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 택배

갱스브르 조회수 : 2,421
작성일 : 2013-09-17 22:56:50

작정하고 백화점 가는 때가 있다.

명절이나 가족 생일에 이왕이면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하려

그곳에 간다.

브랜드를 떠나 OO백화점에서 샀어 라는 촌스러움이 아직 있다.

강남 중심 ...

지하철부터 붐빈다.

오고 가고... 부딪치는 건 예사...

정신 안 차리면 스텝이 꼬일 것만 같다.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시내 나와 사람들 보면

상기되고 바쁜 표정들이다.

아님 나처럼 오랜만에 백화점 나들이던지...ㅋ

근데 그 무리들 속에 양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친구한테 물었더니 시니어 택배란다. 퀵 서비스까지...

할아버지의 퀵 서비스...

그래서 그런가 잰 걸음으로 연신 핸폰을 들여다보며 전쟁터 총알 피하듯

사람들 사이사이를 잘도 비집고 다니신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일부러 자리를 피해 드렸다.

오랜 땀 냄새가 훅 올라온다.

그 할아버지의 손엔 모 명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다.

쥐색 면바지에 짙은 초록색의 반팔 티...

나두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 듦에 대한 엄청난 편견이 있음을 오늘 알았다.

직업에 대한 허영이 있음도 할아버지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알았다.

아마 시간을 조금 넘긴 모양이다.

매장 여직원의 핀잔이 들린다.

딸이거나 손녀뻘인데...

할아버진 표정 변화가 없다.

늘상 당하는 일이라는 듯이...

가끔 느끼지만 명품 매장 직원들은 자신도 "명품"인 줄 안다.

정말 망할 병이다.

IP : 115.161.xxx.2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클로에
    '13.9.17 11:04 PM (74.125.xxx.10)

    3일 이란 다큐에 나오는 시니어 택배, 퀵서비스 다니시는 어르신들 얘기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었는데 갱스브르님 글 읽으니 정말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그 젊음이 영원할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 2. 저희
    '13.9.17 11:23 PM (58.145.xxx.251)

    친정아버지도 시니어 택배일을 하십니다
    80이 다되시고 작년에 암수술까지 하셨는데도
    석촌호수옆 빌라한동을 몽땅 소유하시고
    월세가 나오지만 일을 놓지 않으세요
    일이 즐겁고 고맙다고 하십니다
    무시당하지 않으시고 건강하시기만을
    항상 기도합니다

  • 3. 봄봄
    '13.9.17 11:28 PM (211.246.xxx.116)

    그림 그려져서... 한참을 먹먹하네요.. 명품 매장 화장품 매장... 백화점은 유독 매장 직원들이 갑인듯할때가 많아요 ㅠㅠ
    트레이닝복에 민낯이 부끄러운 그곳 ㅠㅠ

  • 4. ^^
    '13.9.18 12:32 AM (210.98.xxx.101)

    제가 나이가 먹었나봐요. 요즘은 노인분들 특히 힘들게 일 하시는 노인분들 보면 울컥해요.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나도 늙을텐데... 이러면서요. ㅠ ㅠ

  • 5. 저도
    '13.9.18 7:24 AM (211.234.xxx.201)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들 보면 50초린 저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허망해요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3813 강아지 키우시는 분... 6 짖는소리 2014/01/18 1,539
343812 스파트폰(노트3)집에서 와이파이로 보려면 어찌해야 4 // 2014/01/18 837
343811 테이스티로드 보시는분 안계신가요? 11 먹방 2014/01/18 2,369
343810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되었는지 어디서 확인?? 7 못찾겠네요 2014/01/18 2,442
343809 장례식장 복장 문의드려요 4 ---- 2014/01/18 1,844
343808 한국 실업률 2.9% oecd국가 중 최저 4 유토피아 2014/01/18 740
343807 비오틴말고 또 뭘 사면 좋을까요?? 5 아이허브 2014/01/18 2,720
343806 디지털 피아노 페달 밟으면 찌이익 ~소리가 나는데.. 디지털 피아.. 2014/01/18 645
343805 노트3신규개통한지 일주일 지낫는데(사용함) 개통철회 되나요?? 1 .. 2014/01/18 1,008
343804 너무해시누이 28 아정말 2014/01/18 7,430
343803 전지현은 어쩜 그리 긴생머리가 잘어울릴까요 11 Bl 2014/01/18 4,261
343802 예전msn메신저에 있던 글씨체요. 별거아니지만.. 2014/01/18 395
343801 인터넷으로 등기부 등본 발급한거 법적 효력 없나요? 4 .. 2014/01/18 1,243
343800 唐詩 읽고 싶어요. 책 추천 좀... 4 출발 2014/01/18 582
343799 연말정산문의요 1 희망 2014/01/18 498
343798 써모스와 조지루시 6 비교 2014/01/18 4,189
343797 따말에서 배우자 바람피우면 못난사람은 8 // 2014/01/18 2,765
343796 깻잎조림에 설탕넣는거 맞나요? 2 ㅇㅇ 2014/01/18 806
343795 이제 선거일까지 박원순을 집중적으로 까겠네요. 1 참맛 2014/01/18 486
343794 닭고기요리에 후추넣어도 되나요 3 왕초보 2014/01/18 838
343793 알려주셔요~~^^ 손님 2014/01/18 377
343792 눈 높다는거,,, 2 ,,,, 2014/01/18 824
343791 요즘 맛있는과일 추천해주세요. 천혜향,한라봉 어떤가요? 과일아 2014/01/18 978
343790 20대가 갱년기 영양제 먹으면.. ///// 2014/01/18 1,037
343789 이혼이란게 굴곡있는삶인가요? 4 ㄴㄴ 2014/01/18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