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 택배

갱스브르 조회수 : 2,368
작성일 : 2013-09-17 22:56:50

작정하고 백화점 가는 때가 있다.

명절이나 가족 생일에 이왕이면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하려

그곳에 간다.

브랜드를 떠나 OO백화점에서 샀어 라는 촌스러움이 아직 있다.

강남 중심 ...

지하철부터 붐빈다.

오고 가고... 부딪치는 건 예사...

정신 안 차리면 스텝이 꼬일 것만 같다.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시내 나와 사람들 보면

상기되고 바쁜 표정들이다.

아님 나처럼 오랜만에 백화점 나들이던지...ㅋ

근데 그 무리들 속에 양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친구한테 물었더니 시니어 택배란다. 퀵 서비스까지...

할아버지의 퀵 서비스...

그래서 그런가 잰 걸음으로 연신 핸폰을 들여다보며 전쟁터 총알 피하듯

사람들 사이사이를 잘도 비집고 다니신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일부러 자리를 피해 드렸다.

오랜 땀 냄새가 훅 올라온다.

그 할아버지의 손엔 모 명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다.

쥐색 면바지에 짙은 초록색의 반팔 티...

나두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 듦에 대한 엄청난 편견이 있음을 오늘 알았다.

직업에 대한 허영이 있음도 할아버지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알았다.

아마 시간을 조금 넘긴 모양이다.

매장 여직원의 핀잔이 들린다.

딸이거나 손녀뻘인데...

할아버진 표정 변화가 없다.

늘상 당하는 일이라는 듯이...

가끔 느끼지만 명품 매장 직원들은 자신도 "명품"인 줄 안다.

정말 망할 병이다.

IP : 115.161.xxx.2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클로에
    '13.9.17 11:04 PM (74.125.xxx.10)

    3일 이란 다큐에 나오는 시니어 택배, 퀵서비스 다니시는 어르신들 얘기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었는데 갱스브르님 글 읽으니 정말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그 젊음이 영원할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 2. 저희
    '13.9.17 11:23 PM (58.145.xxx.251)

    친정아버지도 시니어 택배일을 하십니다
    80이 다되시고 작년에 암수술까지 하셨는데도
    석촌호수옆 빌라한동을 몽땅 소유하시고
    월세가 나오지만 일을 놓지 않으세요
    일이 즐겁고 고맙다고 하십니다
    무시당하지 않으시고 건강하시기만을
    항상 기도합니다

  • 3. 봄봄
    '13.9.17 11:28 PM (211.246.xxx.116)

    그림 그려져서... 한참을 먹먹하네요.. 명품 매장 화장품 매장... 백화점은 유독 매장 직원들이 갑인듯할때가 많아요 ㅠㅠ
    트레이닝복에 민낯이 부끄러운 그곳 ㅠㅠ

  • 4. ^^
    '13.9.18 12:32 AM (210.98.xxx.101)

    제가 나이가 먹었나봐요. 요즘은 노인분들 특히 힘들게 일 하시는 노인분들 보면 울컥해요.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나도 늙을텐데... 이러면서요. ㅠ ㅠ

  • 5. 저도
    '13.9.18 7:24 AM (211.234.xxx.201)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들 보면 50초린 저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허망해요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2401 동양종금 출금 아직 가능한가요? Bongji.. 2013/09/30 924
302400 공휴일에는 개인과외도 안하시나요? (피아노레슨이나 수학과외) 4 처음이라 2013/09/30 1,144
302399 중학생 아이 병문안 청명 2013/09/30 504
302398 부대찌개 먹으려고 앉았는데ㅠ 2 옥쑤 2013/09/30 1,281
302397 자삭했습니다. 1 thrvnf.. 2013/09/30 611
302396 오전에 공무원부부글 메리골드 2013/09/30 1,204
302395 앞니 치아교정 시작하는 나이 &인천 부평쪽 교정치과 추천.. 1 초등5학년 2013/09/30 1,930
302394 자궁절제술 하신 분 조언 부탁드려요. 10 수술 2013/09/30 2,491
302393 찬물전용세제는 꼭 찬물에서 사용해야는지요? 1 타이 2013/09/30 730
302392 옆에 도곡렉슬 베스트 글... 어제보자마자 ... 2013/09/30 1,892
302391 초등 딸아이 발이 250 12 2013/09/30 2,170
302390 혹시 Bourgeault 와 Khokher 라는 성 어떻게 읽는.. 2 ** 2013/09/30 486
302389 고양이 키우는 분들께 질문이 있어요 11 2013/09/30 3,227
302388 닭을 우유에 재우고 씻어내는건가요? 5 닭봉조림 2013/09/30 2,558
302387 6개월 만기 적금 이율 좋고 안전한 곳 추천해주세요 dma 2013/09/30 427
302386 이런 경우 축의금 얼마해야할까요? 8 아이린 2013/09/30 1,375
302385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일드로 방영되네요. 5 이런것까지 2013/09/30 3,295
302384 성폭행 신고 묵살한 경찰, 피해자쪽에 "보도 막아라&q.. 2 샬랄라 2013/09/30 727
302383 혹시 대학로의"작은 스위스"퐁듀집 없어졌나요?.. 6 2013/09/30 3,193
302382 채동욱: 소송 취하에 따른 채동욱 총장 발표전문 14 탱자 2013/09/30 2,741
302381 수면제 먹으면.. 8 잠잠잠 2013/09/30 1,895
302380 아는동생 너무 야무져요 2 ,,,,,,.. 2013/09/30 1,450
302379 순~한 화장품 좀 추천해주세요.(수분크림 & 클렌징류) 7 소쿠리 2013/09/30 1,747
302378 동네 맛있는 빵집이 많아서 끊기 힘들어요. 1 00 2013/09/30 1,605
302377 김무성 LA서 차기대권 언급 후, 시위대 만나 '진땀' 3 취임 6개월.. 2013/09/30 1,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