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하 수상한 탓일까.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 강사를 국정원에 신고하는 일이 일어났다. 신고를 당한 당사자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로 잘 알려진 임승수 씨.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자본주의 똑바로 알기’라는 교양 수업을 맡는 그는 17일 국민TV라디오 ‘노종면의 뉴스바-초대석’에서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반미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 국정원에 신고당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말과 글을 이유로 다른 사람의 행동, 말, 글을 제한하고, 이를 제한하기 위해 신고까지 할 수 있도록 심리적 장벽을 없애” 준 최근의 분위기가 이런 일을 초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 중단,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강연회에 대한 고려대의 강의실 대관 불허,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구속 등 일련의 사건들과 자신이 겪은 일이 일맥상통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신고 당했다는 사실보다 그를 놀라 게 만든 일은 따로 있었다. “학생이 신고자이며, 이런 이유로 신고했다는 사실을 학교 기관 측에 떳떳하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임 씨는 신고를 한 학생이 “강의를 듣지 않은 친구”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해당 학생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등 제가 저술한 책들의 목록과 민주노동당 간부를 했다는 이력”을 주요 근거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저서들은 출판사와 서점을 통해 정식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은 물론, 몇 해 전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도서 목록에도 들지 못했다.
국정원은 임 씨에게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 씨는 신고 소식을 듣게 된 이후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마르크스가 이렇게 얘기했다는 거예요"라는 식의 “불필요한 얘기를 한번이라도 더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임 씨는 트위터 상에서 그의 이름을 거론하며, 조심해야겠다는 교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정원발 종북 몰이의 부작용이 대학 강단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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