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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기 싫은 이유.

싱글처자 조회수 : 1,962
작성일 : 2013-09-18 10:29:42
결혼 안 한 미혼 처자입니다.

명절에도 다들 고향에 내려가시는데 전 고향에 내려가기 싫은 이유가 바로 부모님 때문이에요.
사실 명절 제사상도 안 차리는 집안이긴 하지만..(기독교는 아니시고 아버지 집안 사람들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서로 안 보고 지낸지 한 20년 된거 같네요)

사실 어릴때부터 집이 많이 가난 했어요.
그래서 '좋은 음식' 이란걸 못 먹어봤구요. 가장 호사스러운 식사는 어릴때 동네 돼지갈비집에서 먹던
1인분에 2500원 하던 돼지갈비였어요. 그것도 아빠 월급날에나 좀 먹을 수 있었어요.
저 지금 나이가 30대 초반인데 소갈비를 20대때 첨 먹어봤다면 뭐 말 다했죠.

가난도 가난이었지만 평생 부모님과 사이 좋게 지낸적이 없는거 같아요.
매질과 욕설을 일삼던 엄마. 평생 바람피던 아빠.
중학생쯤 된 이후로 스스로 맘 속에서 부모님을 밀어냈습니다.

그러다가 20대 중반이 되서 직장 잡고 독립하고 그 이후로 쭉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다행히 직장에서는 승승 장구 했어요. 어릴때부터 가난한 집 벗어날려고 정말 악착같이 공부했거든요.
이제 사회에서는 자리도 좀 잡았고 부족한거 없이 먹고 마시고 사입고 해외 여행 다니면서 
나름대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서 정서적으로도 충족이 되구요.

근데.

집에만 내려가면 자꾸 어린 시절 아픔이 마음 속에서 다시 돋아나는 느낌입니다.
본가는 여전히 가난해요. 여전히 쓰러져가는 집에.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에. 여전히 벌레가 나오고....

가장 고역스러운 건.
엄마와 아빠의 태도에요. 아직까지 쭈글쭈글한 사과를 내미십니다. 
물론 엄마 아빠가 저 생각해서 드시라고 하는건 알아요. 그렇지만 매번 이런건 드시지 말라고.
깨끗하고 좋은거 드시라고 새 음식을 사가지고 와도 소용이 없습니다.
가끔 냉장고에서 오래 되서 좀 쉰내나는 음식도 그냥 드세요........

어릴때부터 못 먹고 자라서 제가 먹는거는 좀 철저해졌어요.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한 끼를 먹어도 정말 예쁘고
맛있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나 남자친구나 모두 저희집에서 밥 먹으면 레스토랑에서
먹는거 같다고 좋아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집에 내려가기 싫은 이유가 어떻게 보면 제가 이기적인걸 수도 있겠죠.
근데 내려가기만 하면 맘이 무겁고 아픕니다.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몰라서 그냥 올 추석도 용돈만 보내드리고
못 내려간다고 하고 말았네요.

이번 추석도 그냥 명절때 안 내려가는 친구들이나 만날려고 합니다. 
IP : 220.86.xxx.22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9.18 10:36 AM (61.79.xxx.113)

    나중에 후회하세요..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엄청 후회합니다. 부모님의 굳어진 생활에 적응하시고, 지금이라도 가심이..어떠신지. 사실...아시잖아요. 그분들은 아마도 당신이 보고싶을꺼라는거.

  • 2. ,,,
    '13.9.18 10:43 AM (222.109.xxx.80)

    여유 되시면 무리가 되지 않는 금액대에서 소소한 살림 살이 하나씩 바꿔 주세요.
    몇년 되면 시골집도 깔끔한 살림 살이로 바뀌어 있을거예요.

  • 3. 내 맘편한
    '13.9.18 12:19 PM (59.10.xxx.157)

    세상 만들려 피터지게 노력한 님이 대단해요 공부도ㅜ일도 얼마나 열심히 했겠어요..그런 환경이면 삐뚤어졌을 확률아 높죠.. 매질.바람 이런 역경딛고 이제 님이 잘 사는데 부모한테 왜 죄책감을 느끼나요? 님 마음가는대로 하세요...부가 님한태 더한걸 바라면 안되죠...추석 즐겁게 지내세요..용돈보내드렸으면 과하게 한거예요...부모도움 없이 아니 학대애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크셨으니 앞으로도 중심 잘잡으셔서 행복한 삶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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