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을 봤다.
극사실주의라는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너무 적나라한.
남녀 모두 국부를 노출한 채 ...구도로 보아하니 화가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뜨겁다.
게슴츠레한 눈과 지친 얼굴 사이사이 음영이 섬세하고 ...좀 ..잔인한 해부다.
그냥 몸뚱아리 뿐이다,
배려도 소통도 친밀감도 화가와의 내밀한 정분도 없다.
정육점 조명 아래 척척 늘어진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루하고 곤혹스러워하는 쌀쌀맞은 여자의 심드렁함.
술에 찌든 남자의 붉으레 죽죽한 피부에 닭벼슬처럼 늘어진 모가지,
살은 긴장을 잃고 이완돼 있다.
마치 화장실에서 콧구멍을 파는 근엄한 교수를 보는 느낌.
여기서 궁금했다.
지금껏 봐온 눈부신 나신의 편견을 깨는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의도가...
간단 명료했다.
인간도 동물과 다를바 없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렇담 성공했다.
난 오늘 동물을 봤다.
자의식을 벗어던진 그림 속 주인공들에 충격의 박수를 보낸다.
아름다운 괴물들이 판치는 요지경 세상에
괜찮은 쇼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