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 택배

갱스브르 조회수 : 2,385
작성일 : 2013-09-17 22:56:50

작정하고 백화점 가는 때가 있다.

명절이나 가족 생일에 이왕이면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하려

그곳에 간다.

브랜드를 떠나 OO백화점에서 샀어 라는 촌스러움이 아직 있다.

강남 중심 ...

지하철부터 붐빈다.

오고 가고... 부딪치는 건 예사...

정신 안 차리면 스텝이 꼬일 것만 같다.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시내 나와 사람들 보면

상기되고 바쁜 표정들이다.

아님 나처럼 오랜만에 백화점 나들이던지...ㅋ

근데 그 무리들 속에 양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친구한테 물었더니 시니어 택배란다. 퀵 서비스까지...

할아버지의 퀵 서비스...

그래서 그런가 잰 걸음으로 연신 핸폰을 들여다보며 전쟁터 총알 피하듯

사람들 사이사이를 잘도 비집고 다니신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일부러 자리를 피해 드렸다.

오랜 땀 냄새가 훅 올라온다.

그 할아버지의 손엔 모 명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다.

쥐색 면바지에 짙은 초록색의 반팔 티...

나두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 듦에 대한 엄청난 편견이 있음을 오늘 알았다.

직업에 대한 허영이 있음도 할아버지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알았다.

아마 시간을 조금 넘긴 모양이다.

매장 여직원의 핀잔이 들린다.

딸이거나 손녀뻘인데...

할아버진 표정 변화가 없다.

늘상 당하는 일이라는 듯이...

가끔 느끼지만 명품 매장 직원들은 자신도 "명품"인 줄 안다.

정말 망할 병이다.

IP : 115.161.xxx.2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클로에
    '13.9.17 11:04 PM (74.125.xxx.10)

    3일 이란 다큐에 나오는 시니어 택배, 퀵서비스 다니시는 어르신들 얘기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었는데 갱스브르님 글 읽으니 정말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그 젊음이 영원할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 2. 저희
    '13.9.17 11:23 PM (58.145.xxx.251)

    친정아버지도 시니어 택배일을 하십니다
    80이 다되시고 작년에 암수술까지 하셨는데도
    석촌호수옆 빌라한동을 몽땅 소유하시고
    월세가 나오지만 일을 놓지 않으세요
    일이 즐겁고 고맙다고 하십니다
    무시당하지 않으시고 건강하시기만을
    항상 기도합니다

  • 3. 봄봄
    '13.9.17 11:28 PM (211.246.xxx.116)

    그림 그려져서... 한참을 먹먹하네요.. 명품 매장 화장품 매장... 백화점은 유독 매장 직원들이 갑인듯할때가 많아요 ㅠㅠ
    트레이닝복에 민낯이 부끄러운 그곳 ㅠㅠ

  • 4. ^^
    '13.9.18 12:32 AM (210.98.xxx.101)

    제가 나이가 먹었나봐요. 요즘은 노인분들 특히 힘들게 일 하시는 노인분들 보면 울컥해요.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나도 늙을텐데... 이러면서요. ㅠ ㅠ

  • 5. 저도
    '13.9.18 7:24 AM (211.234.xxx.201)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들 보면 50초린 저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허망해요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0024 앞코 뾰족한 구두 요즘 안 신나요? 27 요즘경향 2013/09/21 6,015
300023 어제 관상 봤는데 이정재 너무 멋지네요 5 .. 2013/09/21 2,737
300022 쪽파종자 속살이 원래 보라색인가요? 1 파파파파파 2013/09/21 2,460
300021 이런게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거 2013/09/21 702
300020 영화다운받는 사이트는 어디인가요 3 컴초보 2013/09/21 2,378
300019 평생 첫사랑 생각하며 사는 남자들 간혹 있나요? 14 젤리핑크 2013/09/21 6,323
300018 경제권 남편이 전부 가지신 분 계세요? 3 돈돈 2013/09/21 3,569
300017 송편이 아직도 안 굳었어요 4 가짜송편 2013/09/21 2,250
300016 노산이 몇살부터인가요? 15 ㅇ ㅇ 2013/09/21 6,018
300015 아들만 있는 집으로 시집가신 며느님들~~ 15 며느리 2013/09/21 6,176
300014 이혼각오로 남편과 싸우면 진짜 편해지나요? 11 ㅁㅁ 2013/09/21 4,484
300013 la갈비질문이요 3 명절 2013/09/21 1,272
300012 여자의 사회적 위치에 적은 전업인것 같아요. 28 ㅇㅇ 2013/09/21 4,259
300011 해외여행에 필요한 영어공부는 어찌해야 효과적일까요? 6 00 2013/09/21 2,505
300010 일산에 파스타집 추천해주세요 7 빵빵 2013/09/21 1,328
300009 파스 뜯어서 오래두면 약효 날라가나요? 1 nn 2013/09/21 571
300008 뭔가요? 다 삭제당함? 3 ... 2013/09/21 1,348
300007 노트북 어디것이 좋나요? 9 사고싶다 2013/09/21 1,541
300006 나주나씨 종갓집 차례상이래요 25 /// 2013/09/21 18,951
300005 전세집에 비데;; 진짜 싫지 않아요? 10 난감 2013/09/21 8,825
300004 미국에서 타이레놀 얼마에요? 1 2013/09/21 1,735
300003 퍼시잭슨과 괴물의바다? 재미있나요? 3 퍼시잭슨 2013/09/21 1,373
300002 오늘 댄싱9하는 날이에요! 15 ㅇㅇ 2013/09/21 1,796
300001 눈먼 늙은 강아지랑 할수 있는 놀이요.. 3 노견 2013/09/21 1,837
300000 정수기를 뭘로 해야 만족할까요? 암웨이구형필터단종이래요.ㅜ 10 정수기 2013/09/21 3,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