마케팅등 (상시채용) 4 ㅇㅇ 2013/09/24 1,571
301344 나이든 동물이 아프다는 것... 10 .... 2013/09/24 1,926
301343 어제 경제위기 말씀하셨다 지우신 분, 거기에 걱정되는 분들을 위.. 26 어제 경제위.. 2013/09/24 4,823
301342 저보고 은희 닮았다는데..칭찬일까요?? 6 2013/09/24 1,449
301341 택배가 십수일째 안 와서 확인해봤더니.... 8 Estell.. 2013/09/24 6,124
301340 아악~아이폰 다운그레이드안되나요?! 12 77777 2013/09/24 2,334
301339 영문법 글 보다가 저도 추천 3 .. 2013/09/24 1,713
301338 옷에 한~개도 관심없는 아들... 6 고등학교 2013/09/24 1,812
301337 영화 '관상' 마음씨가 더 대박 2 샬랄라 2013/09/24 1,549
301336 배는 부른데 머리는 허전한 느낌 7 흐릉ㅇ 2013/09/24 1,780
301335 목동에 집을 사려고합니다 17 여니 2013/09/24 4,697
301334 남편을 위해.. 천* 식품 2013/09/24 799
301333 윤대현의 마음연구소 / 이승욱의 공공상담소 5 팟캐스트좋아.. 2013/09/24 1,873
301332 지금 네이버 카페 안되죠? 1 카페 2013/09/24 629
301331 서울 맛있는 떡집. 알려주세요 23 tjhd 2013/09/24 7,021
301330 사법연수원사건 묻힐것같아요 4 사바 2013/09/24 3,831
301329 공중파에선 보기 힘든 시청광장.jpg /어제 5 대단했군요 2013/09/24 990
301328 대전에서 가정 요리 배울수 있는 곳 5 배워야겠다 2013/09/24 2,010
301327 댓글에 예일대 무슨 얘기에요? 2 모지 2013/09/24 1,593
301326 진짜 파운드 케익 파는 곳 좀 알려주세요ㅜㅜ 21 빵빵순 2013/09/24 3,725
301325 '日수산물의 실체?' 화제의 유튜브 영상 호박덩쿨 2013/09/24 849
301324 쪽팔려 게임에서 졌다는 처자 우꼬살자 2013/09/24 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