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 택배

갱스브르 조회수 : 2,378
작성일 : 2013-09-17 22:56:50

작정하고 백화점 가는 때가 있다.

명절이나 가족 생일에 이왕이면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하려

그곳에 간다.

브랜드를 떠나 OO백화점에서 샀어 라는 촌스러움이 아직 있다.

강남 중심 ...

지하철부터 붐빈다.

오고 가고... 부딪치는 건 예사...

정신 안 차리면 스텝이 꼬일 것만 같다.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시내 나와 사람들 보면

상기되고 바쁜 표정들이다.

아님 나처럼 오랜만에 백화점 나들이던지...ㅋ

근데 그 무리들 속에 양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친구한테 물었더니 시니어 택배란다. 퀵 서비스까지...

할아버지의 퀵 서비스...

그래서 그런가 잰 걸음으로 연신 핸폰을 들여다보며 전쟁터 총알 피하듯

사람들 사이사이를 잘도 비집고 다니신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일부러 자리를 피해 드렸다.

오랜 땀 냄새가 훅 올라온다.

그 할아버지의 손엔 모 명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다.

쥐색 면바지에 짙은 초록색의 반팔 티...

나두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 듦에 대한 엄청난 편견이 있음을 오늘 알았다.

직업에 대한 허영이 있음도 할아버지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알았다.

아마 시간을 조금 넘긴 모양이다.

매장 여직원의 핀잔이 들린다.

딸이거나 손녀뻘인데...

할아버진 표정 변화가 없다.

늘상 당하는 일이라는 듯이...

가끔 느끼지만 명품 매장 직원들은 자신도 "명품"인 줄 안다.

정말 망할 병이다.

IP : 115.161.xxx.2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클로에
    '13.9.17 11:04 PM (74.125.xxx.10)

    3일 이란 다큐에 나오는 시니어 택배, 퀵서비스 다니시는 어르신들 얘기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었는데 갱스브르님 글 읽으니 정말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그 젊음이 영원할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 2. 저희
    '13.9.17 11:23 PM (58.145.xxx.251)

    친정아버지도 시니어 택배일을 하십니다
    80이 다되시고 작년에 암수술까지 하셨는데도
    석촌호수옆 빌라한동을 몽땅 소유하시고
    월세가 나오지만 일을 놓지 않으세요
    일이 즐겁고 고맙다고 하십니다
    무시당하지 않으시고 건강하시기만을
    항상 기도합니다

  • 3. 봄봄
    '13.9.17 11:28 PM (211.246.xxx.116)

    그림 그려져서... 한참을 먹먹하네요.. 명품 매장 화장품 매장... 백화점은 유독 매장 직원들이 갑인듯할때가 많아요 ㅠㅠ
    트레이닝복에 민낯이 부끄러운 그곳 ㅠㅠ

  • 4. ^^
    '13.9.18 12:32 AM (210.98.xxx.101)

    제가 나이가 먹었나봐요. 요즘은 노인분들 특히 힘들게 일 하시는 노인분들 보면 울컥해요.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나도 늙을텐데... 이러면서요. ㅠ ㅠ

  • 5. 저도
    '13.9.18 7:24 AM (211.234.xxx.201)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들 보면 50초린 저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허망해요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19146 캐나다 이민, 8억으로 가능한가요? 30 ........ 2013/11/14 42,287
319145 주말에 속초 여행오시는 분들 중 3 속초댁 2013/11/14 1,641
319144 남의 집 오가는것도 조심 6 2013/11/14 3,612
319143 저희 시터분이 폐렴환자를 간호하시게됏어요 7 고민앤걱정 2013/11/14 1,824
319142 ems 트랙킹 넘버가 뜨긴 하는데 추적이 2 청구 2013/11/14 865
319141 헬스 가깝고 우중충한 곳, 약간 거리 있고 상큼한 곳 어디 갈까.. 4 ... 2013/11/14 1,331
319140 제주도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용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4 sldd 2013/11/14 6,502
319139 뮤직톡에 음악 저장해서 듣고 계시는분?? 음악 2013/11/14 396
319138 테이-사랑은 향기를남기고 1 ........ 2013/11/14 1,006
319137 깁스한 아이 상의 어떻게 입혀요? 5 급질문 2013/11/14 2,044
319136 통째로 외워버릴 영어 다이얼로그 추천해 주세요 10 해볼라고 2013/11/14 3,841
319135 상속자들에서 명수 엄마친구 대사가 무슨 얘기에요? 2 오아리 2013/11/14 3,460
319134 짝이 왜이렇게...ㅠ 5 뭥미 2013/11/14 2,829
319133 저아래 이웃방문후 지갑없어진 이야기읽고 생각나서... 14 77 2013/11/14 9,537
319132 사람이 사랑없이 살 수는 있어요 가을잎 2013/11/14 1,027
319131 실업계? 어떨지 느리고ᆞ착하기만한아이 19 어쩌죠 2013/11/14 2,328
319130 일베의원 김진태 퇴출 아고라 청원 10 벌레는 가라.. 2013/11/14 1,078
319129 김치냉장고 선택 도와주세요 3 땡글이 2013/11/14 877
319128 40대중반에서 50대초반의 괜찮은 미혼독신남 있을까요? 24 음.. 2013/11/14 16,879
319127 톰 히들스턴 좋아하시는 분 계신가요~ 6 히들히들 2013/11/14 1,352
319126 응사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2 ㅍㅍㅍ 2013/11/14 1,560
319125 코팅후라이팬 뭘살까요 2 후라이팬 2013/11/14 1,099
319124 오늘 상속자 볼수있는곳 없나요? 5 못자 2013/11/14 1,293
319123 우리가 이토록 타락한 이유. 8 임종국 2013/11/14 1,585
319122 5학년 여아들이 치마를 이렇게나 안입나요 5 .. 2013/11/14 1,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