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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판사들 반응
"판사가 검찰 편들어 보기는 처음이다." 서울 고등법원 한 판사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권력이 밀어내기 한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선에서 재판을 하다보면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의 권력이 너무 막강하다는 걸 느끼기 때문에, 검찰 고위층에 '스캔들'이 발생하면 판사들은 일반적으로 고소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상대 검찰총장이 밀려나갈 때 이를 지켜보며 즐겼고, 올해 초 김학의 법무차관이 험한 루머에 휩싸였을 때도 판사들은 가장 빠르게 입소문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 삼삼오오 비분(悲憤)을 털어놓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고법판사는 "검찰독립을 바라는 젊은 검사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가슴이 아팠다"면서 "사법부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소장판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한 판사는 "최소한 계몽군주가 될 것으로 보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단지 공주(공작군주)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소장판사들만이 아니다. 법원의 중추에 해당하는 한 고등부장판사는 "대한민국 권력의 칼이 이렇게 음험한 방식으로 행사되면 누가 향후 국민의 기본권을 담보할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판사들은 채동욱 사태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을 보였다. 한 고등판사는 "검찰이 공소유지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유죄입증을 위해 심혈을 기울일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판결을 담당한 재판부가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세훈 사건 재판부는 이른바 탈북자 간첩사건을 무죄판결했던 적이 있는데, 혹여 외부의 입김이 있다 해도 강단있는 재판부라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동료판사의 진단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 맷집이 보통 아니다, 외압은 재판부에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 외부에서는 재판부가 느낄 수 있는 심적 부담에 주목했다. 그러나 앞의 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판사들이 움츠려들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자꾸 우려의 목소리를 내겠지만, 다수의 법관들은 과거사 재심사건을 통해 판사로서 중심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깨달았다"면서 "신변의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닌데 판사들이 조금만 용기를 내면 외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