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집엔 혼자다.
아침에 나가 늦게 귀가한 집은 머리카락 한 올도 그대로다.
미처 하지 못한 설거지통엔 온종일 물에 잠긴 식기가 건조하게 말라간다.
행여 낮도둑 들까 꽁꽁 잠가둔 창문 때문인지 집안 공기는 퀘퀘하다 못해 먼지 냄새마저 들러붙는 느낌이다.
처음엔 귀가 즉시 환기시키고 걸레 빨아 반들반들 닦으며 콧노래도 했다.
혼자가 좋아서, 홀가분해서...
일주일여 지나자 저녁나절 들어가는 게 싫었다.
약속 잡고 먹고 마시고 휘청휘청 들어가 그제 밤에 깔아논 이불에 다시 털썩...
그것도 좋았다.
잔소리,눈총, 쯧쯧...소리 없이 자유가 이런 거구나 하며
나만의 방종이 즐거웠다.
널브러지고 자빠지고 새벽녘까지 영화 보며 눈알 빠지는 기분까지도...
자학인지 쾌락인지 분간 못할 혼자만의 나날들...
화장실 문도 열어놓고 볼일 보고, 샤워도 엄마 눈치 안 보고 온수 팡팡 틀어 욕조 한가득 거품 풀고 그짓도 해보고...
어느 날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직 TV혼자 바쁘다.
아...혼자구나 ...
타이머한 TV가 꺼지고 순간 암전...
깨있는 나는 천장을 보다 옆집의 새는 불빛에 의지해 돌아누웠다.
옆집엔 사람이 있다.
그 막연함이 그날 밤 왜 위안이 됐을까...