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말해 봤자 내 얼굴에 침 뱉기라서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이 곳에 글 올려요.
아까 낮에 비 쏟아지는 풍경 바라보면서 저도 정말 펑펑 울고 싶었어요.
나까지 약해지면 안 된다고 마음 다잡으면서 겨우 참았어요.
한 번 울기 시작하면 끝없이 통곡하게 될 것 같아서 울지도 못하겠어요.
밖에서 보는 남들은 착하고 사람 좋다고 하는 남편....
제 속이 어떻게 타들어가는지 아무도 모를 거에요.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생기면
남편은 그냥 미뤄둡니다.
그 문제를 정말 해결하지 않고는 도저히 안 되는 상황에 이르면.....
그래도 미뤄둡니다.
결국 제가 나서서 해결하곤 했어요.
그렇게 해결하고 한 고비 넘기고 나면 남편은 도리어 저를 원망해요.
그 때 니가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서 이렇게 된 거다....
니가 그렇게 안 했으면 더 나았을 거다....이러면서요.
예를 들면, 이사를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이사 가야 할 지역을 정하고 실제로 둘러보고 부동산들에 연락해서 매물 보러 다니는 것....
이사갈 집을 결정하는 것...모자라는 돈을 어디서 융통해 와서 메꾸는 것...전부 저 혼자 해야 해요.
제가 혼자서 할 수도 있는 일이긴 한데,
그런 일을 저는 남편과 서로 상의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런 의논을 못해요.
의논하다 보면 꼭 남편이 짜증을 내고 그래서 싸우는 일이 되풀이 됩니다.
얘기하다 보면, 남편은 만사를 찮아하고 결국엔 "이사를 꼭 가야 해?"이런 소리나 하고 있어요.
심지어 집주인이 만기일이 되었으니 집을 비워 달라는 통보를 해 와서
이사 갈 새로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요.
결국 어떻게 어떻게 해서든 이사를 마치고 나면
여러 가지 수속 밟는 게 귀찮다며 짜증 내고,
예전 집이 살기 좋았는데 괜히 이사 왔다는 둥...왜 이런 집을 골랐냐는 둥...이런 소리나 며칠씩 해요.
이번에도 정말 큰 일이 닥쳤어요.
다른 분의 보증 문제까지 겹친 일이라서 행여나 일이 잘못 될까 봐 매일 속이 쓰라려요.
워낙 큰 액수를 추석 전에 한꺼번에 마련해야 해서 정말 미칠 것 같은데,
남편은 또 무기력하게 넋 놓고 있어요.
더구나 이번 일은 남편이 간절히 원해서 시작된 일인데도요.
제가 잠 못 자고 이리 궁리해서 이렇게 이렇게 해결하자...라고 결정하면
그것과 관계된 일들을 처리하러 남편이 여기저기 분주하게 오가기는 해요.
그런데, 그건 서류상 올라가 있는 이름이 남편이니까 본인이 직접 갈 수밖에 없는 일인데,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데...
은행 오가는 것도 힘들어 죽겠다네요.
은행에 서류 내러 가야 하고
추가로 문제 발생한 것 때문에 전화 좀 하라고 하면
내일 가면 안 돼? ...나중에 전화하지 뭐...이럽니다.
저더러 너는 집에 편하게 퍼져 있으면서 왜 자기를 닥달하냐고 해요.
중요하고 힘든 순간마다 싸우지 않은 적이 없어요.
앞으로 힘든 일들이 많을 텐데
이 사람과 함께 무슨 의논을 하며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 지...생각만 해도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