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어요..ㅋㅋ
40넘은 남푠이 처자식두고 가출해서 본가에 들어갔을 때,
너무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그 부모덕에 더 이상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암튼.. 총총...
결혼 딱 10년 되니까.. 이제 막 환갑된 시모는,
하나하나 니가해라.. 니가해라 다 넘겨주데요... 마지막 추석엔,
음식장만 다해놓고 손씼고 나오니..
남편은 침대에서 집에서 싸들고온 책 읽다가 잠들었고,
시모는 옆에사는 시누네 놀러가고..
시부는 제 딸 데리고 마트로 놀러갔다고...
텅텅 빈 집에서 이게 뭔가 싶더라구요.
남편이랑은 남보다도 못하게 살고 있었는데... 힘들다고 얘기하면, 오지말라고 했었거든요.
그래도 꾸역꾸역 가서 식모보다 못하게 일했던 건.. 그래도 도리를 하고, 나중에.. 그러니까 이혼 말이 나올 땐 내편을 좀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는데...ㅋㅋ
'니가 그런건 잘 했다치고...' 라고 그냥 한마디로 10년 손이 개고생하며 낯도 모르는 지네 조상 제사상 차려준거 일갈하더라구요..ㅋㅋ
암튼.. 그렇게 추석 지내고,
다음 설은 이혼하고 혼자 원룸 얻어 멍하니 살던 때에 맞았어요.
1500원짜리 김밥 2줄사서 달랑달랑 집에 들어가는데 동네떡집에 줄서있는 여자들 보면서...
참 행복했어요.
전 설이나 추석명절엔 일부러 재래시장 가서 명절장보느라 부산하나 사람들 사이로 유유자적 이집저집 내놓고 시식하라는 송편이나 집어먹으며 즐거워하죠...^ ^
밤이 새도록 송편 빚어보고, 만두 빚어본 사람만 알수 있는 행복이예요.
아침에 차례상 차리면서.. 시집에 있는 딸에게 전화해서,
차 밀리기 전에 아침먹고 빨리 나서라며 재촉하던 시부...
딸이 오고 점심먹으며 술을 꺼내는 시모..
모처럼 우리식구 모였는데 꼭 친정을 오늘 가야하냐며 신경질을 부리던 시부..
기대도 뭐도 다 포기했던 결혼 2~3년째부턴.. 그냥 니네 맘대로 해라.. 했어요.
차로 30분도 안되는 시집엘 전날 장봐서 가서 꼬박 밤새며 음식준비하고.. 아침에 일어나 차례지내고, 시누 기다려 상차려내고.. 또 상차려내고, 자고... 또 상차려내고...
삼겹살에 오리고기에 온 거실바닥에 기름을 튀어가며 술먹고 진탕 놀다가 시부랑 남편은 술취해서.. 시모는 내딸데리고.. 시누부부는 '수고해~~'하며 집으로 가버리고..
그 난장판을 3시간 넘게 치우고..
소주를 원목마루 바닥에 붓고 싹싹 닦아내며 제가 느꼈던 그 더러운 감정들은 아직도 엇그제 같지만..
그래서 지금은 이 호젓함이 행복하고 또 행복합니다..
일하느라 오늘 하루종일 먹은게 커피한잔 뿐이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시집살이로 망가진 몸 때문에..
추석이 지나면 뇌하수체호르몬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또 가려하지만...
괜찮습니다.
살아나왔으니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