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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3자 회담에서 확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민낯'
무협지 같은 얘기?... 원세훈 공판 검사 "검찰수사 외압·검찰총장 음해 의혹"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당장 청와대 외압설에 대해 "무협지 같은 얘기"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무협지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공판을 맡은 L검사가 지난 15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검찰수사 외압 및 검찰총장 음해 의혹'이 대표적이다.
L검사는 이 글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일부 검사에게 <조선일보> 보도 예정 사실을 알렸고, 그 무렵 일부 검사에게는 총장이 곧 그만 둘 것이니 동요치 말라는 입장을 전달하였다"고 적었다. 지난 6일 <조선일보>에서 채동욱 총장의 '혼외아들설'을 처음 보도하기 전에, 이미 청와대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검사들에게 <조선일보> 보도 예정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채 총장이 곧 그만둔다고 예고했다는 대목이다.
특히 L검사는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과정에 있었던 청와대 외압사실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당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사지휘라인에 있는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공직선거법 적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L검사의 증언은 채동욱 총장의 사퇴와 <조선일보> 취재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L검사는 자신이 거론한 의혹들에 대해 "법에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수사 외압이 직권남용 등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고, 위법한 방법을 통한 음해 정보 취득 및 사용 등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3자 회담이 있기 직전인 16일 오전에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가 채동욱 총장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채 총장 혼외자식 존재 여부 논란을 넘어, 검찰총장에 대한 청와대 사찰 게이트로 사태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이전부터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국정원 2차장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찰했다"며 "(지난 8월 5일) 해임 당한 곽상도 전 수석은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채동욱 사찰 자료'를 넘겼고 8월 한 달 간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찰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최소한 우리나라 최고 사정기관의 독립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신상털이를 통한 사찰을 해 몰아낸다면 검찰이 제대로 서겠느냐"면서 "다른 총장이 와도 권력 눈치를 보기 때문에 검찰 독립과 개혁은 물 건너간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날 3자 회담에서 김한길 대표가 채 총장의 감찰을 지시한 황교안 장관의 해임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의 감찰권 행사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고,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잘한 것"이라며 오히려 황 장관을 두둔했다. "사정기관 총수인 검찰총장은 사생활·도덕성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면 스스로 해명하고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황교안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해 감찰권을 행사한 사실만을 부각시켰을 뿐, 감찰을 지시할 때까지 청와대에서 진행된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전부 외면한 것이다.
1년 전 박 대통령 "불법사찰은 잘못되고 더러운 정치"
▲ 국회 나서는 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마친뒤 김기춘 비서실장 등과 함께 국회 사랑재를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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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11 총선을 앞두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부각됐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불법사찰 논란을 "잘못되고 더러운 정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자신이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감시하고 사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에 대해서도 지난 정권과 이 정권 할 것 없이 모두 사찰했다는 언론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야당에 민간인 불법사찰 특검 수용을 제안하는 동시에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퇴진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역대 정부에서 사찰을 당했다면 바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제 '눈엣가시 같은 존재'를 제거하기 위해 청와대의 사찰 의혹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박근혜의 책사'로도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16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와 한 인터뷰에서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정권의 도덕성'을 분리해야 하며, 후자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채 총장의 혼외아들 여부도 마땅히 규명해야 하지만 정권의 도덕성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청와대 사찰설에 관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박 대통령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60%를 넘나드는 자신의 높은 지지율에 비해 10%대에서 오락가락하는 제1야당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허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이 지난 2일 발표한 9월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69.0%로, 취임 전후 인사문제로 흔들렸던 때를 제외하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그러나 전체 여론조사 대상 800명 중 국정운영 긍정평가자 552명에게 지지 이유를 물었더니 190명만 '실제로 일을 잘하고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800명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23.8%다. 대신 박 대통령 지지율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일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어서'(25.6%)라는 응답이었다.
<내일신문>은 "현재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보다 기대감이 박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라며 "'지지율'이라는 단어에 가려져 있던 '실체적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국민들이 3자 회담에서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민낯을 확인한 이상, 그의 '지지율 거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