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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위해 차라리 채동욱호위무사가 되겠다는

.. 조회수 : 3,937
작성일 : 2013-09-14 14:23:13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이 오전 10시13분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올린 글

제목 :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

또 한번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 타고난 조급한 성격에 어리석음과 미숙함까지 더해져 매번 경솔하지만 신중과 진중을 강조해 온 선배들이 화려한 수사 속에 사실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온 기억이 많아 경솔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억지로 들릴 수는 있으나, 나에게는 경솔할 수 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상당 기간의 의견 조율이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업무에 관하여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게 맞다.

 

둘째,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게 낫다.

 

셋째,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왓으니까 이쁘게 봐주’라고 해야 인간적으로 나마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속에 짓눌려서는 안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된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나갈 것이다.

 
IP : 119.192.xxx.242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9.14 2:23 PM (119.192.xxx.242)

    이프로스 올라온 김윤상대검1과장 사직의변 전문 입니다.. ..

  • 2.
    '13.9.14 2:27 PM (121.174.xxx.196)

    저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깊은 고뇌에 있었을까가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한쪽을 선택하면 그냥 편안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텐데.....이 선택은 분명 고난이 따를 것이라는게
    분명하기 때문에 상상하지 못할 갈등이 있었을 걸로 짐작합니다.
    우린 어떻게 저런 사람들에게 힘을 주어야 할지.........그저 마음으로만 지지한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 3.
    '13.9.14 2:29 PM (121.174.xxx.196)

    조선시대였다면 참으로 멋있는 선비들이었을 거 같습니다.. 충분히.
    그러고보니 우리 사회가 과거로 돌아가도 한참 돌아간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 어리둥절,,,,,ㅊㅊㅊ

  • 4. ..
    '13.9.14 2:29 PM (119.192.xxx.242)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 5. ..
    '13.9.14 2:31 PM (119.192.xxx.242)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속에 짓눌려서는 안된다.

  • 6. ...
    '13.9.14 2:31 PM (175.194.xxx.113)

    그냥 모르는 척 외면하고 남아 있을 수도 있으실 텐데.....

    외롭지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하는 분이군요.

  • 7. 고위
    '13.9.14 2:32 PM (180.224.xxx.207)

    고위직에 있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분처럼 후대에(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하는 삶을 살아왔다면
    지금 나라꼴이 이모양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고위직 아니라 평범한 모든 부모들도 마찬가지죠.

  • 8. ㅡㅜ
    '13.9.14 2:36 PM (1.235.xxx.105)

    불의에 맞서는 분이 그래도 검찰 내에 계셨네요
    존경스럽습니다.

  • 9. terry
    '13.9.14 2:36 PM (58.141.xxx.245)

    채총장께 먼저 부끄럽지 않았냐고 먼저 묻고 싶네요...
    참 변명도....
    내가 아는 사람이 저런다면, 정말 말리고 싶네요.

  • 10. terry
    '13.9.14 2:38 PM (58.141.xxx.245)

    누구 좋으라고....

  • 11. 사람보는눈
    '13.9.14 2:40 PM (124.50.xxx.131)

    도 없나봐요.윗님.58.141...님이야말로 이시대에 살면서 이런글 쓰는게 정령 부끄러운줄 알아야 할듯...
    어떤 조직의 일원이 정말 상황도 모르고 경솔한짓을 할가요??
    그 바닥서 그물 안에서 평검사들이 나서는건 같은 판단,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
    그만둬야 할사람 정말 부그러운 사람들....황교안,남재준,김무성....박그네 랍니다.

  • 12. terry
    '13.9.14 2:43 PM (58.141.xxx.245)


    124.50님...
    네~. 부끄럽게 생각해볼게요...

  • 13. terry
    '13.9.14 2:45 PM (58.141.xxx.245)

    (호! 내 아이피가 58141인 줄 이제 알았어요. 적어 놓진 않았지만, 이 번호가 아니었던 것 같아서요...
    가끔 바뀌나요? 그냥 궁금해서요...)

  • 14. 내 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이
    '13.9.14 2:51 PM (123.212.xxx.133)

    이루 말할 수 없이 속상합니다.

  • 15. 글에
    '13.9.14 2:52 PM (124.5.xxx.140)

    혼자 짧은 글로 찍찍 연달아 댓글달기
    하는 사람치고 내용은 들떨어지더라~무뇌아인가요?

    진정 저런 분들이 계시네요.
    존경스럽네요.

  • 16. 승정이
    '13.9.14 2:54 PM (118.223.xxx.150)

    개인적으로는 몹시 외로운 결정이셨을 테지만
    사회로서는 이런 분이 검찰 내부에 계신다는 것은 마음 뿌듯한 일입니다.

  • 17. ㅠㅜ
    '13.9.14 2:58 PM (14.36.xxx.83)

    진실이 뭔지 혼돈스럽지만
    채검사가 훌륭했던 사람은 맞나 봅니다.
    이랗게 좋은 후배가 따르는 걸 보면 ㅠㅜ

  • 18. 58.141..
    '13.9.14 2:59 PM (124.50.xxx.131)

    교묘하게 물타기 하넴.
    참 질린다 ..이런글... 기정사실화 하는글....혼외자식 많은 찌라시 언론글이라
    괜찮지만 채총장 자신이 부끄러워한다??글인지 쓰레기인지....오죽하면 알바를 하겠냐만 ,
    논리도 일관성도 없는 쓰레기...그랫 좃선의 총수들은 그많은 혼외자식들 보고 부끄러워 써드 자식들은 못나서게 했나봐요.

  • 19. 386 아직 안죽었네요
    '13.9.14 3:00 PM (125.177.xxx.83)

    44살이면 80년대 후반 한창 격렬한 대학가 민주화운동을 거친 386세대인데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속에 짓눌려서는 안된다---이 대목을 보면 암울했던 80년대를 함께 살아왔던 386으로 공감되네요. 민주화운동을 겪었던 386세대라면 현재 사회분위기는 정말 참을 수 없죠

  • 20. terry
    '13.9.14 3:00 PM (58.141.xxx.245)

    124.50님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 21. 어이 58.
    '13.9.14 3:06 PM (121.147.xxx.224)

    난 자네같은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면
    한대 딱 때려주고 싶네.

  • 22. 살아있네 검찰
    '13.9.14 3:20 PM (1.177.xxx.100)

    확실히 마지막 희망을 버리면 안되는 이유가 있었네요

  • 23. 와...
    '13.9.14 4:25 PM (180.224.xxx.28)

    20여년전 대자보 읽고 뭉클하던 느낌이네요.

    이게 공무원의 글이라니..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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