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기 이야기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자가자 조회수 : 1,246
작성일 : 2013-09-18 23:34:11

저 중학교 1학년 때 그런 아기 본 적 있어요. 시골이라 아기가 귀하다보니 어른들이 보면 다들 귀여워했거든요. 그걸 당연하게 즐기는 아기였는데 제 언니가 그런 꼴을 못 봤어요.
그래서 언니는 일부러 외면했죠. 아기가 온몸을 비틀며 시선을 끌려고 할 때마다 더 외면하고, 그럴수록 아기는 그걸 못 견뎌서 나중엔 엄마품을 벗어나 기어코 사랑을 받아내겠다고 언니 옆으로 기어가 무릎을 건드렸는데 끝내 외면하더군요. 말 못하는 아기는 자기 머리를 때리면서 울고, 언니는 고개를 돌린 채 피식피식 웃고 있고, 주변에 보는 사람들은 안타깝고 민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언니가 애정결핍에 사춘기라서 애정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대상을 견디지 못했어요. 아기든, 동물이든, 여자든......

예전엔 언니를 보면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미운 말, 미운 짓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면서 왜 자기를 사랑하지 않냐고 화를 내고, 사랑 받고자 하는 대상에게 못 하는 화풀이를 제일 만만한 저에게 했으니까요.
지금은 연민만 남아 있어요.

언젠가 제 둘째 언니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 난 네가 싫어. 나나 넷째가 죽어라고 노력해도 얻기 힘든 걸, 너는 아무 노력도 안 하고 거져 받고 살면서도 그걸 모르니까."


언니는 사춘기를 꽤 오래 보내야했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아서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살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제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대요. 저를 너무 심하게 괴롭혔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전해줬어요.

'신이 나를 용서했는데 내가 누구를 용서 못하겠나.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니 부디 편히 살아라.

언니는 이미 용서 받았다.'

아마 아기는 잘 지냈을 거예요.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간혹 언니같은 사람도 만났겠지만 균형을 찾아갔겠죠.

아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제 언니같이 마음이 추웠던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는 게 뭔지 알고 있는 아기는 그래도 나름 풍요로울 거라 믿어요.

아기가 사랑 많이 받고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서 주변 곳곳이 모두 행복으로 물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IP : 1.246.xxx.6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9.18 11:42 PM (183.91.xxx.42)

    저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 용서가 안되요.
    빨리 지금 엮인 관계 다 끝나고
    더이상 서로 안보고 죽는 날까지 살면
    죽기 전에 용서해줄래요.
    그 전에 용서 못하는 이유는 죽기 전에 또 엮길까봐 무서워서예요.

  • 2. 자가자
    '13.9.18 11:51 PM (1.246.xxx.67)

    .../ 저도 안 보니까 용서한 건지도 몰라요. 언니가 외국에 있고 동생편에 말을 전한 거라서 저도 답을 한거거든요.
    안 보고 살게 된 것도 고맙고, 억울하고 슬펐던 감정도 없어져서 고맙고, 늘 그랬듯이 기억 못한다고 우길 줄만 알던 언니가 용서를 구한 것도 고마워요.
    정말 자기자신에게 만족했다면 다른 사람을 그렇게까지 괴롭힐 일은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이해를 했어요.
    그래도 가깝게 지낼 마음은 없어요. 언니의 너무 오래 몸에 밴 습관이 혹시라도 튀어 나오면 그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멀리 있어서 좋은 관계도 있나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12773 현직 조선족 중국인관광가이드의 고백...요약 4 서울남자사람.. 2013/10/28 3,958
312772 맥주집 외부 화장실 벽색깔 추천좀 해주세요 화장실 2013/10/28 738
312771 전세자금대출은 어떻게 받는건가요? 자격조건등이요. 3 전세 2013/10/28 2,991
312770 냉동실에 이년넘은 표고버섯 먹어도될까요? ... 2013/10/28 417
312769 안타까웁던6~70년대의 금지곡들 1 그냥 2013/10/28 446
312768 정말 저좀 도와주세요 비염코막힘때문에 죽겠어요ㅜㅠ 14 쏘럭키 2013/10/28 3,212
312767 11월 2일(토) 일산 유기견보호소 산책봉사자 모집 eenp 2013/10/28 727
312766 됐다의 의미 4 한글이좋다네.. 2013/10/28 676
312765 아버지가 감 따다가 발목을 삐끗하셧어요 에휴 2013/10/28 530
312764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양념불고기의 고기가 질이 1 .. 2013/10/28 1,579
312763 황태채 맛있게 무치는 방법 공개해주세요~ 3 주부 2013/10/28 1,634
312762 필리핀 3개월 비자좀 여쭈어볼께요 1 비자 2013/10/28 775
312761 김치냉자고 인터넷몰에서 구입해 보신분 ? 6 김치냉장고 2013/10/28 1,079
312760 그네의 성폭력개념이 의심스러워~ 1 뭘해도 의심.. 2013/10/28 511
312759 죽전신세계에는 이월구두파는 곳없나요? ... 2013/10/28 440
312758 임신하셨을때 회 드셨나요? 5 가을 2013/10/28 1,045
312757 현미쌀 까만벌레 설마 바퀴는 아니겠죠 4 ㅠㅠ 2013/10/28 1,767
312756 기황후', 역사왜곡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고마 6 우마드 2013/10/28 1,975
312755 갤노트3 5 ~~ 2013/10/28 1,207
312754 서울대 외국인 특별전형 75%가 한국인...기가 막히네요 11 2013/10/28 3,156
312753 보일러 분배기 밸브랑 방 , 짝을모르겠어요 3 보일러 2013/10/28 2,033
312752 관리자님 봐주세요~ 1 ㅇㅇ 2013/10/28 492
312751 우리나라 사람들 체형이 안좋다는데. 제생각은 다르네요. 13 ㅇㅇㅇ 2013/10/28 2,978
312750 유재열이좋아하는시 - 오세영(후회) 은빛여울에 2013/10/28 709
312749 정부 ‘독도 홍보물’ 일본영상 무단사용 세우실 2013/10/28 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